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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채가 그리는 더 큰 세상
잠자리채가 그리는 더 큰 세상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7.09 17: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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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린 잠자리채가 연필보다 더 큰 세상을 그린다

학교 담장 밖 논 빛은 찬란한 녹색 빛이다. 어제는 논 위를 날아다니던 잠자리 한 무리가 운동장으로 날아들어 아이들을 설레게 했다. 운동장에서 소리치며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참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흙놀이와 공놀이를 보고 맴돌다 사라졌다.

“된장잠자리야”, 된장잠자리는 말에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고추잠자리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 이상한 듯 나를 봤다. 여름철 해거름 쯤 논 위를 날고 있는 잠자리 무리, 비가 오기 전이나 비가 오고 나서 맑은 햇살과 함께 머리 위를 휙휙 날고 있는 잠자리 무리, 참 친숙한 우리 농촌 모습이다. 이렇게 잠자리가 날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무심코 ‘고추잠자리’다 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날고 있는 잠자리는 십중팔구 된장잠자리다.

된장잠자리는 말 속에 된장잠자리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노랗게 익은 된장의 노란 빛, 된장잠자리는 그 빛깔을 온 몸에 담고 있다. 잠자리 색과 잠자리 모습이 딱 맞아 떨어지는 잠자리 이름이다. 이름을 들으면 이 잠자리가 토속적인 우리나라 잠자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잠자리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사는 잠자리가 아니다. 된장잠자리의 서식지는 적도와 열대지방이며 태평양이다.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 온 잠자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이 아니라 날아오는 비래종(飛來種)이다. 얼마나 하늘을 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잡은 된장잠자리>


이렇게 나는 능력이 탁월한 된장잠자리도 아이들 호기심 어린 챕질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잡은 아이는 신이 났다. 흥분한 아이들의 얼굴은 붉게 익기 시작한 사과처럼 달아올랐다. 그 기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잠자리채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마치 개선장군이 된 것처럼 흥분되고 몸이 달아오른다. ‘휙이-휙 휙이-휙 ’ 챕질을 하다가 날고 있는 잠자리를 챕질 하거나 앉아있는 밀잠자리를 챕질 해서 성공했을 때, 채망 속에서 ‘터더더덕 터더더덕’ 하며 잠자리의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는 묘한 쾌감을 준다.

 
<챕질로 잡은 포충망속 두점박이좀잠자리>


아이들도 이 기분을 즐길 수 있을까? 아이들이 맘껏 잠자리 챕질을 할 수 있도록 잠자리채를 샀다. 그리고 복도에 두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몇몇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감 하나가 더 생긴 샘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정말로 사용해도 되는지 물었다.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특별하면서도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이제 잠자리채가 아이들 놀이감으로 익숙해졌다.

 
<아이가 잡은 두점박이좀잠자리>


아이들의 익숙해진 무게만큼 잠자리들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된장잠자리, 밀잠자리, 흰얼굴잠자리, 깃동잠자리가 잡혔다. 6-7월 들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잠자리들이다. 그런데 특별한 잠자리 한마리가 아이들 손에 잡혔다. 검정색과 흰색이 어울려진 조금은 이색적인 잠자리다. 아이들 눈에도 특별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노란허리잠자리야” 노란허리잠자리는 저수지에서 늦은 가을철까지 보이는 터줏대감 잠자리로 보편종이다. 노란허리가 흰색의 허리로 변한다. 학교 뒤편에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를 날다가 학교로 날아들어서 아이들 손에 잡혔다.

 

<아이들이 잡은 노란허리잠자리>


아이들이 가끔씩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이게 이름이 뭐예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는 아이들 눈빛은 그 질문과 함께 초롱초롱 빛난다.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답해야 하지만 늘 즉답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 참 대단하구나, 어떻게 이것을 잡을 생각을 했니? 이름까지 궁금했다니, 넌 다음에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꼭 해주는 말이 있다. 호기심은 창조성의 바탕이고, 창조성을 가진 아이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두렁두렁 탐사대 활동을 하는 하늘강>


여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기다렸던 방학도 다가온다. 여름철이면 산과 들로 놀러 다니면서 웃고 놀았던 기억들은 기성세대의 호사스러운 추억이 되었다. 아이들은 방학 일정에 맞추어서 학원 수업을 잡고 집과 학원을 오간다. 학원에 앉아서 선행학습을 하고 공부를 하는 아이가 시험을 잘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 이게 뭐예요?”라고 물으면서 산과 들로 놀러 다닌 아이들 보다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잠자리채가 연필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고 더 큰 행복과 성공을 아이들에게 가져다줄지 모른다. 방학 때 만이라도 아이들 손에서 연필 대신에 잠자리채를 쥐어 줄 수 있는 부모의 용기와 지혜가 소중한 이유다. 호기심 어린 잠자리채로 아이들이 그린 세상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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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욱 2014-07-13 07:59:34
참으로 가슴이 따뜻해 지는 글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