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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기2
두 딸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기2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1.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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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2>
집 떠난 지 이틀 만에 도착한 더블린

1월9일 북경공항에서 밤을 꼬박 새고 스위스 취리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수속을 밟고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한사람씩 몸을 샅샅이 훓었다. 이번에는 큰 딸이 걸렸다. 한국 출국 때 밧데리는 비행기에 들고 타라고 해서 꽁꽁 싼 짐을 풀어 헤쳤고, 아무 문제 없었던 대용량 밧데리가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했다.
“What's the matter with her battery?"
"It's capacity"
‘뭐라카노 캐파시티? 캐파를 키워야한다 할 때 그 캐파인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단언데?’
젊은 검색요원이 답답하다는듯 손을 뭉쳤다가 확 펼치면서 “Bump"이라고 했다. 은하계 공용어인 바디랭귀지를 해석하면 ‘휴대폰 밧데리는 괜찮은데 이 캐파시티 밧데리는 많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폭발할 수 있어 들고 갈 수 없다’
섭섭해 하는 큰 딸을 달래고 ‘우리나라 검색대가 허술한건지, 중국이 꼼꼼한건지 기내반입금지품목에 대한 국제적인 매뉴얼이 없나? 아니면 사회주의국가라 그런가?‘ 이해가 안가면 계속 머릿속에 남는 DNA 때문에 스위스 도착하자마자 검색했는데 우리가 뺏긴 밧데리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이런, 한중 외교마찰로 확대될까 참는다 참아.‘


적십자마크가 그려진 스위스 비행기 탑승완료 드디어 캄캄한 중국 상공을 날아올랐다. 8시간 시차를 생각 못하고 중국 6시40분 출발, 취리히 10시20분도착 4시간 정도면 한 숨자고 나면 요들송이 울려펴지는 알프스소녀 하이디의 고향인 스위스땅을 밟을 수 있구나 했는데 웬걸 4시간에 시차 8시간을 더해서 12시간 긴비행이었다. 아침기내식으로 딱딱한 빵과 샐러드, 파스타와 요플레를 주었다. 요플레와 빵은 나중에 먹으려고 겉 옷 주머니에 넣었다.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되서 승무원이 창문 블라인더를 내리고 바로 불을 끄더니 비행기 안이 깜깜해졌다. 베이징에서 밤 샌 걸 눈치 챘는지 기내분위기를 추침모드로 해주었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을 반복하고 드디어 1월9일 오전10시40분 취리히에 도착했다. 잘 사는 시골 같은 스위스는 다른 유럽나라와 달리 ‘프랑’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근처 ‘뫼벤픽에어포트호텔’로 갔다. 호텔에서 좀 쉬다가 취리히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가 모두 잠들어 버렸다. 잠에서 깼을때는 이미 새벽2시 점심,저녁도 못먹은 터라 배고파 눈앞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챙겨온 모닝빵과 요플레로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다. 오후2시부터 거의 12시간을 자는바람에 생애 처음 온 스위스 구경도 못하고 허기를 달래면서 아침 비행기 타러 갈 준비를 하고 1월10일 오전 9시30분출발 10시50분 더블린 도착하는 비행기를 탔다.

집 떠난 지 이틀 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네스 맥주공장이 있는 더블린에 도착했다. 더블린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친구집으로 갔다. 더블린은 세계명작 영화에 나오는 회색의 중세시대 도시 같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2층버스였다. 공중에 전선이 없어 도시가 단정했고 넓은 공원에 새파란 잔디 때문에 하늘은 잔뜩 흐렸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지만 한겨울이 아닌듯했다. 매일 비가 온다더니 도로도 젖어있었다. 더블린 도착 첫날은 친구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테스코‘Tessco'로장을 보러갔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저렴해서 부러웠는데 특히,주류코너에서는 넋을 잃고 말았다. 가져 갈수만 있다면...“엄마,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이모가 찾고 있어 빨리가” 막내가 팔을 잡아 끄는 순간 기네스 오리지날 병맥주 두병을 얼른 집어들었다.

오후4시만 되어도 벌써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낮은 잠깐이고 밤이 긴 더블린의 첫날밤은 한국에서 가져간 쌈장에 삼겹살쌈과 기네스맥주로 오랜 비행의 여독을 풀었다.
8시가 되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어둑한 더블린 아침, 역시나 흐리고 바람도 강했다. 아침을 먹고 친구와 더블린 시내까지 걸어가면서 더블린을 자세히 볼수있었다.
아일랜드의 수도이지만 시내 중심지 말고는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는 눈에 띄지 않고 대신 사진에서 보던 고풍스런 건물들이 도시를 꾸미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운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우리나라 경찰이나 안전요원 또는 환경미화원들이 입는 연두색형광조끼를 입고 있었다. 흐린 도시에서 살아남기위함인듯 싶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성 스테판공원주변에 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팔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공원에 눈에 띄는 기이한 동상이 있었다. 율리시스로 유명한 작가 제임스조이스와 쌍벽을 이루는 더블린이 낳은 작가 오스카와일드 동상이었다. 우리나라 유명인의 동상은 다들 점잖고 비슷한 모양인데 오스카와일드의 동상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이, 아줌마 나랑 얘기 좀 하지” 하고 미소를 보내 길래 나도 슬쩍 그의 손을 잡았다. “여행이 끝나면 그대가 쓴 ‘행복한 왕자’ 꼭 읽어 보리다” 약속하고 오스카와일드와 헤어지고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 트리니티대학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메우고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어 뭐지 시위댄가?” 외국에서 시위대를 만날거라곤 상상을 못했는데 어린애들부터 어른신들까지 심지어 집에 키우는 아일랜드 토종개 셔터까지 데리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시위대의 내용은 “Je Suis Charlie"내가 샤를리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에브도’의 이슬람에 대한 풍자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광분하게하여 지난 1월7일 ‘샤를리에브도’사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에 대하여 샤를리에브도를 지지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였다. 총기난사는 일어나서는 안될일이다.
그렇지만 이 시위대를 향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교황께서 벌써 하셨다.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거나 조롱해서는 안된다”


시위대를 뒤로하고 트리니티 대학과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당시 근거지였던 우체국,그리고 더블린의 랜드마크이며 2003년 아일랜드가 영국의 국민소득을 추월한 기념으로 세운 120미터의 첨탑 스파이어까지 둘러보았다. 더블린의 거리는 한마디로 영국으로 부터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그대로 살려 놓은 듯 했다. 도시전체가 독립운동가들의 동상들로 가득했다. 친일파 동상을 세우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우울해졌는데 시내 한 복판 쇼핑센터에서 맘에드는 물건을 싼 값에 구매하고 나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Clark이라는 신발가게에 50%세일한다고 해서 들어갔다. 심지어 나한테 큰 신발도 있었다. 한국에서 구두사러 가서 바로 산 적이 거의 없었다. 주문하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250짜리 구두를 구하곤 했는데 여기 더블린에서 난생처음 “좀 더 작은 것 없어요(Do you have smaller one)?"
내 취향을 아는 단홍이가 신발을 골라왔다. 가격은 30유로 치수 딱 맞고 굽 높이도 적당하고 완전 맘에 들었다.


아이들은 우연히 만난 디즈니가게에서 떠날 줄 몰랐다. 디즈니만화에 나오는 수백 가지의 캐릭터들을 한 곳에 모아놓았으니 넋을 잃을 만도 했다. 언니하고 엄마만 신발 샀다고 골이 나 있던 단홍이는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인간에게 버림받고 비뚫어진 ‘랏소’와 몬스터주식회사에나오는 괴물 ‘셜리반’을 골랐다. ‘어이구 저걸 어찌 들고 다닐라고’ 각자 원하는 것 하나씩 사고 트리니티 대학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독서하는 노숙자’를 만났다. 더블린도 그렇고 스코트랜드에서도 젊은 아가씨,노총각,아저씨,아줌마 다양한 노숙자들을 보고 놀랐다. ‘경기가 안 좋기는 여기도 마찬가지구나’


다음날 월요일은 친구는 공부하러가고 우리끼리 더블린 관광에 나섰다. 매일 비가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날씨에 더블린은 우산이 필수품이었다. City Tour 버스를 타고 시내 중요관광지를 돌았다. 버스에서 처음 내린 곳은 넓은 공원 한 가운데 잔잔한 호수 그 위에 백조,청둥오리등 많은 조류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는 St Stephen's Green공원이었다. 더블린은 도시의 반이 공원일 정도로 공원이 많고 오래된 나무들과 푸른잔디가 덮여있어 정말 아름다웠다. City Tour(Hope- on and Hope-off bus)타고 더블린의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버스는 각나라의 말로 번역해주는 시설이 되어있었으나 중국,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참말로 씁쓸했다. 카톨릭 성당, 박물관도 둘러보았지만 내가 가장 기대했던건 Guinness Storehouse(기네스맥주공장견학)이었다. 기네스맥주시음권이 포함된 입장료는 어른18유로 우리 돈으로 22,500원정도였다. 맥주원료부터 발효과정을 실제 볼수있었고 더블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건물 7층 꼭대기전망대에서 기네스맥주 한잔 쭈우욱 쭉 마시지 못하고 홀짝홀짝 아끼면서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는데 저 많은 성 어딘가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있을것만 같았다.

다음 장소는 단홍이가 가보고 싶어하는, 더블린에서 가장 넓은 피닉스공원 안에 있는 더블린 동물원으로 이동했다. 겨울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한국의 동물원은 새끼동물을 잘 볼 수 없는데 여기는 가족단위의 동물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아기사자, 청소년사자,아빠사자1마리에 엄마사자2마리로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코끼리 가족, 고릴라 가족 다 마찬가지였다. 너구리 같이 생긴 레드판다는 실제로 처음 보았다.
더블린에서 마지막날은 그래도 명색이 시의원인데 더블린 시청은 한번 가 봐야 될 것 같아서 더블린 시청과 시의회를 들렀고, 매표소에서 대학생 큰딸을 12살이라고 했다가 직원한테 딱 걸려서 미안하다하고 15살이라고 뻥치고 들어간 ‘북오브캘스’(트리니티대학내) 그리고 ‘크라이스트쳐치’를 거쳐서 더블린 옛 모습이 있는 ‘탬플바거리’와 발음만 들었을 때 ‘얼마나 작길래’ 혼자 민망해 했던 더블린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리피강에 있는 ‘하프페니스(half pennies)’다리를 걸었다. 더블린에 친구들 남겨두고 내일은 스코틀랜드 에던버르로 간다.

 
St. Spephen's Green 공원에서 인간친화적인 백조와 그 친구들을 만났다.

 
단홍이가 골라준 신발, 태어나서 처음 해 본말 “더 작은 사이즈 없어요”


 
더블린 시청내 독립운동가 O'Connell동상에서


 
트리니티 대학 내 ‘북오브캘스’의 오래된 도서관 내부

 
더블린 시내을 한 눈에 내려다 보면서 마시는 기네스맥주란


 
크라이스트 쳐치 건물과 새파란 잔디밭


 
더블린 거리, 계절도 모르고 벚꽃이 피고 있네요

 
오스카와일드 동상, 자유분방하지 않나요

 
독서를 즐기는 더블린 노숙자 멀리서 살짝 한컷


 
더블린에서 만난 시위대, 결코 합류하고 싶지 않네요

 
시위동참한 아일랜드 개 셔터

 
아일랜드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는 트리니티 대학

 
더블린 동물원에서 귀여운 아기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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