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
이상호
놓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니 놓아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놓지않으려 제 몸의 전부를 바치는 것들이 있다
스스로는 한 순간도 놓지 않겠다며
한 생을 거는 삶들이 있다
단 한 순간 놓아버리는 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한 순간이 올 때까지 오직 입 앙다물고
세월을 버티는 것들이 있다
내 아버지가 그랬고
내 어머니가 그랬다
<<경남작가 23집>>에서
*시는 확장이다. 확장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복합적이고 중의적이며 중층적이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긴장을 놓지지않고 어디까지 얼마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가? 마치 연을 팽팽히 잡고 있는 연줄같은 긴장.
좋은 시는 사회적상상력, 정치적 상상력, 역사적 상상력, 시공간적 상상력을 최대한 들여와서 자유자재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빨래집게>는 제목 이외에는 단 한 번도 빨래집게가 들어가지 않고도 빨래집게를 집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바람에도 이빨 앙다물고 자기 역할을 다하는, 제 몸 전부가 곧 한 생이고 한 세월인 빨래집게.
있다 있다 있다로 점층시키며 긴장감을 올리는 서술, 빨래집게가 시인의 아버지 어머니이면서도 시인의 부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읽는 사람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일제와 전쟁과 '잘살아보세', 고도의 압축성장 톱니바퀴에 낀 생애. 또 곧 우리들의 삶이 그러할지라.
쉬우면서도 긴장을 유지하고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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