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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책이야기)“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0.05.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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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 이야기 64-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의 강의로 유명한 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의 책이다. 독일 전문가인 김 교수는 인구 규모가 우리와 비슷하고 분단-통일 경험이 있는 독일을 한국 사회의 거울로 삼아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책은 강의만큼이나 정교하고, 논리적이며 저자의 솔직한 신념과 철학이 담겨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낸 놀라운 나라이지만 민주주의는 아직 미진하며, 심한 경쟁사회로 인한 자기착취의 사회라고 표현한다. 이는 미국을 기준으로 삼아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사회가 된 결과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독일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통일이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동독 사람들이 자유를 제한하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먼저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통일이 이루어졌으므로 독일의 통일은 오히려 동독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통일 이후에도 동독 출신 정치인들도 여럿 배출되었으며, 현재의 메르켈 총리도 동독 출신이다.

현재 남한과 북한은 모두 각 사회의 부조리를 지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논의는 두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방향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남한의 자본주의에 북한이 흡수될 경우, 북한 주민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통일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 주민들이 민주시민으로 교육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남북문제에서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당당하게 평화를 요구해야 한다. 독일도 통일 당시 패전국가로서 미국에 종속되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당당하게 주권을 주장하며 통일을 이루어냈다. 우리도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보는 시각을 버리고 통일 시대에 대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남북이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거제시립하청도서관 윤동훈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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