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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 '유리섬유공장' 3자협의로 해결 모색
유계 '유리섬유공장' 3자협의로 해결 모색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1.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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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주민 대표-권민호 시장 면담...행정 조정능력 시험대

'유리섬유공장' (주)한국카본의 이전을 요구하는 하청면 유계리 주민 대표와 권민호 시장이  14일 거제시청 열린시장실에서 만났다.

하청면 유계리 '유리섬유 공장' (주)한국카본 가동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주민 대표와 권민호 시장간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고, 도중에 간담회가 중단되는 진통 끝에 주민-사업자-거제시 간의 3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논의를 계속하자는 데는 동의했다.

14일 오후 4시30분 거제시청 1층 열린시장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박광호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대표 4명과 권 시장, 강윤복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이 참석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주민 대표단은 "마을 주민들이 흥분된 상태라 집단적으로 와서는 이야기가 어려워 대표단을 구성해 왔다"고 간담회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주민 대표 이춘재씨는 유리섬유의 폐해을 인정한 2002년 서울고법의 판결문을 내보이며 무해성을 주장해 온 한국카본과 거제시의 입장을 반박했다.

인천 고잔동 유리섬유 공장 주변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유리섬유 가루가 주민에게 날아가거나 지하수맥을 통해 물을 오염시킨 점이 인정된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법원은 유리섬유의 무해 입증이 오염유발자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주민들은 "공장이 위치한 곳은 유계마을 심장"이라며 "공장 이전만이 주민이 살 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또한 "예전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쇳가루는 그래도 몇 년을 꾹 참아왔다"며 "유리섬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유계들판 한복판에 유리섬유 가루가 날리는 걸 어떻게 그냥 못 본체 할 수가 있겠느냐. 예전대로 그냥 살게 해달라는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마을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단 하나, 공장 이전 뿐이다. 다른 대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진시설 강화 등 시설개선을 통한 타협에는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광호 집행위원장은 "사업을 못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공장이 들어설 곳이 있고 들어서서는 안되는 곳이 있다. 우리는 유리섬유 공장이 산업단지 안으로 옮겨가 달라는 것이다"라며 시가 공장 이전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이미 공장 쪽에서도 주민 반대로 기업활동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있다. 죽어도 여기 있겠다가 아니라 좋은 부지가 있으면 옮겨 가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시가 조금만 도와주면 길이 있다"며 거듭 시의 중재를 요구했다.

권민호 시장은 "문제를 들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달리 갈 곳이 없다. 설사 다른 곳으로 간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받아 들이겠느냐. 그렇다고 시장이 공장을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공장을 국가산단으로 이전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가산단은 사등면 사곡만에 건립될 예정인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을 일컫는다.

주민들은 권 시장의 말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업주도 부지가 있다면 이전할 뜻이 있다 했고, 조선경기 불황으로 산업단지 내에 빈 공장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왜 시는 이전을 위한 중재를 할 생각은 않느냐"고 따졌다.

이들은 특히 "국가산단은 말도 안된다"며 "그게 제대로 될지, 되더라도 십수년은 기다려야 할 판인데 그때까지 그냥 이대로 있으란 말이냐. 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 시장은 말의 뜻을 곡해하지 말라며 맞받았고, 결국 서로간의 고성이 오가면서 권 시장이 자리를 떠 간담회가 도중에 중단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강윤복 과장이 주민 설득에 나서 논의는 계속됐다. 강 과장은 "회사 관계자와 통화했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 확답했다. 그러면서 "주민대책위와도 자리 따로 만들겠다. 서로간의 입장을 확인하고 3자가 만나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주민들은 이에 동의했다.

강 과장은 "필요하면 이전이 가능한 부지가 있는지 행정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알아보겠다"라고도 밝혔다. 간담회가 끝난 뒤 권 시장과 주민은 따로 만나 서로 사과를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거제시가 지난해 10월, 3일만에 공장변경등록 신청을 승인하면서 유리섬유가 포함된 제품이 다뤄진다는 사실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댓가가 격렬한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선박구성부품제조업'이라는 예전 공장과 동일한 업종이었고, 단순한 변경등록에 불과했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민원을 감안한 대응 조치가 전혀 없었다.

뒤늦긴 했지만 주민과 사업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해결방안을 거제시가 내 놓고 양쪽을 설득할 수 있을지, 행정의 갈등조정능력이 시험대에 서 있다.<거제뉴스광장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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