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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주민, 삼성 정문앞 카본공장 이전촉구 시위
유계주민, 삼성 정문앞 카본공장 이전촉구 시위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4.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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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본 "삼성 요구로 거제공장 설립"···삼성, 시의회 공문에 '묵묵부답'

 
15일 오전 6시께 유계마을 '한국카본 유계공장 반대대책위' 주민 대표들이 삼성중공업 정문앞에서 보름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청면 유계리 마을 한복판에 들어선 (주)한국카본(대표 조문수)의 이전을 요구하는 마을 주민과 한국카본 쪽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와 의회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이 15일째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유계리 서항·서상·동리·서대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한국카본 유계공장 반대대책위(대책위, 위원장 성상진·이철균·서기웅·남기도)는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과 시청 앞에서 유리섬유를 취급하는 한국카본 공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15일까지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매일 시위를 계속해 왔다.

유계마을 주민, 삼성 앞에서 보름간 릴레이 시위…"공장 이전, 공문 답변" 촉구

대책위는 지난 1일부터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매일 아침 6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4~5명씩 돌아가며 집회를 이어왔다.

보름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대책위는 한국카본 공장을 삼성중공업과 관련있는 업체들이 있는 한내공단이나 삼성중공업 사내 부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삼성중공업에 호소했다. 또 이들은 3월 초 대책위가 삼성중공업에 발송한 주민제안서와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촉구했다.

집회신고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이철균 서항마을 이장을 비롯해 박광호 대책위 집행위원장, 정현정 사무국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철균 이장은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3월 초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근간이고 향토기업이라고 믿어 왔던 삼성이 답을 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데모를 하게 됐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또 "보름 동안 농사도 내팽개치고 나왔지만, 회사에서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대기업의 도리가 아니다"며 삼성중공업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이 이장은 또한 "거제시가 청정지역이라 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 장려 지역으로 지정한 유계들판 한복판에 주민들도 모르게 유리섬유 공장이 들어섰다"며 "삶의 터전인 농토를 훼손하고, 주민들 건강까지 해롭게 하는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살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유계마을 한 복판에 있는 유리섬유 공장은 주민들의 생존권과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보냉자제 대부분이 삼성에 납품되고 있으니 삼성이 대체 부지 마련을 위해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철균 서항마을 이장이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삼성이 한국카본 공장이전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카본 "삼성 요구로 거제 공장 설립"…대책위 "공장 이전도 삼성이 나서라"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14일 거제시의 중재로 주민대표와 한국카본 거제공장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가졌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은 더 애를 태우고 있다.

정현정 대책위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유리섬유가 포함된 제품이 다뤄진다는 사실을 거제시가 알고도 3일 만에 공장변경등록 신청을 승인하면서 이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며 “최소한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 정도는 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교육에 대한 열의로 땅을 기부해 건립한 초등학교에 공장이 들어서 주민들의 상실감이 더욱 크다”며 “지금이라도 공장이 이전돼 학교 부지를 기증한 취지를 살려 마을 역사관 건립과 자립을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에 쓰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아직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14일 권민호 시장과 주민대표간 간담회에서 한국카본의 국가산단 이전 계획을 제안하면서 국가산단 조성 전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할 공장부지 물색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거제시 조선해양플랜트과 관계자는 "이미 조성된 일반산단과 매물로 나온 공장부지를 대상으로 검토해 봤지만 쉽지 않다. 대책위가 제안한 부지도 알아봤지만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면서 "입주업체와 주민간에 간극이 너무 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아 대체 후보지 물색과 중재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카본이 거제에 공장을 설립하게 된 것이 삼성중공업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처음 드러났다.

한국카본 거제공장 관계자는 18일 <거제뉴스광장>과 통화에서 "구매업체인 삼성중공업이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거제와 통영지역에 기자재 공장 설립을 권고해 거제공장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공장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해물질의 배출이나 환경피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산단으로의 이전 계획 외에도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체지를 물색하고 있다. 시와 삼성중공업 등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오전 6시께 유계마을 '한국카본 유계공장 반대대책위' 주민 대표들이 삼성중공업 정문앞에서 15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의회 ‘공문’에 답변 없는 삼성…박명옥 의원 “강한 유감” 표명

대책위의 요청으로 거제시의회에서도 지난 3월 삼성중공업에 한국카본 대체지 이전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의회 사무국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는 사내업체로 등록될 수 있지만, 기자재, 부품 등을 납품하는 독립된 업체는 사내입주가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민들과 의회에서 제기하는 내용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 답변하기가 매우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카본은 삼성중공업이 부품을 구매하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으로 공장이전 등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할 입장이 못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명옥 시의회 부의장은 공식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 부의장은 “삼성중공업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시 공문을 보낼지 여부 등에 대해 의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한국카본 공장 이전과 관련해 실질적인 대안을 찾을 때까지 유계공장과 시청,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통해 강경 대응을 계속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박광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삼성이 한국카본의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고 하지만 원·하청의 형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며 “한국카본 측에 따르면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거제 공장을 설립하도록 삼성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국가산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체 부지 확보를 위한 중재 노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삼성중공업 입장을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물론 어려운 조선경기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주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입장을 헤아려 삼성이 진지하게 검토해 주길 바란다”면서 “거제경제의 근간이자 향토기업이라 자부하는 삼성이 지역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나서 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한편, 한국카본 거제공장은 옛 유계초등학교 부지로 하청면 유계리 661번지 일원 8091㎡(2445평)에 들어섰다. 조선산업 협력업체인 삼진금속 소유의 공장을 한국카본이 매입해 지난해 10월 거제시로부터 공장등록변경 승인을 받았다.

밀양에 본사를 둔 한국카본은 지난 1984년 낚시대 재료인 카본시트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출발, 현재 PCB, LNG 운반선 단열판넬, 글라스페이퍼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카본은 올 3월 올해 말까지로 예정됐던 삼성중공업과 LNG선 화물창용 초저온 보냉자재 공급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해 납품하고 있다. 공급 계약금은 1122억원이다. 지난해 말까지 약 3000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 납품물량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거제누스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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