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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어떻게 쓰지?
자기소개서 어떻게 쓰지?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8.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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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입시 시즌의 첫발이 시작되었다. 9월부터 수시전형 서류접수가 시작되고 내신 점수 산출 과 함께 자기소개서 쓰기부터 대입전형의 시작인 것이다.


자기 소개서. 글자 그대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쓰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글 쓰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력이다. 그렇다면 자기 소개서를 쓰기 위해 아니 그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럽에서는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하는 교육이 철학교육이라고 한다. 우리 교육을 말하자면 도덕과목과 윤리 또는 윤리와 사상과목과 동일시 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 수업에서 처음 시작하는 부분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자기 존재와 정체성을 인식하고 확립시키는 것이다.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삶의 주체로서 자기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 할 수 있고, 삶에 가치를 두고 자신의 인생을 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글쓰기가 바로 자기 소개서 쓰기이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하고, 정작 쓸 것이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할 것이 없다고 한다. 자기가 살아온 아직은 길지 않았던 학교생활과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본 것도 없고 학교생활도 딱히 소개할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봉사 점수나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그에 해당되는 내용들은 채운다. 하지만 학업에 에 기울인 노력과 의미에 대해 또는 교우간의 갈등과 배려에 대해 본인과 관련된 것들은 없다고 간단히 말한다. 학교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학원생활이 전부인 현실에 그런 의미들을 생각할 시간과 교과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적보다 수단과 방법에만 익숙하게 만든 것이다.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서도, 본인의 하루생활에 대해 사고하지 않는다.


철학 수업을 삼 개월 한 적이 있다. 첫 수업에 자기에 대해 써보는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 소속 된 인원의 일부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만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전부였다. 삼 개월 동안 내가 누구인지. 가치관과 삶의 의미, 자기의 삶을 어떻게 설고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야 하는지,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어떤 의무와 책임감을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괄목상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진일보 나아가 첫 자기소개서보다는 본인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글에 제법 나타났다.


입시 경쟁과 취업경쟁 사회로 만들어버린 기성세대들이 우리 아이들의 실존적 가치에 대해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서로 교감하고 삶에 임하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전에 수학점수와 영어점수로 평가 받는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 속으로 아이들을 등 떠밀어 버린 것이다. 시험 점수가 좋은 아이는 모범생이고 그와 반대인 아이는 점수로 아이의 인간적 가치는 평가절하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올 여름 배낭하나와 잡비만을 주고 일주일 혼자 배낭여행을 보낸 부모님이 계셨다. 그 아이는 고1이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이면 방학 기간 동안 학원에 매진하게 한다. 정작 본인은 가기 싫어했지만,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가기 싫다고 한 아이가 혼자만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의 반응이 기대되었다. 자식의 자아가 성숙된 모습을 기대하셨을 부모님의 심정과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 후 아이는 달라져서 귀가했다. 좋았다는 짧은 한마디 후 부모님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자신의 생활도 적잖은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사색의 계절인 가을이 됨을 스치는 공기로 느낀다. 이 가을 우리에게 어떤 사색이 필요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사색이 필요할까?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마저도 수직의 파문을 그리고 떨어지는 절대적 진리를 같이 고민하고자 했던 한용운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도 회고의 계절이 가기 전에 자신을 찾아 나서보자. 우리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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