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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정치인과 배식판 위의 점심 도시락 2
벌거벗은 정치인과 배식판 위의 점심 도시락 2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5.03.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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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급식비 냅니다. 초등학교 2명 중학교 1명, 부담해야 할 돈은 한 달에 약 15만원 내외, 만만치 않습니다.

15만원이면 허리와 팔 다리가 아프신 어머니를 위해서 몰래 의료 보험을 넣어 드릴 수 있는 돈이고, 기름 값이 아까워 전기장판으로 생활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난방비를 지원할 수 있는 돈입니다.

문상 갈 때 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라’는 말을 듣지만 늘 넉넉하게 부모님 용돈을 챙기지 못해 맘이 짠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돈은 부모님 용돈을 조금 더 채워드리고 가족들 몰래 돈을 모아 가족여행을 다녀 올 수 있는 큰 돈입니다. 급식비 때문에 부모님께 드릴 용돈들이 더 궁핍해 질까 두렵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주머니가 더 가벼워졌으니 가족 복지 수준은 더 낮아 졌고 우리 모두 더 가난해 졌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경상남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도에는 초중고 756개교 285,089명이 지원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결정으로 저소득층자녀 및 특수 교육대상자 66,451명을 제외한 218,638명이 급식비를 내야 합니다.

285,089명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마치 술집에서 계산하며 지갑 속 돈을 빼듯이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늘어갑니다. 개인 지갑 돈이 아닌 국민 낸 세금인데 이해 할 수 없습니다. 급식비 지원 중단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수없이 달린 댓글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댓글을 순한 말로 정리 하면 ‘여러분이 뽑은 분입니다’ 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맞습니다. 우리 경상남도가 선택했습니다. 경상남도 모든 자치 단체에서 선택했습니다. 58.9%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중앙 정치를 했던 분이기에 조금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 중앙정치 경험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욕심들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고 교육 원로에게 윽박질렀다’는 기사를 보고 큰 꿈을 품었다는 분이 ‘왜 그럴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도자가 쉽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말 이였습니다. 많은 도민들은 급식비 지원 문제 앞에서 매정함과 무정함을 발견합니다.

무정함이 ‘아이들 밥값으로 만든 왕관’이라는 비유를 만들었습니다. 정치적 배식판 위에 아이들 점심을 올려놓은 댓가인가 봅니다. 정말로 아이들 점심 밥값이 왕관을 위한 정치공탁금이 될까 두렵습니다. 억울합니다. 선거철마다 정당 이름 하나만으로 당선이 되는 경상남도입니다. ‘정당 공천이 곧 당선과 연결되는 곳이다’고 말하는 곳입니다.

 
2014년 6・4 지방 결과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시군구청장 18곳 중에서 15곳이 새누리당입니다. 도의원 55명중 51명이 새누리당입니다. 열렬한 경남도민이 지지를 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억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팔십이 넘은 우리 부모님의 분노입니다.

큰 정치를 하는 분들은 정치 리더십 부재, 불안한 경제 상황, 외교 문제등을 급식비 지원 문제가 덮어 주고 가려주고 있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정부는 ‘선별적 복지정책’이라며 정치적 반사 이익만을 생각하고 경남도민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복지는 세금을 낸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무능한 독재 정권을 무너트린 3.15의거의 중심이 경상남도입니다.

경남도민을 별도의 세금을 내도 되는 ‘충복’으로만 생각하셨다니 섭섭합니다. 이해를 못하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삼권분리는 제도가 있습니다. 행정부의 잘못을 의회가 견제해야 합니다. 아무리 정당색이 지배하는 지역이지만 정치는 ‘민심을 천심’으로 받아 들어야 합니다. 도의원님들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시민들의 열망이 아닌 윗전 눈치만을 보셨습니까?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은 자치 단체 지도자가 한사람 밖에 없습니까? 의회 앞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왜 시민들이고 학부모들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학습하고 있습니다. 도에서 지원하기로 했던 257억 중단, 시군구에서 386억 지원 중단, 모두 합쳐 643억으로 전도민이 비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처음부터 정치는 우리 삶의 또 다른 공기였습니다.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반복학습까지 했습니다.

견제와 비판없는 3권 분립이 얼마나 유치한 장난인지 확인했습니다. 시민들을 대변하겠다며 손잡았던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하여 어떤 판단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정치인을 가려 뽑지 못한 우리 잘못도 큽니다.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우둔한자는 경험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우리가 우둔하여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천 원짜리 한 장 쓰는 게 두려워 벌벌벌 떨고 있는 팔십이 넘은 부모님들의 분노를 지켜보면서 희망도 발견합니다. J.J.스미스는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경상남도가 민주주의 고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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