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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내 아이
게임에 빠진 내 아이
  • 김영희 기자
  • 승인 2014.05.0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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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상황에 맞는 대응이 탈출구

게임에 빠진 내 아이

아이 상황에 맞는 대응이 탈출구

 
중간·기말고사가 끝난 뒤 아이들이 PC방으로 몰려가는 것은 흔히 보는 풍경. 청소년 사이에 게임은 친구와 소통하는 도구이며, PC방은 교류의 장이다. 하지만 엄마들은 게임 세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낯설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몰입할까 봐 걱정이다. 게임에 빠져든 원인과 벗어날 수 있는 환경, 적절한 대처법을 찾는다면 내 아이도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다.
사례로 알아본 '게임 중독에서 구한 내 아이'
1 전문 기관 도움으로 게임 시간 기록과 쉬는 날 실천
고2 상진이(가명)는 부모의 잦은 싸움으로 집에 있는 게 불편해서 PC방에 간 경우.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와 처음 컴퓨터게임을 시작한 이래, 방과 후에는 으레 집 대신 PC방으로 향했다. PC방에서 만난 형들의 게임 실력을 부러워하며 점점 게임에 몰입, 중학생 때는 하루 5~10시간씩 PC방에 머물렀다. 상진이에게 PC방은 게임만 잘하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아지트였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게임에 빠진 아이를 보다 못한 부모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상담을 신청했다. 상진이는 인터넷 중독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상담사의 지도로 매일 수첩에 게임 시간을 적고, 일주일 중 하루 게임을 쉬는 날을 실천하며 게임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지금은 반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올랐다.
Advice 자신의 게임 중독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상진이는 본인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때로 전문 상담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2 특목고 진학이란 목표 설정
착실한 모범생에 성적도 최상위권이던 중3 현수(가명). 중2때 친구들과 몇 번 PC방에 드나들며 게임 하는 재미에 빠졌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승부욕이 강한 현수는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있는 롤(League of Legend) 게임에서 단기간에 높은 레벨에 도달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게임에 빠져들수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성적은 떨어졌다.
엄마는 현수가 게임에 빠져든 것이 성취할 단기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 특목고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우도록 설득했다. 현수는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한 학습 계획을 짜고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 학교 공부 외에 많은 학습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게임으로 낭비한 시간을 보충하려면 잠잘 시간도 부족했으므로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게임 장면을 지우며 마음을 다잡았다. 또 비슷한 목표가 있는 친구들을 사귀며 게임에서 멀어졌다.
Advice 현수는 다행히 게임을 통해 얻은 성취감이 학업 성취감으로 전환되었다. 많은 청소년이 학업 스트레스로 게임에 빠지는데, 자기만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취감 얻기 힘든 현실 대신 게임의 세계로?!
오락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까 봐 걱정하는 것은 엄마들의 공통된 심정. 집에 성능 좋은 컴퓨터가 있고, 곳곳에 PC방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게임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은 이런 환경적 요인 외에 심리적 요인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 연구원은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을 분석해보면 목표가 뚜렷하지 않거나, 부모와 의사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우울이나 외로움 등 부정적 정서가 형성된 아이, 충동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도 게임에 쉽게 빠진다. 개인적 특성 외에 여가 활동 부재,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적 원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한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얻기 힘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학업 성적은 잘 오르지 않지만, 게임 등급은 잘 오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우는 캐릭터가 성장할 때나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성취감에 도취된다. 자연히 몰입도 가 증가하면서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아진다.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보면 잠이 부족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 신서고 구명숙 교사는 "새벽까지 게임 하느라 잠을 설친 아이들은 지각하기 일쑤고, 수업 시간에 교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몇시간씩 엎드려 잔다. 교사를 바라보긴 하는데 초점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당연히 성적에도 관심이 없다. 안타까운 마음에 대화를 시도하지만, 아이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 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전한다.
게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 연구원은 "청소년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주위 환경이나 자극에 민감하므로, 부모님이 아이의 심리 상태에 대해 듣고 공감해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게임을 단번에 끊도록 강요하기보다 게임 이용 규칙을 만들고,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짜는 게 효과적이다" 라고 조언한다.
3 게임은 내 길이 아님을 깨닫게 하기
일하는 엄마를 둔 중3 윤수(가명)는 초등학생 때 엄마가 없는 집에서 컴퓨터와 놀았다. 자연스레 게임 시간이 늘었다. 윤수 엄마가 아들이 게임에 빠진 사실을 안 계기는 통장 해킹 사건 때문.
통장에서 전화료 수십만 원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하고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는데, 조사 결과 아들의 컴퓨터게임 친구가 해킹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엄마는 윤수를 야단치는 대신 게임을 실컷 하도록 내버려둔 뒤, 게임대회에 내보냈다. 수상권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윤수는 이후 게임에 시큰둥해졌다. 몇 달 동안 엄마의 허락을 받고 질리도록 게임을 하고 나니 미련도 없었다.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수상권에 들지 못한 자신의 실력이 실망스러웠고, 게임 하는 재미도 잃었다.
Advice 게임을 실컷 하게 두는 것은 위험하다. 게임에 빠져 지낸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게임 시간을 줄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해킹 사건을 게임 중독의 위험성과 정보 윤리에 대한 자녀의 인식을 돕는 기회로 삼고, 자녀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 미디어 사용 관련 규칙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4 가족이 함께 운동과 책 읽기로 치유
결혼 7년 만에 낳은 태민(가명·고2)이. 귀하게 얻은 아들이라 태민이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줬다. 게임 하느라 먹는 것도 잊은 태민이는 야위어갔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부모는 아이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옮겼다. 유해 사이트 차단 시스템을 깔고, 두 시간이면 자동으로 꺼지는 장치도 했다.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태민이는 PC방을 찾아다녔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 지갑에 손대는 일이 반복됐다.
태민이가 달라진 것은 아빠가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면서부터. 아빠와 함께 등산 축구 농구 등을 했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었다. 아빠는 태민이가 게임 할 때 옆에서 응원도 해줬다. 엄마도 일찍 퇴근해 간식을 만들어주며 애정을 쏟았다. TV를 없앤 거실에서 가족이 책을 읽으며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렸다. 1년간 지속된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으로 태민이는 한 시간 정도 게임 하고 컴퓨터를 끄는 자제력이 생겼다.
Advice 게임 중독을 치유하는 일등 공신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가 게임 할 때만큼 집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관심 분야를 찾도록 지도하기 권한다.
게임 중독은 이용자의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와 부모가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는 게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키울 수 있다. 게임 중독 상태가 심각한 경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www.iapc.or.kr)나 사설 상담 센터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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