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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급식비는 전체 예산의 0.53%
아이들 급식비는 전체 예산의 0.53%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11.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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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배식대 위에 왜 아이들 밥을 올렸을까?

공약입니다. 선거철마다 무상급식이라는 말들이 공약으로 내걸렸습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정책 공약으로 만든 것을 보면 이념과 노선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들어 왔습니다. 많이 듣다 보니 오래 전부터 100%로 무상급식을 해 왔다고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경남의 경우 거창군에서 2007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늘 TV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시작한 일도 아닙니다. 지역 아이들 배고픔과 슬픔을 감싸주기 위하여 산골 작은 자치단체에서 시작한 정책입니다. 2010년부터 경상남도 지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점심 먹기가 시작된 지 4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어려운 말들이 오고 갑니다. 선별적 복지라는 어려운 말로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밥을 앞에 두고 부모의 경제적 여건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이상하게 보입니다. 공교육 속에서 모든 아이들은 동일한 조건을 갖춘 학생입니다. 돈 있는 집의 학생과 돈 없는 집 학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학생이라는 조건이면 충분합니다. 부모의 불평등한 경제적 차이를 왜 아이들이 먹는 급식 앞에서 표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논리라면 돈 있는 할아버지는 경로 우대권을 사용하지 말아야합니다. 돈 많은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 무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돈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 급식비를 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의무를 실천하도록 하는 게 정치하는 분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두렵기만 합니다. 4대강과 자원외교, 방산업 이른바 ‘4자방’사업에 100조의 혈세가 낭비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해외 자원개발로 무려 56조의 금융 부채가 생겼고 한해 국민의 혈세로 갚아야 할 이자만 1조 5천여억원이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이자돈은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는 초·중·고등학생들 모두의 급식비와 같다고 합니다. 뉴스로 듣고 웃음 밖에 안 나옵니다. 복지 정책으로 나라 돈이 없어서 정책을 축소해야 한다는 말들이 얼마나 허황된 거짓말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으로 지방 재정이 어렵다면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명확합니다. 지방재정의 빈곤은 중앙 정치의 부실과 잘못된 정부 정책에서 발생했습니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상합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고가 바닥났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점은 현시점에서도 바닥난 국고 탓을 무상 복지 정책으로 돌려서 본질을 외면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무상복지 정책이 잘못되어서 돈이 없다고 큰소리로 말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참 딱한 일입니다. 급식비 중단 이유도 찾아보았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인면수심도 유분수, 요령을 부리지 마라'라는 도의원 이야기는 누가 들어야 할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수록 머릿속에서 왜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2014년 1차 경상남도 추경 일반 회계예산을 보면 경상남도 전체 예산은 6조 211억원, 급식비 지원 금액은 316억, 전체 예산대비 0.53%입니다. 1%도 되지 않습니다. 급식 지원이 중단되면 21만 9천명이 해택을 못 받는다고 합니다. 21만 9천명 학생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어마어마한 정책을 그렇게 쉽게 결정짓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자신이 양보하고 베푼 것이 돈이든 시간이든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무왕불복(無往不復)` 이라는 말이 두렵지도 않은가 봅니다. 21만 9천명, 입이 딱 벌어집니다.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모르겠습니다.

비극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내년에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녹차 라떼로 변하는 4대강 유지보수로만 7200억원의 돈이 사용되는 세상에 함께 살아갑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이 2만 3837달러지만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는 공평하지 않은 도시락을 유산으로 공유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도시락에는 반찬국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아들 점심 도시락은 급식판 뒤 쪽에 돈이 없어서 공짜 밥을 먹는 아이라는 이름표가 다 지워지지 않는 급식판이 되었습니다. 딱한 모습입니다.

온화한 맘, 어질고 정직한 맘, 공경하는 자세, 검소한 삶, 배려하는 겸양 자세, 공자가 말씀하시는 지도자의 5가지 덕목입니다. 학생의 급식 문제 앞에서 많은 국민들이 정치지도자에게 보고 싶은 덕목들입니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의미 없는 웃음, 진심을 알 수 없는 정책, 타협 없는 자기 원칙, 배려하지 못하는 강자 힘만 보입니다.

희극이 될 것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결말도 재미있는 희극입니다. 임금의 독선과 아집이 가져주는 희극, 권력 앞에서 아부하고 저항 못하고 함께 즐기는 대신들의 충성심이 만들어내는 희극, 독선과 어리석은 충성심을 이용해 모든 상황을 즐기는 영리한 재단사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도시락으로 참 멋진 옷을 만들어 입었나 봅니다. 옷이 만들어 졌으니 이제 끝도 보입니다. 참 딱합니다. 딱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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