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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선물이 주는 불편함
'이유없는' 선물이 주는 불편함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9.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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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최양희 시의원의 의정일기 11


▲ 행정사무감사 자료들
제7대거제시의회 출발한지 벌써 두 달째다.

8월의 월요일, 초선의원들이 모여 ‘고현항매립’에 대하여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그동안 진행과정을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하거나 변형시키면 회복 할 수 없으니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자는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하였다. 결론을 꺼집어 내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다.
토론회를 마치고 9월1일까지 공직자 재산등록마감이라 컴퓨터를 켜고 재산등록 시도하다가 수십 번을 설치했건만 계속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컴퓨터 집어 던질 뻔했다. ‘안되겠다 전문가 불러야지’ 기어이 사무국직원을 부르고 말았다. 친정부모, 배우자, 아이들의 토지, 건물, 현금, 예금, 보험, 자동차 등을 등록해야한다고 했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할 때 자료를 저장해 놨어야 하는데...다시 자료 모으는데 얼마나 성가시던지 아무튼 1주일 걸려서 겨우 등록을 마쳤다.

화요일 오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는 거제사람들’과 함께 대우조선노동조합 창립행사에서 세월호특별법제정 서명을 받으러 갔다.
시원한 생맥주와 마른 안주를 공짜로 주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서명도 받고 거제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잘 됐다 싶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서명 받고 있는데 시의원들 내빈석으로 오라고 했다. 어쩐지 몇몇의 의원들이 눈에 띄더라니... 행사에 따로 ‘초대받지 않았는데 굳이 가야하나’
그래도 미적거리면서 앞으로 갔다.

식전 행사 후 창립식이 진행되고 가장 재미없는 내빈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전 대우노조위원장들, 회사임원들, 단체장, 그리고 시의원들, 내 옆에 앉아있던 의원이 소개되자 나도 슬슬 반쯤 일어났는데 “자 다음은 축사가 이어지겠습니다” 완전 뻘줌, ‘에잇 괜히 왔어 괜히 왔어’ 그 길로 서명 받는 곳으로 와 버렸다.

“아니, 왜 혼자만 소개 안 시키는데, 내가 가서 집행부에 얘기 해야겠네” 하는 위로가 더 무안했다. 그리고 잊을 만할 때 사회자가 와서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실수 했어요” 하는데 ‘우와 정말 됐거든요 됐다고요’

8월28일 목요일, 8명의 의원들이 ‘2014년 지방의회 아카데미교육’을 받으러 아침 6시 40분 고현실내체육관에서 전북 완주로 출발했다. 전국에서 모인 시의원들과 함께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빡빡한 교육일정을 마쳤다. 교육 갔다 올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난다. 모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알면 보인다고 할까

지난주 내내 비가 왔다. 8월29일 금요일 ‘왜 우리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꼭 알아야겠습니다’ 1일 동조 단식 하는 날, ‘내가 언제 내 의지로 하루를 굶은 적이 있었나?’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한 번도 없는 게 분명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음식에 손을 댈까봐 하루 종일 긴장했다. 물과 죽염으로 하루는 문제 없었다. 기운은 좀 없었지만 몸은 편안했다.
오전에 동료의원 한명과 함께 지난 번 내린 폭우로 운동장이 갈라진 거제공고 현장을 찾아 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관리감독은 하기나 했는지, 무너질까봐 가까이 갈수가 없었다. 바로 옆에 학생기숙사는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안심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이후 안전, 안전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 까마득하다.
고현동발전협의회 간담회 참석한다고 약속해서 거제공고에서 길게 머물지 못하고 내려왔다.

점심 때는 녹색어머니연합회 임원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가 쭈꾸미식당이라 심호흡 한번 하고 들어갔다. 오비다리 건너기 전에 새로 생긴 식당인데 1인당 9,900원으로 쭈꾸미, 피자, 묵, 샐러드를 맛볼 수 있는 퓨전음식점이었다. 같이 먹자고 하는데 오늘 하루 단식한다고 사양하고 국화차만 3잔 연거푸 마셨다.
안전한 통학로를 위해서 자기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아침마다 교통지도 하는 참 건강하고 좋은 엄마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의회사무실로 돌아왔는데 9월 15일부터 시작하는, 의정활동의 핵이라고 하는 행정사무감사자료 및 각종 자료들이 한 무더기 도착했다. 내 마음에는 돌덩이가 한 무더기 쌓였다. ‘죽었구나’

토요일은 노무현 대통령 탄생 68주년 기념 봉하음악회가 있는 날, 아침 일찍 서둘러서 거제지역회원들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로 출발했다. 오전 9시 30분 도착, 10시부터 지역별로 역할 분담하고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거제지회는 안내와 회원가입을 맡았고 나는 봉하마을 방문객들에게 생신 떡을 나눠주었다. 신입회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손수 회원들이 원하는 글귀를 써주셨는데 염치불구하고 사정해서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을 써 달라고 했다. 보물처럼 안고 돌아왔다.

시의원이 되면서 달라진 것 하나 추가하자면 추석을 앞두고 집으로 배달되는 선물들이다.
지금까지 선물은 받으면 기뻤는데, 이유 없는 선물은 엄청 불편했다. 골목에 트럭 소리만 나도 맘이 무겁다. 돌려보내면 우리나라 정서상 보낸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고 무안해 할 텐데 이럴 어쩌누...‘받아서 시설에 선물로 갖다 줄까? 아니면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줄까?’도 생각했지만 선물을 받아서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생색내는 것은 좀 속물스러워서 접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선물과 함께 돌려보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내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으면서...
하지만, 오늘신문에서 준 멸치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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