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역사에서 특수하다는 이유 외에도, 잘피는 바다 생물들의 서식지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식물입니다. 잘피가 사는 발피밭에는 물고기와 패류 등 여러 종류의 바다 생물들이 알을 낳고 살아갑니다. 특히 진질해마는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잘피밭(진질)을 서식지로 살아갑니다. 세계적으로 산호초 바다가 중요한 생태계로 여겨지는 것처럼 잘피밭도 산호초 바다만큼이나 중요한 생태계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도 잘피 중 일부 종을 보호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7가지 잘피류를 모두 법률에 따라 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잘피류가 통영 앞바다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통영의 어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잘피는 진질이라고도 부르는데, 용남면 화삼리, 동달리 앞바다만 해도 30년 전쯤엔 삼백만평 규모의 잘피밭이 있었다고 어민들은 이야기합니다. 어민들뿐만이 아닙니다. 바다를 끼고 사는 통영의 농민들도 늦여름 잘피들이 바다가로 밀려들면 이것을 <마껌지>라 부르며, 서로 먼저 주워다가 밭에 퇴비로 뿌렸습니다. 소금기를 약간 머금고 있지만,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고, 잡초를 방지해주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꽃개(화포)라는 지명도 꽃개를 가득채운 수많은 잘피꽃에서 유래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지난 7월 5일 해양 생물을 전공한 김철수 박사님을 모시고 용남면 화삼리와 동달리 앞바다에서 잘피 조사를 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 짧게 이루어진 조사여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약 60,000제곱미터의 잘피밭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잘피 종도 몇 가지가 발견되었는데, 정확히 몇 종류가 서식하는지는 추가조사를 필요로 한답니다.
통영시민 여러분, 우리 용남면 화삼리 앞바다, 즉, 견내량 잘피밭을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귀한 식물이 살고 있으니, 이 소중한 바다를 우리가 좀 지키면 좋지 않을까요?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하면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먼저 관광 효과가 있습니다. 통영은 온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이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연경관이 별로 없습니다. 견내량 잘피밭이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되면, 전세계적인 홍보가 됩니다. 람사르협약에 의한 습지보호구역이 되면 유엔의 공식 산하기관인 람사르협약의 홈페이지에 등록되며, 누구나 알 수 있게 됩니다. 순천의 순천만이나 창녕의 우포늪, 제주도의 곶자왈숲 등은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된 후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둘째로, 통영의 굴을 자랑하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잘피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그곳이 세계적인 관점에서 깨끗한 바다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미국 FDA가 인정한 청정바다라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통영 굴의 우수성을 자랑해왔지만, 몇 년 전 FDA 청정구역 해제 사건을 겪는 등, 지금은 청정바다 통영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영바다 중 일부만이라도 국제협약에 의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면 세계적인 홍보수단이 될 것입니다.
셋째로는 중앙정부의 여러 가지 재정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순천만, 우포늪, 제주 곶자왈숲 등은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된 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이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재정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람사르습지구역 지정의 목적은 순수한 보호가 아니라 “지혜로운 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은 오히려 장려됩니다.
견내량 잘피밭을 람사르습지구역으로 지정하려면 통영 시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이나, 어민 여러분들이 지지해 주셔야 하고, 통영시청의 행정적 지원과 시장님의 추진의지도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시민 여러분이 먼저 지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통영도 세계적인 자랑거리 하나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