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주목나무
산속에 산이 되어버린 나무가 있다
죽어서도 살아 있고 살아서도 죽어 있는
나무가 있다
소백산 등줄기마다 맨살의 눈부신
글자 없는 묘비명 서 있다
학의 공동묘지에 세워야 할 백비 있다
오늘도 산꾼들 쉼없이 오르내린다
아무도 글자 없는 백비 해독한 이
없었다
산까마귀 울음 차가운 소백산 가면
눈 맞고 서 있는 미이라가 된
나무가 있다
김종원 시집 <<지심도 동백꽃>>에서
주목나무는 상록침엽교목(잎이 지지않아 늘 푸르고 잎은 뽀족하며 키가 큰 나무)이다. 주로 태백산 소백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의 고산지대에 산다. 주목은 몸집이 장대하고 오래 살아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로 주목 받고 있다.
시인은 소백산 등줄기에서 고사목이 된 주목나무에서 ‘외롭고 높고 쓸쓸’하면도 단단한 정신을 얻어왔다. ‘죽어서도 살아 있고 살아서도 죽어있는’ 고사목은 삶과 세계의 양면성과 존재의 본질을 건드린다. 삶과 죽음은 교차되고 상호침투한다.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지 않은 인간세를 비유하기도 한다. 비루하고 삿된 세상에서 고고한 정신은 죽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주목나무는 산에서 났지만 산이 된다. 진흙밭에서 난 연꽃이 진흙밭을 꽃밭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높은 정신은 시간에 구애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공간이웃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글자 없는 흰 묘비명(고사목)이 말하지 않고 해독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시는 좋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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