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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모기와 파리
거제도 모기와 파리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6.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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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蚊). / 용재(容齋)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조승모문(朝蠅暮蚊)이란? 아침에는 파리, 저녁에는 모기가 떼를 이룬다는 뜻으로, 소인배(小人輩)가 발호함을 이르는 말이다. 1506년 상문동 유배객 이행(李荇)선생은 더운 여름날 파리와 모기떼를 보고, 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와 파리의 형태가, 현재 조정에서 권력을 잡은 소인배와 다름없다하시며, 난초와 혜초를 군자와 현인에 비유해 혹여라도 한번 더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며, 봉황이 소인배들을 몰아내어 "청명(淸明)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속내를 표현한 작품이다.


七月猶蒸溽 칠월에도 찌는 듯이 무더워
群蚊日暮廻 모기 떼가 날 저물면 찾아든다.
噆膚攢利棘 날카로운 가시처럼 살갗을 물고
亂耳殷輕雷 가벼운 우레인 양 귓전을 맴돈다.
欲起燈還盡 일어나려니 등잔불 외려 다하고
無眠枕屢推 잠이 없어 목침을 자주 밀치노라
嚴霜雖不遠 된서리 내릴 때가 멀지 않지만
蘭蕙恐先摧 난초 혜초 먼저 꺾일까 걱정일세.

[주] 난초 혜초 먼저 꺾일까 : 일반적으로 재사(才士)나 재녀(才女)의 요절을 뜻한다. 여기서는 모기를 소인에, 난초와 지초를 군자에 비겼다.


5). 파리(蠅). / 용재(容齋)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造物偏多忌 조물주는 몹시 시기심이 많나 봐
翻令惡類滋 되레 이런 악한 무리 번성케 하다니
赤頭徵宋賦 적두는 송나라 부에서 징험했고
止棘譬周詩 지극은 주나라 시에서 비유하였지
誰賴蒼刀逐 누가 푸른 칼 휘둘러 쫓아내리요
空嗟白玉疵 속절없이 백옥 흠 끼친다 탄식한다.
願投天地外 바라보니 천지 밖으로 던져 버려
更見鳳來儀 봉황이 와 춤추는 것 다시 보았으면

[주1] 적두(赤頭) :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쇠파리를 소인에 비겨 미워한다는 뜻을 담은 〈증창승부(憎蒼蠅賦)〉에, “더욱 꺼림칙한 놈은 붉은 머리[赤頭]를 한 놈으로, 경적(景迹)이라 부르는데, 이놈이 한번 더럽혀 놓은 음식은 사람들이 아무도 먹을 수 없다.” 하였다.
[주2] 지극(止棘) : 《시경》 소아(小雅) 청승(靑蠅)에, “앵앵거리는 파리여, 가시나무에 앉아 있도다. 참소하는 사람이 끝없어, 사국을 교란시키도다.[營營靑蠅 止于棘 讒人罔極 交亂四國]” 하여, 파리를 소인들에 비겼다.
[주3] 봉황이 와 춤추다(鳳來儀) : 소인배들을 몰아내어 청명(淸明)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簫韶)를 아홉 번 연주하자 봉황이 와서 춤을 춘다.[簫韶九成 鳳凰來儀]” 하였다. 소소는 순(舜) 임금의 음악이다.

◯ 당송 8대가의 한명인 한퇴지(韓退之) 한유는 뛰어난 산문이 일품이지만 시인으로서도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의 잡시(雜詩)에서 풍자하길, "파리와 모기가 귀찮게 굴어도 쫓지 않고 두들기지 않겠다고 했고, 때가 되면 단숨에 쓸려 버릴 것"이라고 했다. 한퇴지의 시에서 유래하여 '조승모문(朝蠅暮蚊)'은 소인배를 가리키는 성어가 되었다. 위 이행의 시 속에서도 은근히 한퇴지(韓退之)의 심정에 동조하며 유배지 거제도에서 다시 우뚝 일어나, 조정에 복귀하여 뜻한 바를 펼치고 싶은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제 이익을 취하기에 급급한 소인배로 인해 고충을 겪는 심정은 누구나 비슷했으리라.
 

6) 거제도 모기(蚊) 역사기록.
요즈음은 거제도에 방역이 잘되고 있어서인지 모기가 별로 없어 다행이다. 그러나 거제도의 산과 들, 바닷가 모기는 지금도 그 용모와 크기가 대단하다. 모기는 약 2,500종(種)이 있고, 암컷의 흡혈(吸血) 습성 때문에 공중위생상 매우 중요하며, 황열병·말라리아·사상충증(症)·뎅기열(熱) 같은 심각한 질병을 옮긴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을 몹시 괴롭히는 해로운 곤충이다.
우리 거제도 역사기록 中, 모기에 관한 글이 고려시대부터 몇 편 전해오는데,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많다. 예로부터 육지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거제도 모기가 무섭고 독하긴 독했던 모양이다.

① 옛날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1168~1241년)가 이사관(李史館)이 거제로 부임하는 길에서 전송하는 서(序)에, "내 본래 들으니, 거제는 남방 끝에 있는데 물 가운데에 집들이 있고, 사방은 모두 호호 망망한 큰 바다이다. 독한 안개가 찌는 듯하고 회오리바람이 그치지 않으며, 여름철이면 벌보다 큰 모기가 떼로 몰려들어서 사람을 깨무는데 참으로 무섭다고 한다." 하였다.  

② 그리고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내용이 있다. 1504년~1505년 교리 이장곤이 고현동 바닷가 근처에서 유배 살 때, 이교리가 마침 볼에 앉은 모기를 부채 안 쥔 왼손으로 때리면서 “지독하다.”하니, 집주인 어부가 “흉악하지요. 여기 모기가 섬모기라도 고성(固城) 모기와 혼인을 아니한다오.”했다. "예전에 말(馬)이 달리 돌기 시작하여 거제현령이 고성 가서 있었던 까닭에 고성 사람들이 지금까지 거제 사람을 업신여긴다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일어서 나갔다". 이후 복권되어 벼슬살 때 이장곤은 "거제 모기가 하도 무섭고 독하여, 고성모기와 짝짓기도 안한다"고 했다.  

③ 정황(丁熿,1548년~1560년 거제유배)선생의 유헌집(游軒集)에 실린 계룡산시(鷄龍山詩) 내용 중에, 거제도에는 "찌는 무더위와 저지대 습기가 많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떼를 지어 날아다녀 손뼉을 쳐도 쓸데없고 비린내와 노린내가 뒤따라 풍긴다"[蒸暑卑濕憎蚊蚋 羣飛拍空逐腥羶]고 적고 있다.  

④ 1506년 상문동 유배객 이행(李荇)선생의 '모기(蚊)'라는 시편에서 말하길, "칠월(음력)에도 찌는 듯이 무더워, 모기떼가 날 저물면 찾아든다. 날카로운 가시처럼 살갗을 물고 가벼운 우레인 양 귓전을 맴돈다"[七月猶蒸溽 群蚊日暮廻 噆膚攢利棘 亂耳殷輕雷]고 하니, 예로부터 거제도 모기가 독하긴 독했던 모양이다.
 
◯ 조선후기의 학자 이덕무(李德懋,1741년~1793년) 선생은 모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기의 모양은 날개와 다리는 가늘고 약하며 주둥이는 코끼리 코처럼 길어서 앉아 있을 때는 반드시 주둥이로 버티고 날개는 들고 다리는 뒤로 빼서 처음에는 ‘주둥이가 꽃모양 같다[花喙]’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음력 8~9월이 되면 다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벽에 앉아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하나의 주둥이 끝이 더부룩한 것이 마치 연꽃 같았다. 이에 비로소 꽃 같은 주둥이[花喙]라 한 말이 잘된 비유임을 알았다. 그 후 양승암(楊升菴, 楊愼)의 《단연록(丹鉛錄)》을 보니, “안개가 피어날 때면 게와 자라가 살이 빠지고, 이슬이 내릴 때면 모기 주둥이가 터진다.” 한 말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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