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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 주는 곳, 스웨덴 고틀란드
정치가 밥 먹여 주는 곳, 스웨덴 고틀란드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8.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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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시의원의 복지국가 북유럽 탐방기

치열했던 거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선거가 끝난 다음날 7월8일부터 7월25일까지 17박18일간 체험하고 온 북유럽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먼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고 김경진의원의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국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복지국가를 이루었을까 궁금해 했다. 거제시의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거제시 인구와 비슷하고 조선경기의 불황을 극복하고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난 스웨덴 말뫼시를 방문하여 그들은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했는지, 주요산업이었던 조선소가 사라진 말뫼는 어떤 모습인지, 말뫼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우리시에 닥친 위기를 이겨낼 단서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서 자비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짐을 꾸렸다. 난데없이 휴학 하고 하루 종일 만화만 그리는 93년생 큰 딸과 중2 막내딸이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섰다. 자유롭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남편도 두 딸과의 동행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바람에 혼자 사색하는 자유여행 아닌 까탈스런 휴학생과, 대한민국 중2와 함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아침 5시10분쯤에 도착한 김해공항은 한산했다. 귀국하는 길에 일본 ‘세토우치국제예술제’를 보기위해서 일본에서 3일 머무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공항 JAL기 카운터에서 JR패스를 구입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나오시마 섬을 비롯한 카가와현 주변 10여개의 섬에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로 3년마다 개최된다.

봄,여름,가을에 각각 1~2달 정도 작품전시를 하는데 운 좋게 2016년이 개최하는 해여서 거제도 사는 섬 주민으로서 국제예술제를 통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을 유인하는 일본의 섬 예술제를 놓칠 순 없었다.
오전7시 50분에 출발한 빨간 백조가 그려진 JAL기는 9시30분에 우리를 나리타공항에 내려주었고 바로 헬싱키로 가는 FINNAIR로 환승했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중간쯤 되는 핀란드사람 한테 정중하게 자리 좀 바꿔달라고 부탁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안절부절 하는 막내와 나는 같이 앉아서 갈수 있었고, 우리와 떨어져 앉은 휴학생은 10시간 뒤 헬싱키 공항에 상봉했다. 7시간의 시차로 헬싱키 도착했을 때 7월8일 오후3시30분이었다. 저녁7시50분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전 까지 4시간 시간의 여유가 있어 헬싱키 공항을 구경했다.

 활기찬 헬싱키 공항
헬싱키 공항은 마치 거대한 쇼핑센터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없는 게 없었다. 한 장에 130유로하는 순록가죽 더미를 보고 산타의 나라, 혹독한 겨울로 유명한 핀란드에 온 것이 실감났다. 그리고 하마인 듯, 하마가 아닌 무민은 전 세계 아이들이 좋아는 캐릭터인데 무민의 본고장 핀란드의 국제공항에서 무민샵은 인기 폭발이었다. 무민 인형을 수십 번 들어다 놨다 하는 중2한테 지금사면 짐이니 나중에 돌아갈 때 사자고 설득하고 저녁7시50분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훅 들어오는 찬바람에 깜짝 놀랐고 샌달 신고 온 것을 후회했다. 헬싱키와 스톡홀름은 1시간 시차로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7월8일 오후8시였는데 완전 대낮이었다.

우리는 알란다 공항에서 짐을 찾자마자 긴팔셔츠와 잠바, 스카프 등 걸 칠 수 있는 것은 다 꺼 내 둘둘 말았다. 여긴 여름이 아니었다. 세 명에 310크로나(우리 돈 4만원 정도) 주고 알란다공항 익스프레스를 타고 Farsta Strand역 내려 다시 35X 버스를 갈아타고 발틱해에서 가장 큰 섬 ‘고틀랜드(Gotland)’로 가는 배를 타기위해 ‘니네샴’ 까지 갔다.
니네샴에 도착했을 때 밤11시30분, 아직 온전한 어둠이 내리지 않아 어스름한데 고틀랜드로 가는 거대한 페리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고틀란드로 가는구나’ 감격해 하고 있는데 흥분한 젊은 무리들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 바닷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젊은이들과 음악과 함성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으나 이미 긴 시간 이동 하는라 지칠대로 지친 두 딸들의 만류로 새벽 2시 20분에 고틀랜드로 출발하는 페리를 타기위해 터미널로 갔다. 배가 출발하기까지 2시간이 남아서 인지 대합실에는 매표소직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7월8일 새벽4시에 집을 나와 김해공항에서 일본 나리타공항까지 2시간 비행, 나리타공항에서 헬싱키까지 9시간 비행, 헬싱키에서 스톡홀름까지 1시간 비행, 스톡홀름에서 니네샴까지 2시간 전철과 버스로 이동, 니네샴에서 고틀랜드 비스비까지 페리로 3시간20분 총 17시간을 각종 교통수단을 옮겨 타면서 무리하게 말뫼가기 전, 첫 도착지를 고틀랜드로 정한 것은 매년 7월3일부터10일까지 고틀랜드(Gotland) 비스비(Visby)에서 열리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Almedallen Politics Week)’를 보기 위해서였다.

거제시의회 의장단 선거 일정이 이틀 늦춰지는 바람에 서두르지 않으면 7월10일 끝나는 ‘알메달렌 정치 박람회’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일정을 빡세게 잡았다. 평소 하루에 10보 이상 걷지도 않는 휴학생은 이미 파김치가 되었고, 씨름, 피구, 축구, 줄넘기등 학교의 모든 체육행사에 선수로 뛰었던 체력왕 우리 중2도 말을 잃은 지 한참 되었다.

 해마다 정치박람회가 열리는 알메달렌 공원
7월9일 새벽2시20분, 수백 대의 자동차와 수천 명의 관광객을 태운 거대한 'SF1500' 카페리가 니네샴항에서 고틀란드로 출발했다. 배 삯은 요일, 시간, 좌석별로 몇 배 차이 났으며, 시간 때문인지 출발하기 전에 예약한 우리 세 명의 배 삯은 편도 28유로(약4만원정도)로 가장 저렴했다.
3시간 30분 동안 항해하는 배 안에는 카펫이 깔린 바닥에 누워 자는 젊은이들, 고스톱대신 카드놀이 하는 가족들, 애완견과 노는 아이들, 여기저기 시끌벅적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고틀랜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지 궁금했다.
태어나서 처음 탄 거대한 배‘SF1500'는 아침 5시50분 고틀랜드 중심지인 비스비항에 도착했다. 지난밤 파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급스런 요트가 해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고틀란드의 수도 비스비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배달부키키’의 배경이 된 곳이고, 우리 애들에게는 낯선 ‘닐스의 모험’에서 슬픔에 가득 찬 닐스를 위로하기 위해 기러기 카크시가 닐스를 데리고 날아간 곳이기도 하다.

‘살아 숨 쉬는 폐허’ 비스비의 매력에 빠져서 한참을 걷다가 도착한 알메달렌 공원, 중앙 호수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오리새끼들이 한가롭게 놀다가 낯선 동양인을 발견하고는 어미 곁에 바짝 붙었다. 공원 주변에는 7월3일부터 시작한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다양한 행사 부스들이 눈에 띄었고 벌써 행사준비를 하는 부스도 있었다. ‘아, 여기가 스웨덴의 각 정당들과 노동조합, 시민단체들, 시민 누구나 각자의 목소리로 정치를 이야기하는 알메달렌이구나’ 기대와 설레임도 잠시 꼬박 하루 동안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했으니 빨리 숙소에 가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숙소 체크인은 오후2시인데 아침 9시에 우리를 받아줄까?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가서 매달려보기로 했다. 스웨덴 돈으로 환전하지 않아 카드 결제가 되는 택시를 탔다. 7월초 고틀란드 비스비 근처 숙소는 이미 예약완료 되었거나 너무 비싸서 비스비와 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택시로 10분 걸렸는데 요금은 320크로나(약4만5천원) 나왔다. 북유럽의 높은 택시요금은 알고 있었지만 혼자였으면 배낭하나면 충분한 것을 두 딸의 동행으로 불어난 짐과 허기와 피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친절한 택시 기사는 우리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그림 같은 집(TJAULS GARD,트좌알스 가아드)앞에 내려주었다. 좀 쌀쌀한 바람은 상쾌했고 넓은 초원에 풍력날개가 돌고 있고 있었다. 잘 가꿔진 정원 옆에 금발의 암 말과 갈색의 숫 말이 낯선 사람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고틀란트 비스비 해안
아침 9시에 초인종을 눌렀다. 인기척이 없어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누구 없어요” 소리치고 문 두드리면서 초인종까지 눌렀는데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원 한쪽 큰 나무 그늘아래 여름여행 필수 아이템인 돗자리를 깔았다. 햇볕은 뜨겁고 그늘은 춥고, 그래도 주인 올 때까지 땡볕에 누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늘에 앉아서 집 주인에게 메일과 문자를 보냈다.
30분쯤 지났을 때, 군살이 없는 몸매에 야성미가 넘치는 데이비드 베컴 닮은 남자가 나무그늘 아래 널브러져 있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침 9시30분에 체크인 하기 좀 미안했지만 호텔도 아니고 인상도 좋아 보이는데 설마 우리를 잔디밭에 두겠어.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친절하게 1층 거실과 식당, 2층 구석구석 안내를 해주었고 아침은 원하는 시간에 준비해주겠다면서 우리가 묵을 방을 보여 주었을 때 감동이었다. 그리고 고틀란드 베컴이 나가자마자 한국인의 메운 맛 신라면 으로 허기를 채우고 긴 시간 이동과 시차로 인한 피로 때문에 씻지도 않고 각자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비스비거리의 공연자들
다음날, 7월10일 일요일 그림 같은 집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적인 아침식사인 씨리얼과 우유, 식빵에 치즈,햄,토마토,오이 넣고 머스타드 소스 뿌려서 커피와 함께 먹고 바나나와 사과주스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비싼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정치박람회가 열리는 비스비로 가기로 했다. 고틀란드 베컴에게 버스시간과 차비 지불방법을 확인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걸었다.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 300미터, 왼쪽으로 700미터 가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는 친절한 설명에 오른쪽을 선택하고 걸었는데 아무리 가도 버스정류장표지판이 안보였다. 300미터가 아니라 3킬로미터는 걸었을 것 같은데 버스정류장표지판이 없었다. ‘버스정류장표지판이 없다니 복지국가 스웨덴의 대중교통시스템이 이래도 되나’ 싶을 때 “엄마 이거 혹시 버스 시간표 아니야” 가까이 살펴보니 스웨덴 글씨는 알 수 없었지만 숫자를 보니 버스시간표 같았다. 그때 노란 버스가 우리 앞에 멈췄다. 우리나라 kt 표지판과 비슷한 노란 표지판이 버스정류장표지판이었다. 버스정류장표지판에는 당연히 버스가 그려져 있거나 BUS라고 씌여 있을 거라는 편견이 확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안도감에 얼른 버스에 올랐다. 당당하게 NH농협 마스터카드를 내밀었는데, 흘러내린 회색머리가 매력적인 50대 중반의 여성 버스기사는 손사래를 치면서 신용카드 안 된다고 했다. ‘고틀란드 베컴이 신용카드로 버스 차비 결제된다고 했는데...’ 난감하고 미안했지만 스웨덴 돈이 없다고 했다. 버스기사는 “No problem그럴 수 있다” 면서 버스를 타라고 했다. 고틀란드의 두 번째 감동이었다.

무임승차한 버스는 고틀란드의 아름다운 시골길을 달렸고 택시 탈 때 볼 수 없었던 고틀란드의 농촌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우리 숙소가 특별히 그림 같은 집 인줄 알았는데 시골 농가들이 다 초원위의 그림이었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은 기본이고 캠핑카를 갖고 있는 농가도 많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고틀란드는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 국민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대표작 『말괄량이 삐삐』의 TV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쩐지 버스가 시골길 모퉁이를 돌때마다 ‘말괄량이 삐삐’가 얼룩무늬가 박힌 흰 말을 타고 휘파람을 불며 나타날 것 같더라니...

계단이 없는 노란버스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타고 내리는 쪽으로 살짝 기우려 보도와 높이를 맞추는 닐링(kneeling)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사람이 타면 다시 수평을 맞추고 출발했다. 우리시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의해 저상버스가 점점 늘고 있지만 시내버스112대중 저상버스는 14대가 운행 중이다. 시민의 발이 되어야하는 시내버스는 공공재로 100% 저상버스로 교체되어야 하며 시외버스도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시민 누구나 이동에 불편함이 없는 거제시를 상상하는 동안 버스는 맑고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초록의 초원과 알록달록한 뽀족지붕들 지나 어느 듯 비스비 종점에 도착했다. 우리를 뿌리치지 않고 비스비까지 태워준 버스기사에게 돌아가는 길에 환전해서 차비를 갚겠다고 했더니 “No problem 괜찮다”고 하면서 오히려 버스시간표를 건네주면서 친절하게 막차 시간을 알려주었다.

 고틀랜드는 말괄량이 삐삐의 무대다
친절한 버스기사와 헤어지고 거대한 성벽의 문을 통과하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날아 온 것 같았다. 도시 한 복판에 폐허가 된 교회 옆에 호텔, 레스토랑,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빨간 장미, 접시꽃, 해당화등 아름다운 꽃으로 꾸며져 있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정치박람회가 열리는 알메달렌 공원으로 내려가는데 금발머리 여성이 분홍색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소박한 단상 위에는 한 남자가 연설을 하고 있고 그 옆에 수화 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풍선을 나눠 주던 여성이 F! 동그란 뱃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F!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Feminist Initiative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 이름만으로 어떤 정당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중 113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민당만 알고 있는 나는 “그럼 너희 당은 소수 정당이겠구나?” 물었더니 스웨덴 39개 커뮤니티에 조직이 있고 2018년 선거에 의석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괜히 미안했다. 다음 선거에 꼭 의석 확보하길 바란다고 행운을 빌어주고 발길을 옮겼다.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당 이라니 참 부러웠고, 페미니스트당 인데 남성 지지자가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신선했다. 그리고 수화 통역사까지 ‘음...여긴 스웨덴이지’
이번에는 스웨덴 국영방송SVT에서 생중계하는 정치 토크쇼를 만났다. 카메라맨, PD 모두 여성들이었다. ‘잘하면 나도 스웨덴 전국 방송 탈 수도 있겠는데...’ 하면서 키 큰 서양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카메라를 찾았는데 놀랍게도 카메라맨, PD, 진행자 모두 여성들이었다.

1968년 스웨덴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 올로프 팔메 총리가 여름휴가를 비스비에서 보내고 떠나기 전 한 시민의 부탁으로 연설한 것이 계기가 되어 48년째 매년 7월3일부터 10일까지 비스비 알메달렌 공원 주변에서 정치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오늘 날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복지국가를 만든 힘은 스웨덴 정치 시스템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상업화가 되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스웨덴 정치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고틀란드로 끌어들여 폐허였던 섬을 풍요로운 섬으로 만든 수준 높은 관광 상품이기도 했다.

‘찍히면 죽는다’ 정치적 소신을 말하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거제시, 마음에 안 든다고 강제로 정당을 해산 해 전 세계로부터 야유와 조롱을 받은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는 그야말로 ‘정치가 밥’ 먹여주고 있었다.
거제도 보다 8배 넓고 인구는 10분의 1도 안 되는 이곳 고틀란드에서 중세의 폐허 속에 붉게 핀 장미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정치박람회’를 경험한 것은 행운이었다. 고틀란드보다 훨씬 매력적인 해안선을 가진 아름다운 섬, 내 삶의 터전인 거제에서도 시민들의 자유롭게 소신껏 정치 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활발한 토론문화를 통해 다양하고 참신한 정책을 제안하여 시민들이 행복한 거제, 서로 신뢰하는 섬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마지막 날이자 고틀란드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열심히 구석구석 훑고 다녔다. 알메달렌 공원 앞 해안가, 큰 나무에 매달려있는 수천개의 분홍색 리본과 Kallis 라고 적힌 수 많은 깃발이 춤추고 있었다. 지난밤 대단한 공연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무대 가까이 갔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클럽으로 선정된 Kallis 라고 적혀있었다.


 칼리스 비치 클럽
매년 6월 말에서 8월초, 중세 폐허 도시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해변클럽은 미리 표를 예매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유명가수와 DJ들이 유럽의 젊은 청춘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결혼 전 친구들과 부산 서면 디스코텍 두어 번, 결혼하고 옥포 코끼리나이트클럽 한 번 간 것 말고는 클럽 출입을 안했으니 그동안 너무 클럽을 멀리한 것을 반성하면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유럽에서 최고라는 해변클럽에서 오랜만에 마이클잭슨의 문워크로 몸 좀 풀어볼까 했지만 의상도 그렇고 동행한 미성연자도 있고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비치클럽은 핑크파티와 화이트파티로 나눠져 있었고 원하는 파티의 표를 끊으려고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줄서 있었다. 정치박람회 왔다가 클럽에서 신나게 즐기는 건지 아니면 클럽 왔다가 정치박람회에 참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후한 고틀란드에 젊은 청춘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고틀란드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중세유적을 보존함으로서 가족단위의 관광객에게 캠핑과 휴식을, 정치박람회를 통해서 정당인, 시민단체,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정치의 장을 마련해주고, Kallis해변 클럽으로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향응을 제공하고 있었다.
약 5억원의 거제시 예산이 들어가는 몇 년 째 고만고만한 행사로 정신없고 복잡하기만 한, 그것도 mbc행사인 ‘바다로 세계로’를 생각하니 씁쓸했다.

숙소 트좌알스 가아드로 돌아갈 버스비를 위해 환전소를 찾아 헤매다 환전차량을 발견했다. 현금인출은 처음이라 우리나라 카드로 스웨덴 돈을 인출 할 수 있을지, 카드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긴장하면서 NH농협 카드를 밀어 넣고 시키는 대로 눌렀더니 500크로나 지폐 한 장이 툭 튀어나왔다.
비스비에 장보러 나온 고틀란드 베컴이 전기 자동차로 우리를 태워주는 바람에 스웨덴크로나를 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풍요롭고 고풍스런 섬, 살아 숨 쉬는 폐허 고틀란드를 떠나 내일 조선업의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스웨덴 말뫼로 떠날 채비를 하고나니 밤 11시, 밖이 훤해서인지 고틀란드 베컴과 이별 때문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7월11일 월요일, 고틀란드 베컴이 불러 준 택시를 타고 트좔스가아드를 떠나 말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면서 ‘혹시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고틀란드만큼 아름다운 거제도를 방문 해 달라’는 문자 남겼다.
-스웨덴 말뫼이야기는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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