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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천량과 옥포해전의 진실을 찾아서
칠천량과 옥포해전의 진실을 찾아서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3.08.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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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원균 장군 문화벨트시민연대' 기행문-평택시민신문 2023.02.22 보도

(원균 장군을) “아주 자근자근 작살을 낼 생각”. 8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가 원균장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내뱉은 말이다. ‘원균으로 왈가왈부 못하게 평택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만든 영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말로 원균을 작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영상에 달린 4700개의 댓글들은 또다른 무수한 작살이 되어 가슴에 꽂혔다. 지독한 동영상과 차마 담지 못할 조롱과 폄훼로 점철된 댓글은 임진왜란과 당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헤매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에 원균장군문화벨트시민연대가 2월 17~18일 1박2일간 거제·통영에서 진행한 원균 장군 문화탐방에 참가해 지금도 논쟁이 벌어지는 역사 현장을 직접 살펴보았다.

칠천량해전기념관안 중앙에서 추모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원균장군문화벨트시민연대는 원균 장군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바로잡고, 원균 장군 묘역 주변을 평택시민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20여 개 단체가 연대하여 만들어졌다. 2022년 6월 4일 출범 이후 다수의 원균토론회와 연구발표회를 개최했으며 도일동 원균장군묘역에서 공연과 이야기가 있는 ‘역사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2월 17~18일 문화탐방의 주제는 ‘칠천량 & 옥포해전의 진실을 찾아서’. 첫 번째 방문지인 칠천도에는 매화꽃이 먼저 도착했다. 높고 푸른 대나무 밭을 끼고 정상에 오르니 씨릉섬과 200미터 출렁다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칠천량해전기념관 앞에서 기념사진.
칠천량해전기념관 앞에서 기념사진.

언덕 위에 자리잡은 칠천량 해전공원전시관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에 거제시와 전시관 운영을 맡고있는 공사에 협조 요청을 하였다.

칠천량 해전은 칠천도와 거제도 사이의 칠천량에서 조선수군이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해전으로 원균장군은 이 해전에서 순국한다. 전시관의 설립 의미 또한 역사에 대한 통찰과 반성,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전쟁의 상흔을 돌아보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자 함이라고 한다.

전시관은 1막 역사의 메아리를 시작으로 8막 희망의 메아리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졌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원균의 바다에서 원균장군의 흔적은 찾기보기 어려웠다. 원균 선무공신교서 앞에도 이순신장군의 업적을 알리는 여러 개의 패널들이 에워쌓다.

 

칠천량 해전공원전시관에

원균장군 흔적은 거의 없고

이순신 업적 알리는 패널 즐비

거제문화원, 원균장군 제사 행사

추진하다 코로나로 중단, 아쉬움 남아

 

또 다른 전시장 한쪽에는 이순신 장군의 대표 유적지 12곳을 알리는 패널과 전국에서 벌어지는 이순신장군 축제장을 소개하는 안내판까지 삼각대 위에 펼쳐 놓었다.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1월 28일 열린 ‘칠천량해전과 원균장군의 순국’ 토론회에서 홍순승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말한다.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공정하게 중립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원릉군 원균장군은 잘한 건 낮추고, 잘못한 건 부각시킨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원균 장군의 재평가가 당연하고 또 시급하다고 본다. 문제는 당대의 국가기관에서의 공식적 평가가 장기간의 치열한 논쟁과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무일등공신으로 정리가 되었음에도 오늘날에는 이를 왜곡하여 전혀 다른 평가로 변질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제3공화국 시절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성웅화 작업을 하면서 어용 사학자들이 원균 장군을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 한 것이 큰 원인이다”

전시관 중앙에 ‘통곡이 터져 나옴을 이길 수 없었다’라는 글귀와 함께 추모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2023년의 칠천량해전 전시관에 원균장군의 탄식이 들려왔다.

시민연대는 직원에게 왜곡된 원균장군에 대한 정보 수정을 요청하고 원균자료집을 전달한후 두번째 목적지인 옥포기념관으로 향했다.

 

옥포대첩기념관에서 과학해설사로부터 총포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옥포대첩기념관에서 과학해설사로부터 총포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옥포기념관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이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해군이 맨 처음 왜적을 무찌르고 대승첩을 거둔 옥포해전을 영구히 기념하고 충무공의 정신을 후세에 길이 계승하기 위하여 조성한 곳이다.

매년 이순신 장군의 제례행사와 거제 옥포대첩축제가 개최된다. 오래된 유물과 적당히 낡은 전시관의 모습이 어울렸다. 통신 수단인 각종 연과 나팔을 비롯해 그당시 어떻게 썼을까 싶은 총포 7개가 보였다.

이곳에서는 과학해설사가 안내를 맡았다. 함께 전쟁을 치른 원균장군에 대한 설명과 관련 전시물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을 해설사에게 말하니 이순신 장군의 개인 자료 역시 부족해서 전술과 대포 등의 설명에 비중을 둔다고 답한다. 부족한 자료 때문인지 상상해서 그린 그림들로 커다란 벽면을 채웠다. 전시관은 사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고 해설사는 덧붙였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시설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팀장은 “위탁받아 운영하는 처지라서 재량권이 없다”고 말하며 “시대가 변한만큼 거제 시민들의 인식도 서서히 바뀔 수 있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거제는 이순신의 바다를 넘어 이순신의 도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은 오후에 거제문화원을 방문하였다. 문화원 정문의 향나무 두 그루가 문화원의 품격을 한층 높여 주었다. 원동주 거제문화원장은 자신을 원주 원씨라 소개하며 우리 일행을 환대했다. 문화원장은 거제에서 원균장군의 제사 행사를 추진하다 코로나로 중단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담소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몇방울의 비와 함께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튿날 아침 통영의 삼도수군통제영에 모였다. 통제영이란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통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을 말한다.

칠천량해전공원에 올라 바라본 풍경, 해안 산책로와 무인도인 씨릉섬 사이에 놓인 200미터 길이의 현수교 출렁다리가 보인다.
칠천량해전공원에 올라 바라본 풍경, 해안 산책로와 무인도인 씨릉섬 사이에 놓인 200미터 길이의 현수교 출렁다리가 보인다.

 

한산도에 있던 통제영은 전쟁이 끝나자 거제가 바라보이는 이곳 통영으로 옮긴다. 통영시와 예전의 충무시는 삼도수군통제영과 충무공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통제영 앞에서 우리 일행은 백승종 교수의 역사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옆에 보이는 수각루의 수는 받을 수이고 각은 항이라 읽으며 항복을 받는 집, 즉 왜놈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싶은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통제영 앞 초승달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건너편 산자락 마을인 서피랑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피랑은 동피랑과 함께 지역 내 대표적인 달동네로 해방 이후 집창촌이 형성되면서 천덕꾸러기 동네로 전락했다. 그러다 2007년 동피랑이 철거마을에서 벽화마을로 거듭나면서 2013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피랑 입구. 아름다운 문장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서피랑 입구. 아름다운 문장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새롭게 변신한 달동네는 역사 유물보다 더 흥미를 끌었다. 조그만 상점 한 곳 한 곳 간판들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열정을 쏟아부은 흔적이 진했다. 서포루 정상에 올라서니 통제영과 통영의 중심항인 강구안, 맞은편 동피랑, 북포루의 풍경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평택에는 37점의 문화재가 있다. 이 중 ‘원릉군 원균 선무공신교서’는 국가지정 보물이며 원균장군묘는 경기도 지정문화재, 원균 사당은 평택시 지정 향토문화재다. 원균 장군에 대한 역사 정립과 문화재 보존 그리고 평택의 정체성 찾기는 머나먼 통영·충무가 아니라 이곳 평택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윤호섭 사진작가

 

 

<편집자 주> 이 기사는 경기도 평택시에서 활동중이 <원균장군문화벨트시민연대>가 지난 2월 17~18일 거제 일원에서 원균장군 문화탐방행사를 가진 내용에 대해 행사에 참가했던 윤호섭 사진작가가 <평택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을 작가와 평택시민신문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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