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거제시장애인기관 자살사건 재수사 불가피
거제시장애인기관 자살사건 재수사 불가피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11.15 2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서에서 횡령, 비리, 배임 주장...거제시 무대응 '빈축'

 문제가 된 거제시중증장애인자립센터 전경사진
지난달 발생한 거제시 장애인기관 권모 사무국장의 자살사건과 관련 경찰은 '신변비관'으로 결론 내렸으나 고인의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경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서에는 해당 기관의 비리, 배임 등의 주장이 담긴데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서를 은폐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15일 11시 장애인 자립센터에서는 권모씨의 유서 발견에 따른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손모 센터장은 "고인과 유가족, 장애인 여러분께 사죄와 용서를 구한다"면서 "그동안 맡고 있던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손 센터장은 3개의 장애인단체 장을 맡고 있는데 14일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당초 기자회견 주최자는 '거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장애인 분과 및 거제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일부 회원'이었으나 실제 회견은 기관장이 나서 기자들이 의아해 했다.

이에 대해 자살사건과 관련, 직원들과 기관장간의 갈등이 있었으며, 직원중심의 기자회견을 안 기관장이 긴급하게 사퇴입장을 밝히면서 사태수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유서형식의 글은 '한 세상 잘 살다 갑니다'(A4 2장)이며, 사직을 결심한 이후 쓴 것으로 보이는 '퇴사를 앞둔 시각에서'(A4 2장) 도 공개됐다. 두 글에서 고인은 센터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글에서 고인은 '5년동안 몸담으면서 신경성 스트레스와 탈모와 녹내장을 감수하면서 센터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소장의 전횡과 비리, 불법, 배임에 더 이상 참을 수도 그러한 시간도 없기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깁니다'라며 단순 신변비관 자살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적법 절차없이 센터를 운영중이다. 형사고발하려다 관둔다. 월급받는 상근이면서 근무하지 않았다. 행정기관서 단속 좀 합시다. 거제지역 장애인복지가 제발 깨끗해 졌으면 좋겠다' 등을 적고 있다.

고인은 '6년동안 센터관계자들과 교류를 통해 자립이념, 철학,스킬, 센터운영 등에 대해 고민과 실천을 위한 기반다지기를 했다.변화를 요구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며 그간의 노력과 그 노력이 배척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사회를 맡은 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은 "고인의 자살사건에 대한 사실을 밝히고 장애인 단체와 종사자 들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질의답변에서 손 센터장은 "질의 답변은 변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에 하기 않겠다"고 말했으나 "유서내용에 대해 50%정도는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유서내용을 기사회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유서는 11일 경찰이 압수해간 컴퓨터를 돌려받은 때 발견 됐다"면서 "유서 등의 수정여부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 경찰이 재수사중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고인의 유서 등 문서의 은폐의혹이 있어 유가족들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센터장의 해명과는 달라 사건의 파장을 예고 했다.

이같은 유서의 발견과 정황에 따라 당초 신병비관자살로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경찰에 대해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인의 유서가 던지는 파장이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거제시의 안일한 상황인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배임, 비리 등을 주장하는 유서가 발견된 만큼 기관에 대한 감사나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오늘신문>의 질문에 대해 "그럴 계획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장이 단체를 4개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없었다고 해서 배임이라고 할 수 없다. 회계상 문제가 없었고 행사, 업무추진 잘 해왔다"면서 "감사 등 조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문제의 센터에 연간 1억 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센터장은 월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왔다.
이같은 거제시의 반응에 대해 사회복지계 관계자들은 "고인이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고발하고 있는데도 지도 감독기관이 감사나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밝히고 장애인 단체들이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시복지관에서 해고된 한 직원은 "3회 이상 경남도와 시 감사를 받고도 법인 교체 이후 2차례 특별감사를 받아 그 결과 3명이 해고 되고, 2차례 검찰에 고발됐으나 무혐의처분 받은 바 있다. 노동위원회에서 6번이나 해고무효 판정을 받았는데도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고 상기시키고 거제시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문제가 드러난 장애인 센터에 대해 감사나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행정의 봐주기나 직무유기 아니냐"면서 "공정해야할 행정이 친소관계에 따라 관련기관을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특정인을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신병비관'으로 자살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고인을 두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고 했다.

한편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거제시 중증장애인 자립센터 권 모(41)사무국장은 지난 10월 17일 아침 7시경 자신이 일하던 건물 복도 난간에서 목을 매 숨진채 직원에게 발견됐다.
<거제뉴스광장>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장애 악화로 인한 신변비관 자살'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센터 개소때부터 사무국장을 역임한 권씨는 지체장애(2급)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며 미혼으로 부모없이 혼자 살았다. 지인들에 따르면 삼촌 등의 뜻에 따라 고인은 사망 다음날인 18일 장례식도 없이 화장됐다.

*<일부수정> 11.16.4.24  이와 관련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고인의 유서 등 문서의 은폐의혹이 있어 직원들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에서 '직원들이'를 '유가족들이'로 수정

 기자회견에는 많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눈시울을 붉히며 시종 침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