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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걷는 오늘>9 최초의 환경시 '독수대'
<시를걷는 오늘>9 최초의 환경시 '독수대'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8.03.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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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수 시인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시, 이선관 시인의 「독수대 1」를 다시 읽다. 

시인 이선관은 194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시 「독수대」를 쓴 민족시인이다. 뿐만 아니라 「독수대」는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시초가 된 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선관 시인이 「독수대」 1, 2, 3, 4를 발표한 1974년은 조국 근대화를 앞세운 박정희 정권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공단건설이 진행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시인은 거대한 토목공사를 통해 마산의 산과 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마산만이 오염되는 장면을 목격하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에 취해 산과 들을 파헤칠 때 시인은 마산의 산과 바다가 내뱉는 신음소리를 들었으리라.
이선관 시인의 시들은 딱히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시인의 시는 정직하며 꾸밈이 없다. 다만 뭇 생명과 대지와 바다에 대한 진실한 애정을 투박한 언어로 꾸밈없이 전달할 뿐이다.
이 지면을 통해 전문을 소개하게 될 시 「독수대 1」도 딱히 해설이 필요하지는 않다. 시인은 「독수대 1」에서 바다(1연)와 땅(2연), 사람(3연)과 하늘(4연)이 아파하는 모습에 함께 아파한다. 이와 같은 시인의 측은지심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바다의 유언(5연)을 듣게 만든다. 그래서 시인도 끊임없이 “이따이 이따이”하며 함께 아프다.


독수대 1


이선관

바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따이 이따이*

설익은 과일은
우박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따이 이따이

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의
눈꺼풀은 아직 열리지 않는다.
이따이 이따이

비에 젖은 현수막은
바람을 마시며 춤춘다.
이따이 이따이

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일본 삼정(三井 )금속 광업소에서 나온 카드뮴에 오염된 병명. ‘아프다 아프다’란 뜻의 병.

이선관 시집 『어머니』 p 51. 시 「독수대 1」 전문인용(全文引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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