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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3.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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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ㅡ고은

 
요즘 산속에는 봄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꽃구경 가서 이 골짜기 저 골짜기 꽃 찾아다니다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꽃에 팔려 길을 잃고 몇 시간을 헤맸습니다. 헤매다가 귀한 꽃, 수 만송이 꽃이 은하수처럼 빛나는 군락지를 만났습니다. 꽃 길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을 때 꽃을 만난 기쁨이 컸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길을 발견하는 역설이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는 길을 잃기 시작한 그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길을 찾는 방법인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되돌아온 바로 그곳에도 그 꽃이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분명히 지나칠 때는 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갈 때 보’는 경우는 흔합니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많습니다. 꽃잎은 햇빛이 있으면 피고 없으면 다뭅니다. 종류에 따라 핀 자리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낮(12시~오후3시)에 활짝 핍니다. 때문에 같은 길을 걸어도 아침나절이나 햇살이 질 때는 꽃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장소지만 생태적인 이유와 시간성에 따라 꽃을 볼 수도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경험해 봐야 볼(알)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김소월의 시 ‘부모’의 한 구절,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을, 네가 부모 되어서 살아보리라’와도 이어지는 이야깁니다. 열심히 찾는다고 보이지 않고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잘 나갈 때, 승승장구할 때는 보이지않던 것이, 어려울 때, 상황이 안좋을 때 보이기도 합니다. 젊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나이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오르내리는 길은 인생의 길을, 꽃은 깨달음을 은유하기도 합니다. 짧은 몇 줄의 시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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