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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학살, 양서류 로드킬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학살, 양서류 로드킬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7.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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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호 거제초등학교 교사, 하늘강동아리 운영

죽음을 숫자로 표기한 도로가 있다. 숫자의 이유가 독하다. 알을 낳으로 산에서 내려 온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한 숫자다. 도로 건너편에 두꺼비가 대대손손 산란장으로 이용한 저수지가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 산란장으로 이동하다가 로드킬 당했다. 358, 358번째 두꺼비의 로드킬을 의미한다. 올해 확인된 봄 산란철 두꺼비 로드킬 마지막 기록이다.

▲ 세계 최초로 두꺼비의 죽음을 숫자로 세긴 도로. 로드킬 위치와 숫자를 표시한 글씨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광양시 진성면 백학로 비촌 마을 앞 도로의 일이다. 2015년부터 광양만녹색연합이 비촌마을 두꺼비 로드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광양만녹색연합에서는 두꺼비가 로드킬을 예방활동 및 구출 활동을 했다.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요청하는 현수막도 붙이고 산란을 위해서 내려온 두꺼비들을 구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올해 구출한 두꺼비만 450여마리가 된다.

관심과 노력에도 올해 많은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했다. 올해는 로드킬 당한 위치에 숫자를 세겼다. 우리시대의 슬프고도 잔인한 현장의 기록이다. 집중적으로 로드킬 당한 위치는 도로 약 50m 구간이다. 두꺼비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이고 건너편 산란장 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도로다. 이 도로가 생기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두꺼비가 로드킬 당했을까?

두꺼비 잘못일까? 수 억년 동안 봄비가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비촌마을 앞 저수지로 가기 위해 산을 내려온다. 두꺼비는 느릿느릿 길을 건넌다. 달려오는 자동차가 있어도 가는 길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도로가의 두꺼비는 로드킬에 취약하다. 두꺼비는 부모에게 물려 받은 본성으로 산으로 오르고 산란철에 내려 왔을 뿐이다. 알을 낳기 위해서 죽음을 감내하고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저수지로 가야 한다.

모든 생물들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봄철 양서류 로드킬은 일반 다른 동물의 로드킬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봄철 알을 낳으로 나온 두꺼비와 산개구리들이 로드킬 당한다. 알을 품은 두꺼비 1마리가 로드킬 당할 경우 2000개에서 10000개의 알들도 동시에 죽는다. 1마리의 산개구리 암컷이 로드킬 당하면 400개에서 1200개의 알들이 동시에 죽게 된다. 봄철 양서류의 로드킬 단순한 한 마리의 죽음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학살이다.

로드킬의 원인은 인간의 욕망이 제공했다. 두꺼비가 대대 손손 살고 있는 산 기슭 아래 아파트를 짓고 집을 지었다. 그곳은 두꺼비의 서식지고 보금자리다. 두꺼비와 개구들의 땅이다. 산에 더 가까이 더 편안하게 가기 위해 찻길을 내고 아스발트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수천년 동안 두꺼비가 알을 낳기 위해서 산을 오르고 내린 길이다. 욕망과 욕심으로 양서류들의 서식처를 인간들의 주거지역으로 만들고 사람들만을 위한 길을 만든 결과가 양서류의 로드킬이다.

▲ 경남양서류네트워크가 제작한 로드킬의 잔인함을 알리는 홍보자료

양서류와 두꺼비의 로드킬이 더 지독하고 슬픈 이유는 또 있다. 차를 타고 두꺼비를 개구리를 로드킬 시킨 사람들이 자기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두꺼비와 개구리는 작고 차는 크고 튼튼하고 강하다. 봄비가 내리는 날 산과 인접한 길을 가면서 운전자들은 자기가 로드킬을 했는지 느끼지도 못한다. 느끼지 못하고 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나쁘다'라는 속담처럼 잔인한 일들이 계속 일어 나고 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활동을 2016년부터 시작했다. 봄철 양서류의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고 양서류와 서식지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2016년에는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26개 단체가 참가를 했다. 2017년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파주 철원등 전국에서 36개의 단체들이 참여 했다.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다. 공공현수막대에 양서류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 로드킬이 일어나는 현장에 양서류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참여 단체들은 양서류 운동을 하는 단체만 참가한 것이 아니다. 학교, 마을자치회, 시민단체, 환경단체, 개인들이 참여를 했다. 양서류의 로드킬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아야만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양서류 로드킬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 했기 때문이다. 현재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활동은 우리 나라 양서류 보호를 위한 가장 대중적인 활동 사례다.

▲ 2017년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에 참여한 하늘강동아리 현수막

전남양서류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특별한 퍼포먼스를 했다. 숫자가 기록된 현장에 꽃과 별을 붙여 주는 퍼포먼스다. 안타깝게 로드킬 당했지만 다음 생에서는 별과 꽃이 되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맘을 담는 활동이다. 두꺼비의 로드킬이 표시된 자리에 꽃과 별을 붙였다. 잔인한 죽음에 대한 미안함과 죽음에 대한 슬픔들이 교차했다. 두꺼비가 로드킬 된 숫자가 너무 많다. 준비해 온 별과 꽃을 현장에 붙였지만 여전히 잔인한 학살을 알리는 숫자들을 가려지지 않았다. 더 많은 관심과 더 적극적인 참여만이 저 숫자들을 줄일 수 있다.

퍼포먼스 활동이 마무리되고 나서 하늘강 아이들과 올해 마지막으로 로드킬 된 현장을 찾아 갔다. 348번, 올해 마지막으로 로드킬 된 두꺼비의 이름이다. 그 자리에 꽃송이를 붙였다. 이 꽃송이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잔인한 일이기 때문에 멈추어 한다.

모든 생명은 중하다. 개구리 두꺼비의 생명 또한 중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이 운동을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 운동이라고 부른다. 양서류를 구하는 1004 운동이란 '100마리의 올챙이와 4개의 양서류 알덩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자'는 운동이다.

사람들이 말라 죽어가는 올챙이와 위험에 처한 양서류 알덩이를 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 줄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있는 사회는 사람과 둘레 모든 생명들이 행복한 세상이다. 양서류를 구하는 1004 운동은 양서류를 생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로드킬이 일어나고 있는 진상면에서 두꺼비에 대한 설화가 전해 오고 있다. 설화에 의하면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섬거(蟾居)마을’에 살던 수십만 마리 두꺼비들은 고려말에 왜구가 쳐들어 왔을 때 섬진나루 몰려와 울부짖어서 왜구를 물리쳤다고 한다. 울부짖음으로 왜구를 멈추게 했던 두꺼비들이지만 달려오는 차들은 멈출 수 없다. 로드킬은 차를 모는 사람들만이 멈출 수 있다.

▲ 광양만녹색연합에서 2017년 348번 마지막 로드킬 숫자

▲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제작한 1004운동 안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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