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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걷는 오늘)26, 이상호의 '내가 할 수 있는 것'
(시를 걷는 오늘)26, 이상호의 '내가 할 수 있는 것'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8.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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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호

 

가끔

길고 고된 노동에 지친 날이면

발길 닿는 대로

떠나고 싶었다

 

 

가끔

오늘 하루만이라도

월차를 내고

무학산에 오르고 싶었다

 

 

때론

동료들과 어울려

마음 턱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도 싶었다

 

 

각종 공과금에

먹고 입을 것 걱정하며

이력서를 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실직자가 되고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떠나고 싶은 곳도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도

마음 턱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이상호 시집, 『개미집』 pp.34~35에서 전문인용

 

이상호 시인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시는 시인의 경험에서 나온 시다. 그래서 군더더기도 없고 공감하기 쉬운 글이다. 지금 이 시를 읽고 있는 필자 역시 몇 달 전부터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이기에 공감이 가는 글이어서 이 지면에 소개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시가 실업자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 모르겠다. 다만 이 시처럼 때로는 담담히 내뱉는 진솔한 이야기가 더 큰 위로가 된다고 여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신 들려주는 느낌을 주는 이 시가 위로가 필요한 독자에게 실업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안인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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