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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초등 아이들, 사마귀와 동거 357일
오비초등 아이들, 사마귀와 동거 357일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9.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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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가슴 뛰는 세상 2035년 6월8일 5시 29분

하루 이틀 시간이 쌓여 동거 357째다. 아이들이 뽀뽀하고 껴안을 수도 없다. 볼 때 마다 재롱을 부리는 생물도 아니다. 반대다. 당돌함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 발걸음소리에 놀라 도망가지도 않는다. '뭘 봐'라며 타박하는 눈빛으로 눈 싸움을 하는 당돌한 놈이다.

 

2014년 10월 1일, 동거 첫 날이다. 과학실 앞 복도에 모기장을 설치하고 넓적배사마귀 암컷 한 마리를 넣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아이들에게 사마귀를 보여 주고 싶었다. 사마귀 사육활동은 처음이다. 관심이 앙금처럼 쌓여 있었는데 싹이 돋고 만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있다. 아이들은 사마귀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 사마귀를 보면 '겁난다'며 기겁을 했던 아이들이 요즘은 '귀엽다'고 한다. 사마귀가 잘 움직이면 건강하다고 좋아하고 먹지 않으면 걱정을 한다. 시간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관심과 이해가 애정과 사랑을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2015년 7월 17일, 사마귀의 동거 300일이 되는 날이다. 그 동안 아이들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보았다. 아이들 모습을 올망 졸망 담은 사진을 보았다. 꼼꼼하게 본 것도 아닌데 40분 시간이 부족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둘레의 사마귀를 만나고, 사마귀 사육법을 탐구하고 사마귀 알을 받기 위해서 궁리를 했다. 올해는 사마귀 알을 열심히 찾았다. 알의 특징을 조사 관찰하고 사마귀 원정대가 조직되어 항라사마귀를 알을 찾아 나섰지만 풍랑으로 소매물도로 가지는 못했다. 알에서 깨어난 사마귀를 키우기 위해서 개인 사육셋트를 만들어 키우고 관찰하고 있다. 아이들과 세상에서 가장 큰 사마귀장을 만들어서 사마귀를 사육하고 있다.

7월 독한 태풍 바람에 사마귀장이 무너졌다. 8월 태풍 때도 무너졌다. 우리 똑 같은 자리에 사마귀장을 일으켜 세웠다. 다 도망가고 없을 줄 알았던 사마귀를 사마귀장에서 발견하고 아이들과 흥분을 했다. 목표는 사마귀장에서 성공적으로 5종의 사마귀 알을 받는 것이다. 생태적 습성을 알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처음부터 성공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고 관찰 하고 있다. 관심과 사랑이 답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실패 한다면 실패한 만큼 무엇이 남는다. 관심에 대한 사마귀의 답변, 우리가 원하는 유일한 답이다.

 

 

다음 마디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 쿵쿵쿵 뛰는 호기심이 뒷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300일 행사를 조촐하게 했다. 사마귀에게 미안한 맘을 전하는 글을 썼다. 알게 모르게 죽어간 사마귀들을 위하여 충혼제를 지내고 사마귀장 개방행사는 사마귀와의 동거 365일에 할 계획이다.

330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사마귀와의 동거 이야기로 과학동아리 발표대회에 나갔는데 경남 대표로 뽑혔다. 경남을 넘어 전국에서 사마마귀의 쿵쿵쿵 뛰는 동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신이 났다. 하늘강이 가진 궁금함이 9번째 경남대표가 되었다.

자부심 하나가 생겼다. 비공식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사마귀장이 우리학교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마귀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있다. 대한 민국에서 유일하게 사마귀와 357일을 보낸 학교도 생겼다. 이렇게 새로운 빛깔 하나가 생겼고, 씨앗은 날아 올랐다. 그 씨앗들을 20년 후에 확인하기로 했다. 2035년 6월 8일 5시 29분에 아이들과 학교 느티나무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 사마귀를 보았을 때 쿵쿵쿵 뛰었던 심장소리를 그 때도 들을 수 있을까? 작은 호기심이 전염되고 쿵쿵쿵 뛰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2035년 6월8일 5시 29분의 약속을 다짐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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