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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목숨을 걸고 조선소에 일하러 가겠나?"
"누가 목숨을 걸고 조선소에 일하러 가겠나?"
  • 원종태 기자
  • 승인 2024.01.3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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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삼성조선 1개월 새 하청노동자 4명 사망...노동단체 원청 강력 처벌 해야

 

거제지역 조선소에서 1개월 사이에 4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사건 이외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수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재가 잇따르자 "누가 목숨을 내걸고 조선소에 일하러 가겠는가"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최근 잇따른 산재사망사고와 관련 성명을 내고, 원청사업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조선산업 특별감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 내용을 통해 산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노동현장을 들여다 본다.

이 모임 관계자는 "2020년 1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2022년 1월 기업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일터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것은  사업주의 ‘처벌 면죄’에 초점이 맞춰진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모임에 따르면 지난 23년 12월 25일, 한화오션(주) 사내 기숙사에서 네팔 이주노동자 ㄱ씨(92년생)가 죽임채 발견됐다.부검 결과 특이사항이 없다는 소견에 따르면, 92년생의 건장한 청년에게 발생한 심정지는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조선소 이주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50시간에서 300시간 이상이거나, 야간 근무만 전담으로 투입되는 등 대다수가 과로업무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례식마저 참석할 수 없도록 회사가 이주노동자와의 접촉을 조직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1월 12일, 한화오션(주) 사내 하청업체 소속 ㄴ씨(96년생)가 가스폭발에 목숨을 잃었다. 한화오션 내 기술교육원을 수료하고 사내 업체에서 일한 지 10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이다. 저임금, 고강도, 고위험의 노동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력 1년부터 정규직 채용(경력)에 지원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몇 해 전까지 업체장의 추천이 있어야 응시 자격이 주어졌으나 노예제도라는 비판이 일자 추천제를 삭제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안전하게 일할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23년 6월 3일, 우리는 위험 상황을 원청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언에 쓰러진 하청노동자를 기억한다. 또 다른 하청노동자는 투표를 통해 노사협의회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노동자 대표가 되었지만, 사업주는“재해 발생시 재발 방지 회의 개최”기본적인 요구마저도 묵살했다. 형식이 아닌 진짜 권리를 요구하면 조선소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하청노동자가 처한 현실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지만, 노동자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신고하는 건에 대해서만 과태료(일부 처벌조항 없음)를 부과할 뿐‘노사 자율’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4년 1월 18일 새벽 1시 20분경 삼성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소속 ㄷ씨(62세) 가 선박탑재 후 블록 내부에서 이동 중 계단에서 추락(추정)하여 다음 날 사망했다. 현장에서는 평소 야간작업 시 조명 설치가 미미하다는 증언이 있었고 이로부터 2개월 전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계단에서 추락(추정)하여“좌측 어깨 상완골 골절, 흉추 제 4-5-6-7 다발성 파열 및 골절, 경추 극돌기 골절”등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재해가 있었다. 당시 회사는 계단에 미끄럼 테이프 부착 등의 개선대책을 내놓았지만, 사망사고 현장은 야간 조명도 미비했고 회사의 개선책 또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또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장소는 옥외 작업장으로 우천 작업 시 더욱 추락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사망사고 당일에도 비를 맞으며 죽음의 현장으로 내몰렸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비록 노동부가 작업 중지 범위를 소극적으로 판단할지라도, 노동조합이 있다면 재발방지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고, 우천 시에도 작업대기 등의 안전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무엇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사업주‘처벌 면죄’를 위한 형식적인 노사 자율체제

2024년 1월 24일 한화오션 사내에서 선박에 붙은 이물질을 청소하기 위해 잠수작업을 하던 ㄹ씨(30세) 가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잠수작업 신고자와 재해자의 정보가 달랐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원하청 협의체를 구성하여 원청은 작업시간, 연락방법, 위험성 평가 등을 이행하고, 심지어 안전교육의 실시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한화오션에서는 22년 4월 21일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자 밀폐구역 작업 승인서를 허위로 기재하며 타 작업자로 대체한 행위가 있었다. 23년 9월 20일에는 아르곤 노출 작업 승인서와 실제 작업자가 다르게 투입된 사실이 적발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이를 예방해야 할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은 처벌을 피하기 형식적인 조치에 머물렀다.

이번 사망사고는 시스템의 부재를 반증한다. 잠수작업의 경우 1일 6시간, 1주일 34시간 작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노동자 보호를 강제하고 있지만, 한화오션은 고인이 사내 하청업체에서 발판작업을 병행해온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결코 고인의 잘못이 아니다. 작업전 승인을 받는 이유는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사망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준수했다면 고인은 목숨을 잃지 않았다.

정부가‘사업주 처벌’대신‘노사 자율’카드를 꺼내는 동안, 거제 조선소에서는 한 달 사이 4명의 하청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를 폐지할 것, 도급인과 수급인의 통합산업재해조사표를 공개할 것, 하청노조와 원청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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