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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의 친구'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양서류의 친구' 경남양서류네트워크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3.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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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무지돌이 마을에서 제4회 경남 양서류네트워크


봄이 꼼지락된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갈고 놓은 논흙들은 얼었다가 풀렸다가를 반복하며 꼼지락되고 있다. 성질 급한 농로에는 물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배어 나온 농로 물은 개구리 한 마리가 쑥 물속으로 잠수 할 수 있을 만큼 고였다. 농로의 물들도 꼼지락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햇살 중에서 가장 따뜻한 햇살은 겨울 햇살입니다. 겨울햇살이 차랑차랑 겨울 한기 속을 비집고 소나기처럼 창가에 떨어진다. 겨울햇살 온기는 한여름 입속에서 사르르 녹고 마는 팥빙수의 짜릿함과 똑 같다. 사르르 녹고 마는 햇살, 햇살이 녹고 봄은 돋아난다.

 
사진: 농로의 북방산개구리 모습

봄은 햇살의 유혹 때문에 더 꼼지락 된다. 봄 햇살이 쏟아지는 빗물이 고인 웅덩이가 끝임 없이 산개구리를 유혹한다. 겨울잠자리를 정리하고 처음 하는 일이 사랑하는 짝을 찾은 일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수 천년 동안 이어져 온 생존의 유산들이다. 성질 급하게 1월 달에 신방을 차리고 알을 낳은 개구리 알 덩이는 꽃샘추위에 얼어 붙어 냉해를 입는다. 성급한 사랑의 불장난은 늘 시련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올해 첫 개구리 소리는 1월 15일에 들었다. 봄 햇살의 유혹에 잠을 깬 북방산 개구리가 논 어귀 농수로에서 ‘키히히리. 켁에에겍’하고 울고 있다. 애타게 짝을 찾고 불렀는데 짝은 찾았을까? 사랑은 누군가를 흥분하게 만들고 보고 듣는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봄의 유혹에 나도 꼼지락되었다. 올해로 4번째 맞이하는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워크숍을 준비했다. 경남의 자연해설과 생태 해설가, 환경모임과 단체, 생태에 관심이 있는 80여분이 고성무지돌이 마을로 모였다. 모두 자발적인 참여다. 워크숍은 개구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조금 멀리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오밀조밀 모여 앉은 북방산개구리 알을 닮았고 길게 늘어선 줄들은 두꺼비 알집도 닮았다.

 

 
사진: 실내에서 양서류 발표 모습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야외 모니터링에 참가하는 참가자들


 
사진 : 야외 양서류모니터링 모습

경남양서류네트워크는 특별한 모임이 아니다. 양서류에 대한 관심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자발적 네트워크다. 관심에 대한 자발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나누는 공간이다. 위험에 놓인 개구리, 도롱뇽알, 두꺼비알, 개구리알, 두꺼비들을 발견하면 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일들을 실천하는 모임이다. 한 사람의 생각과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함께 둘러 앉은 공간이 모임이고 조직이다. 단체의 목적과 행동보다 개인들 생각과 실천이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 서 더 중요한 부분이다.

고성무지돌이 생태마을 야외현장모니터링에서도 이 신념과 생각들은 실천되었다. 개구리 알들의 최대 천적은 사람도 동물도 아닌 ‘건조’다. 봄비의 유혹에 고인 논물에 알은 낳았지만 고인 논 물이 말라 알들이 말라 죽기 직전이었다. 먼저 알들을 발견한 아이들이 손과 통으로 보다 안전한 물 웅덩이로 옮겨주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을 지켜보았던 참가자들도 자연스럽게 알 옮기기 활동을 했다. 거창한 구호도 이념도 아니지만 죽어가는 개구리 알들에게는 어떠한 구호와 정책보다도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 맘은 봄 햇살처럼 따뜻하며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결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체들이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가 품고 있는 신념이다.

 
야외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건조에 노출된 북방산개구리알 모습

 
사진 : 건조한 알덩이를 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학생들 모습


 
사진 : 건조한 알덩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참가자들


 
사진 : 건조에 노출된 알들을 통으로 옮기는 모습


아들들이 입었던 내복들도 옷장 속에 쌓여 있다. 봄은 겨울옷이 쌓아 놓은 바닥 온기에서 오는 모양이다. 바쁜 맘에 준비된 양서류워크숍의 꼼지락됨이 양서류에 대한 관심을 깊고 넓게 만드는 꼼지락됨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양서류를 위한 다양한 꼼지락됨도 준비하고 있다. 지리산으로 물두꺼비를 찾아 나서야 하고, 사천 쪽으로 금개구리 조사도 가야 한다. 합천 정양지 금개구리도 만나야 한다. 꼼지락 꼼지락,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땅으로 뿌리를 조금씩 깊게 내리고 있는 첫 뿌리들이다. 유혹에 동참해 준 많은 분들의 얼굴들이 돋아난다. 참 좋은 인연이 될 것이다. 돋아날 꽃들과 열매가 궁금하다.


 
제 4회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야외 모니터링 참가자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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