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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쉬리와 꺽저기는 왜 멸절했나
거제도 쉬리와 꺽저기는 왜 멸절했나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6.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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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하천 생태계 2

거제도 물길에서 우리가 들어야 할 민물고기 울음소리 ②

'알콜 표본병 속에서 살아가는 거제도 쉬리와 꺽저기'

영화 때문에 모든 국민이 알게 된 물고기 이름이 있다. 쉬리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 영화는 남북 분단현실을 배경으로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1999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 덕분에 쉬리라는 물고기는 모든 국민들이 아는 전국구 물고기가 되었다.

쉬리는 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 있는 하천 중상류역에 살아가는 물고기다. 여울각시 기생피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모습이 아름답고 고운 우리나라 물길의 대표적인 물고기다. 동해로 흐르는 물길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강에 살아가고 있는 고유종물고기다. ‘고유종’이란 우리 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물고기이고,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물고기라는 의미이다. 생태학적 가치와 보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쉬리(Coreoleuciscus splendidus Mori, 1935) 학명에 모리(Mori)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일본 어류학자 이름이다. 우리 나라에만 살고 있는 물고기를 1935년 일본 어류학자가 모리가(Mori)가 최초로 신종으로 등록해 학명에 모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우리 나라 대부분 물길에 살아가고 있는 물고기를 일제시대 때 일본 학자가 신종으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쉬리가 안다면 쉬리는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거제도 남방동사리 조사 활동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메시지 하나가 왔다. 미국 LA에서 어학 공부를 하고 있지만 민물고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남방동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거제도에서 쉬리가 왜 멸절되었는가?’ 물었다. 나도 늘 궁금해 하는 부분이지만 답변은 궁색하다.

1995년에서 1997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쉬리와 꺽저기가 1마리씩 채집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그 이후 2009년까지 거제도 민물고기모니터링 과정에서도 쉬리와 꺽저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9년 거제도 민물고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정리 할 때 최종적으로 쉬리와 꺽저기의 ‘멸절’을 인정해야 할지 망설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려웠다. 마지막 단계에 외부 전문가와 공동 조사를 했지만 쉬리와 꺽저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는 민물고기에 관심은 사람들에게 거제도 쉬리 멸절은 상식적이 정보가 되었다.

문제는 왜 멸절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 거제도 보다 훨씬 물길이 발달 되지 않은 남해에도 여전히 쉬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양천은 물길이 잘 발달되어 있고 수량도 풍부하다. 중상류역에는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인위적 간섭도 적은 편이과 자연형 하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거제도 쉬리는 살아남지 못했다. 왜 쉬리는 산양천에서 멸절되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최종적인 나의 결론은 산양천 권역에서 쉬리가 산란하는 시기 쯤에 강한 외부적 요인들이 물길에 가해 졌기 때문에 사라졌다고만 추론하고 있을 뿐이다. 강한 외부적 요인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무엇일까?

 
거제도 산양천 상류역 모습, 수량이 풍부하고 쉬리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거제도 산양천 중하류역 모습, 쉬리가 살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거제도에서 쉬리는 멸절되었다. 쉬리가 거제도에서 멸절 됨으로써 과거에 거제도가 한반도 내륙과 물길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생물학적 증거 한 개도 사라졌다. 최근 국내에서 쉬리가 한종이 아니라 2종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홍섭기자님 블로그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하천에 분포하는 쉬리를 참쉬리를 새로운 신종으로 등록되었다는 글을 보았다. 궁금한게 하나더 늘었다. 거제도에서 멸절된 쉬리는 참쉬리일까 일반 쉬리일까? 1%의 가능성과 상상력이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속에서 수 많은 세월 동안 분화 발전 해 온 거제도 쉬리가 3번째 신종으로 등록될 가능성도 영원히 사라진 샘이다. 슬픔은 거제도 쉬리의 멸절로 이 모든 것은 이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거제도에서 쉬리만 멸절한 게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거제도에서 멸절된 물고기가 또 있다. 꺽저기다. 꺽저기(Coreoperca kawamebari Temminck and Schlegel, 1842)는 1999년 연구 결과에서 둔덕천에 서식이 확인 되어졌지만 2009년 모니터링 과정에 서식을 확인하지 못했다. 모습이 개울에 서식하는 꺽지와 비슷하지만 아가미 옆에 파란색 점이 있어 구분 된다.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어져 보호 되었지만 2005년 보호종으로 해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탐진강 권역에서만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다.


 

 

꺽저기를 통해서 거제도 물길이 섬진강 뿐만 아니라 전남의 탐진강 권역의 물길과도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꺽저기는 일본에서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다. 둔덕천 꺽저기를 통해서 한반도 내륙의 탐진강과 섬진강 물길이 거제도 물길과 만났고 이 물길이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꺽저기가 멸절됨으로서 이 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퍼즐 하나가 사라졌다.

둔덕천에서 꺽저기가 멸절된 이유는 둔덕천에서 이루어진 하천정비 사업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평탄화 작업으로 개울에 물이 천천히 흐르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 중류역과 여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제도 꺽저기는 대학 연구실의 알콜 표본병으로 어딘가에서 우리 시대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시대에 벌어진 참극들이다.

거제도에서 꺽저기도 쉬리도 멸절되었다. 알콜병 속에서 고대의 유산처럼 남아 있을 것 같다. 거제도 어느 개울 한 구석에 살아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너무 큰 욕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섬에서 물고가 몇 종 사라졌다는 게 무슨 큰일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하십니까?’ 자연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생태계는 수억만 년의 시간들과 진화 결과로 우리 옆에 있다. 우연히 이유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고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지혜와 맘이 없다면 신이 인간에게 불어 넣었던 영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제도 개울에 흐르는 쉬리와 꺽저기 울음소리는 어떤 화장으로도 숨길 수 없는 흉터가 되었고 다시 곪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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