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갤러리 거제 개관 기념 특별전 제2부
갤러리 거제 개관 기념 특별전 제2부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6.01 2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 거제(Gallery Geoje)가 6월 2일(금) 오후 7시에 개관기념특별전 제2부 ‘조형: 의식의 지향성(Directivity of consciousness)’전시를 개막한다.

갤러리 거제는 도심의 전통과 현대미술의 융합으로 문화예술 생태를 새롭게 조성하여 우리 지역민에게 미술문화 향유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6월2일 오후 7시 개막식에는
철鐵을 이용하여 조형적인 미美와 인간 내면의 의식을 일관된 방향으로 제시하며 작업하는 강동현과 김현득, 노순천 등 세 명의 작가를 초청하여 ‘의식의 지향성(Directivity of consciousness)’이라는 주제로 개관기념전 제2부를 마련하였다. 세 작가의 내면에 대한 인식은 차갑고 딱딱한 철을 더없이 부드럽게 가공하여 독창적인 방법에서 그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조각(彫刻)이란 나무나 돌에 새겨 무정형 그대로의 덩어리를 변형시키거나 진흙 또는 밀납 같은 재료로 형태를 만들어 구체화한 작품을 말한다. 그러나 ‘철조(鐵彫)’라고 불리는 ‘용접조각(welded sculpture)’은 산업혁명 이후 중공업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으로 철이 생산되면서 조각의 재료와 기법으로 등장하게 된다. 1912년 피카소는 ‘기타’ 연작 중에 함석 조각과 철사를 이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데, 조각과 회화의 중간쯤에 있는 ‘공간에 구성을 위한 드로잉’이다. 용접기법에 의한 철 조각은 피카소와 곤잘레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피카소는 1928년 곤잘레스의 도움을 받아 ‘철사로 된 구성’과 오브제를 용접하여 제작한 ‘황소머리’, ‘정원의 여인’ 등을 제작하였다. 같은 해 곤잘레스는 ‘돈키호테’를 제작하였는데, 주조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훨씬 단축하고 더 선적이고 가냘픈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의 최초 용접조각을 선보였다. 더욱이 알렉산더 칼더는 1932년 철을 재료로 부드러운 바람에도 무게를 잃고 허공을 떠오르게도 하는 ‘움직이는 몬드리안’, 즉 ‘모빌’을 제작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에는 세계 여러 작가에 의해 철 조각의 연구와 제작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또한, 거대한 도시공간에 어울리는 환경조각의 소재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철 조각은 현대조각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에서 6ㆍ25전쟁 이후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던 젊은 작가들은 뜨거운 불로 단단한 철을 녹여가며 시대의 아픔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매료되었다. 당시에는 용접조각이 새로운 기법으로 현대적이라고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아방가르드라고 여겨지던 추상적인 조각을 이 용접을 이용하여 쉽게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철은 1950년대 한국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 재료 중의 하나로 등장하였고, 1960년대에 크게 유행하였다. 오늘날 금속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현대조각에서 철은 다른 유형에 비해 매우 높은 ‘성취기능’을 가진다. 그것은 열에 의한 처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표면을 처리하는 가능성 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강동현은 ‘공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일관된 작업을 한다. 동물의 형태에 식물이 자라며 뻗어 나가는 모습을 강제적으로 결합한 ‘공존의 숲’은 자연의 본질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게 하며 채움과 비움 등 생명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스테인리스 스틸봉을 용접하여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그물망으로 서로 이어 전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의 형상이 드러나도록 표현한다. 그러나 윗부분은 완전히 연결하지 않고 열어두어 내부와 외부의 관계성을 모호하게 하여 관람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은 물론 주변의 환경까지도 비치도록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하였다. 연약한 사슴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숲을 찾듯이 동물의 형태는 은신처의 이미지도 함께 품고 있다. 작가는 “내가 바라보고 또 느낀 ‘관계’가 주제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여도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 관계를 ‘공존의 숲’이라는 테마로 표현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강동현의 이 관계는 “인체의 혈관, 식물의 세포,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기기의 전자파, 통신망, 도로, 항로와 항공로처럼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들이 뫼비우스 띠처럼 끝과 시작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실타래처럼 서로 헝클어져 있지만 나름대로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환경 안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구도 속에 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키워드 중의 하나인 ‘공존’은 지속 가능한 상호협력 관계를 말하며, ‘숲’은 그러한 협력이 일어나는 장을 말한다. 동물이 죽으면 다시 숲으로 돌아가 환경을 비옥하게 하고 또 다른 생명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김현득의 고향은 통영이다. 그는 지금도 통영에서 작업하며, 어릴 적부터 봐왔던 통영의 바다풍경은 조형탐구의 자연스러운 대상이 되었다. 단순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파도의 물결과 세워진 나룻배, 갈매기의 한쪽 날개 등 단순한 선과 덩어리로 표현된 그의 작품에는 조형탐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김현득 작가는 “내 작업은 철저히 손에 의존해왔다.”라고 말한다. 김현득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차갑고 거칠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철鐵은 작가의 손끝에서 뜨겁게 달구어지고 더없이 부드럽고 다양하게 가공되어 작품으로 변모한다. 그의 ‘기억 속으로’는 실용성을 완전히 배제한 나무와 철을 결합한 작품이다. 쪽배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무거운 철을 결합하였다. 앞부분은 배의 형상으로 뒷부분은 보호를 위해 마감 처리하듯 단순하게 연결하였고, 또한 속을 파내어 결코 물 위에 뜰 수 없다. 이 작품은 나무 일부만 속을 파내어 처리함으로써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김현득 작가는 통영에서 접하기 어려운 조각전시를 기획하는 등 지역 미술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으며, 늘 한결같은 창작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다.

 
 

흔히 드로잉이란 채색을 이용하지 않고 종이 위에 연필로 습작이나 그림의 준비과정에서 하는 작업을 말한다. 노순천의 작품은 선線에 집중하여 드러내는 이런 드로잉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밑그림으로 가볍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선과 색으로 완성된 이 드로잉에서 작가의 조형의지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평면적인 드로잉을 여러 굵기의 철사를 이용하여 마치 종이 위에 연필로 드로잉하듯 사람들과 사물을 3차원적인 공간 속에 그린다. 이 드로잉은 회화가 아닌 조각, 평면이 아닌 공간에 그리는 작업이다. 굵기가 다른 철사를 자르고 자연스럽게 구부린 선을 서로 용접하여 형태를 만들어 내는 ‘공간 드로잉 조각’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이고, 그는 작품의 재료인 굵은 철사를 종이 위의 선처럼, 공간을 종이처럼 다룬다. 작가는 “흐르는 강물 일부를 두 손으로 떠내듯 흐르는 생각이나 감정 일부를 표현하려 한다.”라고 말한다. 이번에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거대한 인체이지만 때로는 변형되어 있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는 서술성을 배제한 조형의 매우 기본요소인 선 그 자체만으로 매우 감각적인 작업을 보여주는데, 내면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조형의 소통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세 작가의 조형의식 속에는 철이라는 재료가 가진 예술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세계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거제의 개관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공간 속에 예술이 매개가 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냈다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며, 삶과 예술이 어우러진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시는 7월 2일까지 계속되며, 7월 9일에는 일본작가 갠마 히사타카(源馬 久崇)의 초대전을 개최할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