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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秀魚)에 대한 단상(斷想)과 한시(漢詩).
숭어(秀魚)에 대한 단상(斷想)과 한시(漢詩).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4.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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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불에 구워 김치에 싸먹었던 숭어 맛을 잊지 못해 요즘도 가끔 친지들과 숭어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숭어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과 같은 생선이며, 숭어는 추울수록 잘 잡히고 제 맛이 나는 생선이다.
○『경상도속찬지리지』(1469)에 수어水魚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수어秀魚라기록되어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토공 및 토산조에는 수어秀魚와 비슷한 음의 수어水魚, 首魚로 기록되어 있다.

○'鯔魚(치어)'는 '숭어'의 한자 이름. '秀魚(수어)'라고도 적지만 우리말을 비슷한 소리대로 적은 것일 뿐이다. 鯔는 魚와 甾(꿩 치)로 이뤄진 글자. 甾자가 들어가면 보통 검다는 뜻이 있다. 검은 고기 鯔魚는 달리 烏支(오지) 烏頭(오두) 烏鯔魚(오치) 黑耳鯔魚(흑이치)라고도 한다. 숭어는 척 보면 등이 灰色(회색)을 띤 靑色(청색)이고 배가 銀白色(은백색)이다. 그런데 왜 烏(까마귀 오)나 黑(검을 흑)이 이름에 들었을까? 지느러미 부분이 검기 때문이다.
○숭어는 민물과 짠물을 오가는 바닷고기. 그래서 河口(하구)처럼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汽水域(기수역), 이도저도 아닌 곳에 사는 中間子(중간자)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숭어 새끼는 봄이면 어마어마한 무리를 이뤄 민물로 거슬러 올라온다. 河口堰(하구언)이 생기기 전, 보리 익을 무렵에 乙淑島(을숙도)를 비롯한 낙동강(洛東江) 하구(河口)는 어마어마한 숭어 떼가 장관이었다. 이때 숭어는 눈에 우윳빛 꺼풀이 덮여 눈이 먼다. 숭어를 白眼(백안), 곧 '흰 눈'이라고도 하는 것은 이런 생리 탓이다.숭어는 농어목 숭어과로 전세계적으로 온대와 열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수어(水魚), 수어(秀魚), 출세어라고도 하며 어릴 때에는 '모챙이'라고 불린다. 또한 숭어의 맛은 계절마다 다르다. 봄·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밍밍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이 올라서 고소하다.

○ 秀魚(수어)는 숭어로 읽게 된 일은 중세 국어의 'ㆁ'(옛이응) 때문이다. 옛이응은 이응에 꼭지가 달린 글자. 옛이응은 初聲(초성) 즉, 첫머리 자음일 때 앞에 다른 소리가 있으면 앞소리에 가서 붙어버린다. 訓民正音(훈민정음)을 創製(창제)할 무렵 우리 조상님들은 魚를 '응어'라고 읽었을 게다. 그래서 魚(부어)는 붕어, 鯉魚(이어)는 잉어, 沙魚(사어)는 상어, '노어(鱸魚)'는 '농어'가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는데 그 모양이 길고 빼어난 때문이다. 건수어(乾秀魚 : 마른 숭어 ), 방언 : 모치, 모갱이, 준거리, 목시락.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 숭어알로 만든 ‘어란’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인데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생산량이 많지 않은 귀한 것인데다 고급스러워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집에서 술안주로 사용됐다. 한방에서는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높게 친다.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고, 황필수의 「방약합편」에서도“백약(百藥)을 기(忌)하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적고 있다.

○《자산어보》에는 치어라 기재하고, 숭어의 형태·생태·어획·이명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라고 하였다. 숭어는 예로부터 음식으로서만 아니라 약재로도 귀하게 여겼다. 또 고급 술안주로도 이용하였는데 난소를 염장하여 말린 것을 치자(子)라 하여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하였다고 한다. 《난호어목지》에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고 하였다. 유득공(柳得恭,1748~1807)의 '숭어(鯔魚)' 한시를 읽어보자.
鯔長一尺餘, 숭어의 길이는 한자 남짓,
魚中最秀雅. 물고기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이라,
本艸劇稱佳, 본초에서 맛있다 칭찬하지만
産於東海者. 기실 동해에서 나는 물고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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