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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울지않는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7.07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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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박현숙

 

번번이 한 울음이 기억되고

그럴 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울음에 숙주가 된 육체를 기억한다네

울음으로 목을 축이고

울음으로 꽃을 피우며

 

그러다가 문득 한 그늘 속에 엎드려 있지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지를 말아주오

 

바통을 잇는 울음이

배갯머리까지 따라오는 날이면

잠시 울음을 품속으로 끌어안지

어느 슬픔이 내려 앉아 마음이 결리는지

울지않는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몸 안에 거두어 두었던 발화를 시작하며

축축한 비문을 새기는 일

어쩌면, 불별 속으로 증발해버릴지 모를 삶이 무서웠던 거야

<<경남작가 23집>>에서

 

*시 쓰기는 공감하기이다.

시 읽기 또한 공감하기이다.

나 아닌 다른 것의 아픔과 슬픔, 타자의 삶에 대한 공감 능력이 많은 시인만이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공감능력은 연습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

세상에 즐거움과 웃음만 있으면 시인은 불필요하리라.

세상이 고통과 슬픔, 모순과 불의로 가득하기 때문에 시인이 필요할 지 모른다. 시인은 타자의 고통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다.

시인은 매미의 울음을 추적한다.

매미는 우는 존재이다.

매미는 울음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존재, 그늘속에 살며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있는 존재다.

누구에게나 '울지않는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슬픔은있다.

<매미>는 매미의 울음을 통해 자기 자신만이 갖고 있는 울음의 근원에 대해 재확인하는 시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물음은 우문일 수도 있다.

모든 숨어서 우는 존재들이여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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