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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이제 시작이다!
(기고)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이제 시작이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9.05.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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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김 동 성

지난 5월 10일과 16일 두번에 걸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보여준 위력적인 투쟁은, 거제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노동운동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성과금 지급 문제는 대우조선 정규직 노-사 간의 2018년 단체교섭 합의안에 포함된 사항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기대는 매우 클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월 26일에 정규직 에게만 지급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약속한 기한인 4월 말일이 지나자 불만은 급속히 분노로 바뀌었다.

5월 10일 금요일 금속노조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지회가 공동주최한 1차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에 2천명이 넘는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 현장 내부의 민주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에 참석한 하청노동자들은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고, 참가자중 절반 가량은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례가 없는 하청노동자 집회였기에 도무지 예측을 불허했고, 참석한 모두는 스스로에게 놀라워 하며 주체하기 힘든 감동을 함께 나눴다. 집회가 끝난후 5~6백명은 대우조선 사장 집무실이 있는 본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고, 40여분 동안 행진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났다. 본관 내부에 전체 인원이 들어가 조선하청지회가 준비한 요구안을 전달하고 역사적인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하청노동자들의 분노에 당황한 대우조선 원청은 서둘러 성과금 지급을 약속했고, 14일에는 대우조선 원청의 제멋대로 기준에 의해 성과금이 아닌 ‘상생협력 경영지원금’이란 명목으로 각 업체에 입금됐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하청노동자 중 본공 시급노동자들에 한해 지급되었다.

조선하청지회가 요구한 모든하청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고, 업체에 따라 차등지급 되면서 현장에는 여전히 불만이 남아있었다. 불완전 하게나마 성과금이 지급된 후 개최된 2차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는, 참석인원이 1차집회의 절반을 넘지못했다. 하지만 이미 성과금이 지급된 상황에서 7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집회에 참석했고, 그중 100명이 넘게 하청노조에 가입한 사실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중대한 이미를 갖는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는 이제, 성과금 문제로 인한 일시적 분노를 넘어 보다 근본적 시각으로, 보다 적극적 요구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음을 입증시켜 준 것이다.

2015년 이후 진행된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일상화된 고용불안은 기본이고 차별과 비 인격적 대접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상여금을 강탈당해도, 일당을 삭감당해도 아무런 저항을 할수 없었다. 고착화된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블랙리스트’와 ‘불이익’에 대한 공포심은, 하청노동자에게 어찌해볼 수 없는 족쇄로 작용했다. 언제까지나 발목을 잡고 있을것만 같았던 이 족쇄를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를 통해 스스로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2017년 2월 조선하청지회의 창립과 함께 시작된 하청노동자 권리찾기 운동은 ‘돼찾자 550%’ 운동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5월 웰리브 노동자들의 투쟁은 하청노동자도 노조활동 할수 있음을 입증시켜 주었다. 2019년 조선하청지회 임금인상 투쟁의 서전을 장식한 파워노동자 투쟁은, 대우조선 전체 하청노동자들에게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실히 심어주었고, 마침내 성과금 지급요구 투쟁으로 분출되었다.

대우조선소가 매각될 위기에 직면해 있고, 원하청노동자 고용은 물론 지역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한 현 시점에서,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요구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는게 사실이다. 대우조선 매각으로 인한 고용위기는 원청,하청 따로일 수 없고 함께 싸워 지켜내야 한다는 데에 이의가 있을수 없다. 하지만 일상화된 차별을 감수해야 하고, 늘상 희생양이 되어왔던 하청노동자가 ‘나의 직장’이라는 소속감을 갖기 힘든 현실 또한 인정 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 스스로 권리를 자각하고, 스스로의 힘을 확인해 가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은 무엇보다 절박한 문제이다.

더 나아가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가능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고 있다. 현재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진정어린 격려와 응원이 아닐까. 정규직노동자가 먼저 손을 잡아주고, 지역 시민들이 보내주는 관심과 따뜻한 시선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부담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큰 힘이 될것이다. 그리고 하청노조로 단결된 하청노동자들의 힘은 대우조선 매각을 저지하고, 원하청 노동자 고용과 지역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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