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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풍력발전단지 환경영향평가 엉터리"
"거제풍력발전단지 환경영향평가 엉터리"
  • 원종태 기자
  • 승인 2014.08.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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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호 멸종위기종 상당수 조사 안돼 생태계 치명적

 멸종위기 1급 '남방동사리' 한반도 유일 서식지
흰꼬리수리 등 1급 겨울철새, 조류이동통로 조사안돼

 

▲ 멸종위기종 1급인 남방동사리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구천천-산양천에 서식하고 있다.사진 변영호 교사

거제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실한 조사(여름철 4일과 겨울 2일)로 인해 수십종의 법정보호종에 대한 조사가 누락됐으며, 풍력발전의 특성상 큰 피해가 우려되는 조류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멸종위기1급 '남방동사리' 멸종위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1급 물고기 남방동사리는 한반도에서 거제도 구천천-산양천에만 유일하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풍력발전단지조성사업은 구천천 1km 상류지점에서 15톤 트럭 1만 대분의 산지를 절토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다. 공사에서 발생하는 토사로 인해 하천오염이 발생할 경우 남방동사리는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생태 연구가인 변영호교사(오비초등 하늘강동아리 운영)에 따르면 '남방동사리'는 거제도 동부면 산양천에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최근 그 상류인 구천천에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변 교사는 "이 물고기는 희소성뿐만아니라 일본 큐슈에서 나타나는 남방동사리와 그 종이 같기 때문에 선사시대 한반도와 일본이 연결된 하나의 물길이었다는 증거로서 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라고 밝혔다.

담수어류전문가인 전형배(영남대 생명과학과 박사과정)씨는 "남방동사리 보존을 위해 기초적인 생태연구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하며, 증식 방류나 대체서식지 조성은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남방동사리 본연의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방동사리는 몸 길이 약 15cm로, 어두운 갈색을 띠고, 주로 밤에 활동하며 수생곤충, 갑각류, 어류 등을 먹는다.

 

풍력예정지는 철새의 주요 이동로다

 

조류전문가 홍길표(한려해상국립공원)와 생태연구가 김영춘에코투어대표는 "풍력단지 인근 구천댐에는 멸종위기1급 흰꼬리수리와 참수리,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류가 해마다 최대 50개체 이상씩 찾고 있다"고 밝혔다.
홍길표씨는 "수리류가 2004년부터 10년간 매년 이곳에서 11월-3월까지 월동하고 있으며, 흰꼬리수리는 전세계에 3000개체밖에 없는 국제적 보호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풍력단지가 이들 수리류들의 이동통로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경남 고성들판과 낙동강-동해안-캄차카반도의 이동선상에 풍력단지가 예정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리류의 이동 높이는 600~700m로 알려져 있는데 풍력발전기 높이와 겹친다.(풍력발전기는 400~500미터 산정에 130m 높이로 18기가 들어선다)
홍씨는 "거제에 오는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는 태어나서 첫 겨울을 맞는 1년생으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풍력발전기에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또 "산자락을 따라 상승기류를 타고 서서히 상승하기 때문에 풍력발전단지를 발견하더라도 쉽게 피할 수 없어 충돌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가 풍력발전단지 등 세계적으로 풍력단지로 인해 조류들이 충돌해 죽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거제도는 일본-한반도 내륙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통로이다. 거제 홍도가 중간기착지인 150종 이상 조류들도 풍력단지 예정지 인근을 지나가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하고 특히 "멸종위기2급인 '벌매'는 수백개체가 매년 5월 낙동강-거제도-대마도로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춘 대표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약 300개체가 거제도 옥녀봉-풍력단지 주변-계룡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촬영한 적도 있다"면서 풍력예정지가 철새들의 주요이동통로라고 강조했다.

▲ 멸종위기1급인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는 해마다 구천댐에서 겨울을 지낸다예코투어 김영춘 제공

동식물상 조사, 4일만에 '뚝딱' 부실투성이

 

이밖에 업체측이 제출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협의해준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의 자연환경분야 평가가 부실했다는 증거는 많다.

▲ 멸종위기 2급인 애기송이풀은 사업지 인근에 대량으로 서식한다거제환경연합 정옥경 제공

수년전부터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멸종위기 2급인 '애기송이풀'이 풍력단지 사업구역안에 수백평규모로 자생하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평가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애기송이풀은 한반도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거제도자생이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보호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종이다.
지역 생태전문가들은 천연기념물 수달(구천댐 바로 아래에는 수자원공사가 조성한 수달생태공원이 있다)도 구천댐과 그 상류에서 출몰되고 있고, 겨울철새인 원앙도 문동저수지, 구천댐 등에서 확인되고 있으나 평가서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천연기념물 팔색조도 사업예정지인 옥녀봉자락과 인근인 북병산자락에서 수차례 확인됐지만 평가서에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옥녀봉자락에서 사체로 발견된 팔색조는 현재 박제돼 거제시청 1층 로비에 전시되고 있다.
이같은 부실한 조사는 낙동강환경유역청도 인정해 보완을 지시했지만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조사는 2013년 8월20일부터 4일간 진행돼 겨울철새나 봄꽃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했으며, 보강조사도 겨울철 2일에 지나지않았기 때문이다.
 

1만5000가구 식수원 오염대책 부족

 

풍력단지는 거제시민의 식수원인 구천댐 2km상류에 조성된다. 공사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토사로인한 하천오염은 불가피하다.
수자원공사는 구천댐물을 하루 2만톤 정수해 상동 일부와 양정,거제면 동부면 일운면 등 1만5000세대에 공급한다.
문제는 식수원 위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면서 식수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와는 아무런 협의나 의견청취가 없었다는 것.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른 협의대상기관이 아니어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사업자측에 관련자료를 요청했으며 자료를 본 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측은 저류지 설치 등으로 식수원보호를 하겠다, 오폐수는 아주동 방면으로 흘러보내겠다는 등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초과 정수에 따른 영향, 수질의 변화 등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풍력단지가 멸종위기종 등이 멸종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하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고,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투성이라고 지적하며 낙동강환경유역청과 환경부 등에 사업의 재평가와 멸종위기종 등의 보호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 풍력발전단지 진입로인 은혜사계곡

이와관련 낙동강환경청 관계자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돼 재협의 등은 없다"면서도 "협의내용에는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이 발견될 경우 규모축소 등 보존대책을 수립후 공사 시행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보호종이 있다면 이를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보호종에 대한 조사와 보존대책은 불가피해 풍력발전단지 조성공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거제시는 당초 8월22일에 열릴예정이던 경남도도시계획위원회에 거제풍력건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삼거동주민들의 연기요청 등에 따라 8월에는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삼거동풍력발전반대대책위의 요구에 따라 늘푸른거제21위원회가 8월 3째주에 사업자측 주민측, 언론,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 거제풍력단지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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