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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를 사육하고 출산시켜라(1)
사마귀를 사육하고 출산시켜라(1)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10.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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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호 샘의 생태교육이야기

“사마귀를 키운 다구요”
“왜”
“선생님은 키워 보셨어요.
“아니”
“선생님도 안 해 봤으면서 어떻게 키워요”

 

<사진: 넓쩍배사마귀>

 

아이와 사마귀 키우기 첫 날 주고받은 대화다. 사마귀를 키운다는 말에 얼굴이 오만 상으로 일그러진다. 개인적으로 사마귀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 한번은 사마귀 알집을 가져와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는데 깨어나지 않았다. 가져 오기 전부터 사마귀 알들은 모두 죽은 상태였던 모양이다. 사육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에는 건강한 알 받기 활동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넓쩍배사마귀를 만났다. 작년에 항라사마귀를 만났지만 넓쩍배사마귀와 첫 인연이다. 볼록한 배를 보고 알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10여일정도 사육을 했지만 산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키워보면서 알을 받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사마귀 사육활동이 시작됐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진: 넓쩍배사마귀>

“넓쩍배사마귀가 배가 고플 거야. 먹이를 잡아넣어 주어라”
“ 살아 있는 것 잡아 주면 되지요”
사마귀는 살아 있는 것만 먹는 까다로운 식성을 가졌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잠자리채를 들고 학교 앞뒤 화단을 들쑤시고 다녔다. 섬서구메뚜기, 깃동잠자리, 개미를 잡아 왔다. 먹이 먹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하여 사마귀와 섬서구메뚜기를 작은 통에 같이 넣었다. 사마귀는 먹이는 본채 만 채하고 탈출하기 위하여 버둥거렸다. 영문도 모르는 섬서구메뚜기가 통에서 이리 저리 뛰었다. 모든 생명체들에게 식욕보다 생존의 본능이 우선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준다. 가슴이 아린다.

 
<사진:우리벼메뚜기를 먹는 넓쩍배사마귀>


점심시간에 사마귀 사육장을 본격적으로 꾸몄다. 잠자리 사육장 모기장을 펼치고 사마귀가 좋아할 법한 화분 하나를 넣었다. 넓적배사마귀를 나무에 붙여 주었는데 빠르게 나무 가지 사이에 숨었다. 사마귀는 무슨 생각을 할까? ‘탈출했다. ’살았다’라는 생각을 할까? 모기장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오후에 잠깐 사마귀를 잡으러 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그렇게 많이 보이던 사마귀들이 보이지 않았다. 10월은 사마귀들의 짝짓기 철이고 가장 쉽게 사마귀를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산란을 끝낸 두점박이좀잠자리 암컷 꼬리에는 흙들이 묻어있다. 연약한 꼬리로 물 표면과 진흙 표면을 질러 넣어 산란을 했다는 흔적이다. 생명 탄생은 누군가의 고통과 인내 위에서 시작되는 모양이다. 날개도 많이 상했다. 여름좀잠자리, 깃동잠자리, 된장잠자리... 깊어지는 가을 끝에서 늦은 가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왕사마귀>

사마귀는 구경도 못하고 들어 왔는데 학교 복도에 사마귀가 있다고 홍경샘이 귀띔을 해주었다. 왕사마귀다. ‘학교 복도에서 사마귀를 잡다니“ 궁리하면 얻어지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인 모양이다. 왕사마귀다. 넓쩍배사마귀가 있는 나무에 붙혀 주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사육장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마리 사마귀가 한 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경계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노려보고 있었다. ‘싸우는 게 아닐까?’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참사마귀와 넓쩍배사마귀와의 동거는 시작됐다.

 

 
<사진 : 사마귀 사육장 풍경>

 

 

 
<사진: 사마귀를 관찰하는 아이들> 

“선생님 넓쩍배사마귀는 왜 나무에만 있어요?”
아이들 눈은 정확하다. 나도 궁금해 하는 질문을 1학년 학생이 했다.
“넓쩍배사마귀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데”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가 않아. 그래서 나무 가지 위에 있나 봐”
“넓쩍배사마귀를 나무 위에 올라가서 잡았어요”
“나무 위는 아니고 나무 가지 위에 있는 것을 잡았어”
아이의 초롱초롱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몇 몇 여학생 아이들은 사마귀가 징그럽고 무섭다면서 오만 상을 다 짓고 구경하고 간다. 어떤 아이는 사마귀에 물리면 아프다고 걱정해 주었다.

 

<사진 : 사육장 안을 관찰하는 아이들>

 
<사진: 사육장을 관찰하는 아이들>


“저 사마귀는 모기장만 타고 놀고 다녀요.”왕사마귀를 보고 아이가 물었다.
“ 참사마귀는 초지나 풀 등에서 생활을 하는데 나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
“ 먹기를 찾기 위해서 하는 행동 같기도 하고”
“ 선생님 맞아요. 2교시 쉬는 시간에 참사마귀가 메뚜기 잡아먹었어요”
아이가 가르킨 곳을 보니 뜯어 먹다 남긴 섬서구메뚜기가 있었다. 어떻게 느린 사마귀가 빠른 섬서구메뚜기를 사냥했을까? ‘느린 것이 빠른 것을 이기는 법’ 이것이 가능한 곳이 자연생태계다.

 
<사진: 사마귀 관련 홍보 안내 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홍보물을 붙였다. ‘사마귀를 사육하고 출산시켜라’ 하늘강이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선물도 내걸었다. ‘사마귀에 대한 관심을 호기심으로 교환하세요’ .‘라는 광고도 붙였다. 과학은 호기심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전염된다. 전염된 호기심이 아이들에게 재미가 되고 추억이 되고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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