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는 우리 민족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가의 절기에 따른 농사와 고유한 생활양식, 정서 및 풍습을 그림 그리듯 눈 앞에 펼친 우리 민족의 대서사시다. 조선 현종 때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 선생이 역법(曆法)을 근거로 1월부터 12월까지 1년 12개월의 의식, 행사, 농가 풍속, 농사법 및 상농사상을 담은 권농의 노래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농가월령가를 옮기는데 몰두한 해범 선생은 “물밀 듯 쳐들어오는 외국산 농산물, 여러나라와 맺은 FTA 협정, 우리 식탁의 근간인 밥쌀도 외국쌀로 대체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10년 안에 식량 주권을 완전히 빼앗겨 외국에 식량 눈치만 보는 시점이 눈앞에 왔는데도 우리 정치와 행정의 농업정책은 아예 농업을 포기한 듯 보이는 현실의 절박감이 글을 옮기게 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해범 선생은 “참으로 농업의 진정한 의미를 알면 나 스스로를 알 수 있고 나아가 나라와 겨레의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농가월령가를 옮긴 의미를 전했다. 우리 농업을 지키고 더욱 가꾸고 우리의 땅을 소중히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해범 선생의 이번 작업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여러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다만, 방언이나 사투리, 한자 등에서 오기를 다소 걱정하면서도 내용 전달은 정확성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해설한 사본과 이 탁 선생의 사본을 위주로 편찬한 ‘동방연서회’의 내용을 참고했고 ‘한국가사 문학강독(정재호, 집문당)’, ‘농가월령가(유혜선, 서예 문인화)’, ‘조선조의 가사(임기중, 성문당)’, ‘농가월령가(다운샘)’, ‘조선문학전집가사집’, ‘농가월령가(주영갑, 이화문화출판사)’ 등 다양한 저작물을 기초로 이번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편 해범 선생의 '12폭 농가월령가'는 약 9000자에 높이가 약 2m, 길이가 8m에 달하는 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