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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대 가출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서울, 10대 가출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10.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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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곳은 특별한 곳 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 갔다. 출발 3일을 앞두고 버스표를 예매하려고 하니 모두 매진되었다. ‘참.. 추석 연휴지’ 미리챙기지 못한 자신을 타박하면서 예매취소하는 표를 노리고 있는데 24일 오전5시40분 출발하는 버스 1번 좌석을 건졌다. 돌아 올 때는 어쩔수 없이 통영도착 버스를 예매하고 서울로 출발했다. 몇 번 자다깨다 했더니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의 첫 일정인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주최하는 ‘십대여성의 가출 실태 및 성매매방지 대책 토론회’는 30분지각, 서울시청 서소문별관동 13층 대회의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고 허리를 반쯤 구부려서 빈자리를 찾다가 젊은 경찰 옆에 앉게 되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과 함께 온 경찰이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출 여자 청소년 공간이용 및 폭력피해 실태 조사연구 발표를 듣는 내내 자꾸 고이는 눈물 때문에 창피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10대 소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하려고 애쓰는구나 서울시가 특별한것인가?’

 
내 생애 가장 슬펐던 토론회를 마치고 토론회를 준비한 서울시 공무원들과 인사를 하고 토론자인 이동쉼터EXIT(엑시트)대표와 함께 근처 식당에서 달큰한 냉모밀은 먹고 EXIT활동지역인 신림역으로 갔다. 들꽃청소년세상 사무실에서 엑시트의 활동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영등포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haja center'로 갔다. 오후5시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벌써 하자센터 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시 허리를 반쯤 접고 맨 뒷자리에 자리 잡았다.

하자센터는 매달 한번 하자센터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하자센터투어를 한다. 바로 추석 전에 서울방문하게 된 것도 하자센터의 일정에 맞춘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10여명의 사람들의 하자센터 본관 신관을 둘러보는데 2시간이 걸렸다. 1999년 12월에 개관한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청소년진로교육,하자네트워크학교,함께하는 삶을 위한 마을 생태계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하자네트워크학교로는 하자작업장학교와 여행학교’로드스꼴라‘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Cuba'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연금 술사 프로젝트’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교로 연금술사 창업1호점은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즐거운 청소년일터’소풍가는 고양이‘가 있었다. 인생을 요리하는 청소년요리사’영세프스쿨‘,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를 찾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재미있는 뮤지션들이 친구가 되어주는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방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연단인 ’노리단‘도 하자에서 탄생된 것이다. 거제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 부러워서 속상했다.

하자센터에서 나왔을 때 건물에서 내뿜는 불빛들로 거리는 현란했다. 영등포에서 신림역으로 이동해서 이동쉼터EXIT는 현대자동차에서 후원한 것으로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버스를 개조한 것이다. 와이드텔레비전으로 영화상영도 하고 아이들이 밥 먹을 수 있도록 식탁과 의자를 갖추고 싱크대와 수납장, 냉장고 전기밥솥등이 있었고 앞쪽으로 잠잘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진지하게 회의를 하고 있던 젊은 활동가들이 박수로 날 반겨주었다.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실무자 난나, 수녀님, 목소리 이상하다고 뒤에서 수근대지말라고 자신을 소개한 트렌스젠더 애디, 사진촬영하는 승철, 거제에서 3살까지 살다 서울로 이사온 현휘, 한달에 한번 밖에 봉사하지 않는다고 미안해 하는 언니도 있었다.

저녁8시쯤 아이들이 저녁을 먹으러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엑시트(버스) 옆 천막에는 오늘의 메뉴인 삼겹살연기로 가득했고 떡볶기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직접 가져다 먹고 설거지까지 했다. 나도 난나가 만든 떡볶기 한 컵으로 저녁을 떼우고 있는데 “저 오늘 처음 밥먹어요” 하는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
 

오늘은 특별히 피부미용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드름 숭숭한 남자아이들이 서로 먼저 얼굴을 들이대기도 했다. 성장한 아이들에게 버스는 좁았지만 그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젊은 활동가들은 일대일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상담을 했다. 이미 활동가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라 그런지 의외로 말이 많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의 심리상태와 건강을 체크하고 있었다. 차비가 없는 아이들에게 차비를 챙겨주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등 활동가들은 가출.위기 청소년들에게 친구이자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30여명의 아이들이 왔다가고 밤11시 처음 엑시트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여 소감을 나누고 오늘 처음 본 이 젊은이들과 헤어지지 싫었지만 다음에 거제도에 오면 꼭 연락해라고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추석 전날이라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돈암시장을 그냥 지나치려니 발걸음이 무거워 몇 번을 뒤돌아보았다. 나에게 시장은 참새방앗간과 같은 곳으로 사람들의 어떻게 사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오전10시에 약속을 한 터라 시장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성북구청으로 갔다. 학교 같은 거제시청과 달리 성북구청건물은 10여층의 높은 빌딩이었다. 그 앞에 천이 흐르고 천위 다리 한쪽에 시민들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어 누구나 끼를 펼치라고 써놨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대신 화단을 만들고 화분을 설치한 거제시와 비교되었다.

성북구청 건물 앞에는 ‘소녀의 꿈’이라는 이름의 일반군 위안부피해자를 위로하는 조각상과 한국최초유니세프인증‘아동친화도시성북구’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주위에 마을협동조합을 홍보하는 간판들의 줄서있었고 인권도시를 만들기위해 다양한 강좌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고 권위적인 시청사가 아니라 마치 마을광장 같은 분위기였다.
 

10층에 급식지원센터는 작은 사무실에 센터장을 포함하여 5명이 일하고 있었고 친환경무상급식토론회때 몇 번 봤던 이빈파센터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걸 보니 바쁘게 달려오신 듯 했다. 2시간동안 급식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들에게 맛 좋고 품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고 생산자에게 계획생산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공동구매로 급식예산절감되는 급식지원센터는 안하면 바보인 것이다. 2014년 성북구 급식예산 약10억원을 절감했다고 자랑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만 해오던 것들이 그림으로 그려질수있겠다 싶은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서울오길 잘했다.
이빈파센터장이 몇가지 자료를 챙겨주시면서 ‘작은민주주의 친환경무상급식’책을 한 권 주셨다. 조대엽,김영배,이빈파공저라고 되어있었다. ‘아, 김영배, 성북구청장인데...역시’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붙잡았지만 이동시간 생각안하고 오후1시에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 원장님과 약속했기 때문에 서둘러 나와야했다. 성북구에서 구로구까지 1시간이면 되는줄 알았는데 쉼터는 고척동 산허리에 있었다. 들린 곳 마다 챙긴 자료뭉치들을 양쪽에 들고 주택가 골목을 한참 올라갔더니 석류가 햇볕에 반짝이는 3층건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1층 아담한 상담실에 딱 봐도 원장님이신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18년동안 가출청소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분을 만나게 된 것이 영광스러웠다. 하회탈 같은 미소는 주저없이 상대방이 마음을 터놓게 만들었다. 괜찮다고 했는데 점심 못 먹은 걸 알고 밥과 김치 포도 한송이를 정성스럽게 차려주셨는데 나는 상담실 한쪽에 있는 간이 편의점에서 왕뚜껑을 하나 추가했다. “원장님, 이 매점은 아이들이 운영합니까?” “아니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 편의점이잖아요, 그래서 상담실을 아이들이 익숙한 곳으로 꾸몄어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해야 아이들도 마음을 열어요 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십대여성의 가출초기부터 자립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보호,상담,교육,일자리제공하는 곳으로 거리의 십대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인턴십센터‘새날에 오면’, 가출한 십대여성들을 위한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 탈학교한 십대여성들에게 일, 학습, 치유를 맡고 있는 늘푸른 자립학교, 자립준비단계에 있는 가출 및 성매매피해 여성들을 위한 징검다리 그룹 홈으로 나눠서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십대여성이면 여중생들이다. 이 아이들이 가출하면 가장 필요한 것이 잠잘 곳과 돈이다. “집나오면 개고생이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나아요”라고 말하는 여중생에게 ‘누가 가출해라했나’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 어린이와 성인의 중간에 끼여서 나름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십대여자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귀하게 태어나서 거리를 헤매도록 해서는 안된다.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거제시에도 가출위기탈학교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절실하다. 교육청,경찰,거제시,지역사회가 함께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챙기고 그들의 아우성에 귀기울여야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건강하게 성장할수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한다.
새날청소녀 쉼터를 마지막으로 1박2일의 서울일정을 마무리하고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고 고현 가는 버스표가 있는지 물었더니 딱 한자리 있다고 했다.
이번출장을 별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버스표 예매 취소 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2015년10월3일(세월호참사536일째) 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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