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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는 노랗게 피고 동백은 붉게 지더라
수선화는 노랗게 피고 동백은 붉게 지더라
  • 원종태 기자
  • 승인 2015.03.2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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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공곶이 수선화 농원과 천주교 순례길

거제8경의 하나인 공곶이 수선화 농원

 공곶이 수선화 꽃밭

 
예년에 비해 1~2주 일찍 피어난 수선화 꽃밭이 옥빛 바다와 함께 장관이라는 소식을 듣고 3월 22일 일요일 아침, 지척을 두고도 몇년만에 공곶이를 찾았다. 지난날에 비해 공곶이가는 길은 놀이동산 가는 길처럼 뺀질뺀질하고 관광객들도 우글우글하다.(아직 공곶이는 잘 보존되고 있다)

와현해수욕장을 지나 예구마을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예구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공곶이 가는 길은 두갈래다.

갈매기가 환영비행을 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원시림 숲길을 따라 우회하는 길이 새로 생겼는데 비교적 편하고, 왼쪽으로 시멘트포장된 길을 따라가면 10분정도 가파르게 정상까지 올라야한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우회하는 길은 20여분 걸리는데 후박나무 동백나무 해송 등 울창한 숲그늘이다.

우회하는 길은 다시 그 유명한 동백꽃 터널 333계단을 치올라야하기 때문에 나중에 힘들수 있고, 반대로 먼저 가파른 길을 오른 경우 333계단을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나중이 편하다.

 공곶이 몽돌밭

일부사람들은 높은 구두에, 하늘거리는 짧은치마를 두르고 오는데 크게 잘못이다. 공곶이가는 길은 좋아졌다고는 하나 예나 지금이나 '등산'해야한다는 것을 잊지말기를 바란다.


공곶이 입구에서 높은 구두를 신은 어여쁜 아가씨가 남자친구와 티격태격하다 결국 되돌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자 친구가 공곶이 수선화 이야기만 듣고 길이 얼마나 힘든 코스인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왼쪽으로 가나 오른쪽으로 가나 수선화 꽃밭과 몽돌해변을 만나고, 되돌아 갈 때는 온 길로 가기보다는 새 길로 가는 것이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다.

 무인계산대

공곶이 수선화 가꾼 강명식 할아버지는 2014년 가을, 거제시민상 받았다. 평생 공곶이에 수선화를 심고 가꾸어 공곶이가 거제8경으로 거제 대표 관광지가 되도록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거제시는 부부인 지상악 할머니한테는 왜 같이 시민상을 주지 않았을까? 의문이기는 하다.


강명식 부부는 1969년부터 황무지였던 이곳(면적 15만㎡ 약 4만5천평)을 개간해 수선화를 심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계단식 밭도랑마다 수선화 뿐만아니라 동백, 매화, 종려나무 등등 온갖 식물들을 심고 가꾸었다. 우람한 느티나무와 참나무 등도 많이 있는 것을 보면 자연그대로 소박하게 가꾼 것임을 단번이 알 수 있다.

수선화 대량 재배에 성공한 1997년부터는 수선화 뿌리 20여만본을 전국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계단식 밭도랑 마다 샛노란 수선화가 병아리 입처럼 쬬뼛죠뼛 노래를 한다.

핸드볼 공만한 바위, 몽돌로 울타리를 쌓은 몽돌담도 볼 만하다. 길이 백여미터의 몽돌 자갈밭과 바로 앞에 보이는 내도, 멀리 외도와 거제해금강, 부지런히 오가는 유람선들이 옥빛 봄바다와 잘 어울인다.

공곶이 333계단을 오르내리는 상춘객들. 인산인해다.

 자생 동백숲 터널로 이어지는 천주교 순례길

울창한 숲속 길을 따라 동백꽃이 나뒹구는 운치가 더한다

 계곡산개구리


공곶이는 천주교순례길과 이어진다. 이곳 일대가 거제도에서 처음으로 천주교 포교가 시작된 곳이다.

공곶이는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가려다 포기하고 이곳에 자리잡은 윤봉문 순교자(지난해 여름 프란치스코교황이 한국에 왔을때 윤봉문 순교자는 복자로 됐다)가 터를 잡고 살게된 곳으로, 현재 돌고래전망대근처(가매너른(가마넓은)바위, 넓은바위)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한다.

지세포쪽에는 윤봉문의 묘지와 천주교 성지가 있다.

강명식 할아버지는 천주교 성지 조성을 위해 토지 4761㎡를 천주교마산교구에 기부하기도 했다.

‘천주교 순례길’은 일운면 예구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해 공곶~와현봉수대~ 서이말등대~ 지세포성~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까지 13.7㎞(5시간 40분 거리)를 말한다. 

 천주교순례길 개념도-카톨릭뉴스

공곶이 333계단을 오르면 우측으로 돌고래전망대, 좌측으로는 예구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돌고래전망대 가는 길은 한아름이 넘는 소나무들이 잘생긴 모습으로 쭉쭉 뻗어있다. 소나무 군락과 자생동백꽃 터널을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파도가 암벽에 부서지는 소리와 하얀 포말, 옥빛 바다가 보인다. 다만 숲이 너무 울창해 잘 안보이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돌고래전망대 쯤에서 바다를 끼고 도는 천주교순례길은 막혀있다. 서이말가는 방면의 모 종교시설이 자신의 땅을 지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전망대..멀리 서이말과 등대가 보인다
 돌고래전망대에서 돌고래는 4월-5월 멸치떼가 들어올 때 볼수 있다한다

돌고래전망대 포토존.
돌고래 전망대에서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때는 멸치떼가 몰려오는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라 한다.
전망대에서 좌측으로는 서이말 등대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외도와 외도 동섬, 내도가 보이고 내외도 사이 멀리로 거제해금강도 조금 보인다. 


공곶이 입장료는 없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많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기때문에 공곶이와 공곶이 가는 길이 수용한계에 도달한 듯 싶다.

조용히 공곶이를 보고 싶다면(행락철 고속도로휴게소 화장실 앞처럼 줄지어 밀려다니는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휴일은 피하고 평일을 권한다. 휴일밖에 올 수 없다면 아침일찍 여유롭게 방문하길 권한다.


입장료는 없으나 수선화꽃과 기타 등등을 파는 무인 계산대는 있고, 예구마을 사람들도 차와 사람이 많아 힘드니까 돌아가시는 길에 국물내는 띠뽀리나 멸치, 새우말린 것 등등을 흥정해가면서 사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마른안주나 국물 내는데 좋은 새우말린 것을 파는 예구마을 할머니들.

쓰레기는 제발 담아서 되돌아 가져가고 어린 나무나 꽃은 파가지 말고, 가족단위나 연인끼리 조용히 다녀가시길 바란다.

근처에는 와현해수욕장,구조라해수욕장,거제해금강,바람의 언덕,학동몽돌해수욕장 등이 있다.
 

 바람때문에 키가 작은 개복숭아나무도일찍 꽃을 피웠다
 우람한 느티나무 중간부분 빈 틈에 새 집을 지은 팔손이가 이채롭다.
 
 약간 느릿느릿 걷다보면 수선화 뿐만아니라 별꽃, 개별꽃, 제비꽃,생강나무꽃,노랑제비꽃,남산제비꽃, 가는잎사초 등등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백꽃그늘에서 함께 간 사람들과 외포막걸리 한잔하는데 동백꽃이 풍덩 빠져 맛보는 동백, 꽃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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