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법정의 무소유
법정의 무소유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6.09.11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의 <<무소유>> 초판은 1976년 4월 문고판으로 나왔다. 내가 읽은 책은 2010년 3월 범우사 무소유, 2판 77쇄다. 40년동안 수없이 읽히며 울림을 주고 있는 고전이다. 어쩌면 경전에 가깝다. 2010년 입적하면서 자신의 저작에 대해 더 이상 출판을 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그의 책이 출판되지 않는다고해서 그의 사상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독서토론을 위해 10여년만이 다시읽었다.무소유는 침묵, 평화, 비움, 상생을 말한다. 그의 시야는 영원에 닿기를 원하고 시간밖에 산다.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형을 추구한다. 간디와 노자와 장자, 그리고 어린왕자에 가까운 선승이다.법정의 한마디한마디는 금언들이다. 수많은 밑줄을 긋는다.지식을 위해 독서하는 경우도 있고, 삶의 방향을 위해 독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리라.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말은 소음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없다.” 말조심만한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오해는 말로 인해 일어난다. "침묵이 깊을수록 말도 깊어진다. 침묵은 부채의 접혀진 부분같은 것이고, 수면아래 빙하이며, 나무를 버티게 하는 뿌리다.” "너의 하루가 너를 형성한다. 두고볼수록 새롭게 피어나야 한다. 아름다움은 안에서 번져나오는 것이다. 감추는 데서 오히려 나타내는 것이 예술의 비법이다. 생명은 그 자체가 존귀한 목적이다. 인간은 저마다 혼자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자 당당한 실존이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이다” 천상천아유아독존과 모든 것은 연관돼 있다는 실상,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어린왕자를 가장 좋아한다는 법정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마음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한다. “남을 미워하면 그쪽이 미워진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이 주인이 되라.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갉아먹는다. 마음이 그늘지면 그 사람이 녹슨다.” 닦고 닦아야할 마음이라니. 소유가 많아질수록 집착이 늘어난다. 본래무일물, 원래부터 내 것이 없으니 악착같이 갖고자 애쓰지 말라. 물건을 잃어버리고 마음까지 잃어버리지 말라고 말한다. 키우던 난초에 대한 사랑마저도 집착이라며 이를 내려놓는 법정의 마음에 범인이 어떻게 닿을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의 소유욕은 문화이자 문명이다. 한정된 것에서 더 가지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제도화된 도둑질, 강도질이 시스템화돼 있는 세계다. 한갓 무소유의 성찰로 이 파괴적인 문화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몇몇의 양심은 찌를 수는 있다. 문제는 무소유하려는 자들이 더 찔린다는 것이다. 이 무위한 가느다란 전통은 좀 더 넓어져야하고 동지를 규합해야한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조약돌은 정이 아니라 부드러운 물결이 만드는 것이고, 가벼운 흰 눈이 쌓여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실상은 말 밖에 있는 것이다. 진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출세간적인 사랑은 편애가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다 보편애는 이교도에게까지 미치는 사랑이라는데 그러한가. 여기서 종교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본다.

법정은 진리는 하나인데 그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히말라야는 하나인데 보는 곳마다 다르다. 산정상에 올라가보면 여러 갈래 길로 올라온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을 본다. 간디의 표현을 빌려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가지는 만가지여도 줄기는 하나다. 종교는 하나에 이르는 개별적인 길이다. 법정의 종교관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살인과 전쟁에 까지 이르는 종교의 배타성을 넘어설 수 있는 목소리다. 이같은 전통은 오래됐고 깊다.

우리말과 글로 철학을 했다는 다석 유영모(1890~1981)는 함석헌의 스승이다. 다석은 가르침은 여럿이지만 진리는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일원다교사상이다. 600년 전 은거처사 운곡 원천석은 인간의 근본 성품은 다르지 않고 다르게 표현될 뿐이라며 유불선 삼교일리론을 주장했다. 현재라면 기독교까지 포함해 사교일리론을 주장했을 것이다.다석은 석가 예수 공자를 신으로 보지않고 스승으로 삼았다. 관점의 차이와 선택의 문제를 넘어, 곧 사랑이라는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상에 생각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