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바보야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정치야"
"바보야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정치야"
  • 원종태 기자
  • 승인 2015.02.26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에서>


노인들은 차별없는 무상급식인 반면 아이들은 차별받는 유상급식이 추진되고 있어 씁쓸하다.
거제시는 올해 2곳의 복지관을 통해 1억1200만원의 노인급식비를 편성했다.
시에 따르면 거제종합사회 복지관은 하루 평균 400명, 옥포종합복지관은 하루 평균 250명의 이용자들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두 복지관을 방문하는 연인원 약 17만명이,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급식에서만큼은 보편적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거제시는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지시에 따라 거제시 초중고 2만3000명분 학교급식비 약 30억원을 삭감했다. 대신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4월부터는 급식비를 내지 않던 학부모들이 학생 1인당 연평균 50만원의 급식비를 추가로 납부해야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행정의 논리는 예산이 부족하고, 돈 있는 집 아이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도 이러한 차별적(선별적)급식비 지원에 찬성의견을 보내고 있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복지관의 노인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전환하고 차별급식을 해야한다. 소득과 재산으로 줄을 세워서 무상급식자, 유상급식자로 분리해야 맞다.


차별급식에 동의하며 무상급식비를 삭감한 거제시장과 시의회의원들은 행정의 형평성과 일관성 차원에서도 이를 시행해야만 옳다. 그러나 그러하지 않는다. 누가 유권자인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노인들은 투표율이 높아 사실상 1표 이상의 역할을 하지만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고, 그 부모들도 투표장에 잘 가지않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다.


복지관 급식비 유료화는 '힘들게 경제를 일으키고 이 사회를 이끌어 오신 어르신들에게 밥 한끼 좀 대접하는 것 가지고 너무하는 짓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맞다 너무한 짓이다. 같은 논리로 '힘들게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현재 어른들을 부양할) 아이들에게 밥 한끼 좀 대접하면 안되나? 경남도 전체예산의 0.5%밖에 안되는 아이들 급식비 없애는 것도 너무한 짓이다. 거제시가 삭감한 무상급식비 30억원은 거제시 예산 6200억원의 0.48% 밖에 안된다.


예산이 부족해서라면 나는 15년 전 끊은 담배라도 다시 피워서 세금을 더 바칠 의향도 있다.
누군가 일갈한다. "바보야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정치야"


차별급식의 가장 큰 문제는 '낙인효과'다. 급식비를 못내는 아이, 공짜로 먹는 아이로 찍힌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슬픔을 내면화하는 교육이 되어야할까? 몇년전 인근 한 여고에서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에게 급식비 대신 배식담당을 시켜서 큰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