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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구천댐 상류 '싹쓸이 벌목' 문제 있다
산림청, 구천댐 상류 '싹쓸이 벌목' 문제 있다
  • 원종태 기자
  • 승인 2023.08.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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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원 구천댐에 흙탕물, 탄소 중립 역행.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구천댐 상류 삼거동 국유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벌목 현장

산림청이 수종갱신 사업을 한다면서 구천댐 상류 울창한 산림을 벌목하고 민둥산을 만들어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벌목과 목재운반, 진입로 개설 등으로 거제시민들의 식수원인 구천댐을 흙탕물로 오염시키는가 하면 멸종위기종 1급 남방동사리 및 수달, 천연기념물 팔색조 서식지를 훼손하고 탄소중립 정책에도 크게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함양국유림관리사무소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삼거동 산90 일원 16.8·㏊에서 수종갱신을 이유로 울창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대형트럭을 이용해 반출하고 있다. ‘임상이 불량한 입목을 벌채하고 경제성 있는 수종을 조림하여 양질의 목재를 생산 공급한다’는 게 목적이다.

벌목 현장과 구천댐
벌목 현장과 구천댐

 

목재생산 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소나무는 28%이고 활엽수는 72%로 4영급이며, 베어낸 곳에는 편백을 조림한다는 계획이다.

싹쓸이 벌목으로 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편백을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나무에 저장한 탄소는 물론이고 나무 보다 4배 이상 탄소를 저장하는 산림토양이 훼손된다.
싹쓸이 벌목으로 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편백을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나무에 저장한 탄소는 물론이고 나무 보다 4배 이상 탄소를 저장하는 산림토양이 훼손된다.

 

그러나 산림청은 거제시나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벌목공사를 벌이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수도배관을 파열하는 등 말썽을 빚었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딛치자 산림청은 7월 초 삼거동 마을 회관에서 뒷북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뒤늦은 설명회에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올들어 은혜사 뒤편 산에서 임도재가설 공사를 벌이면서 사전 설명회 없이 굴삭기 작업으로 말 목장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수년전에는 삼거동 산 1번지 일대 마구잡이 벌목으로 고로쇠나무 등 주민 수입원 상실과 수자원 고갈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활엽수림을 없애고 편백을 심는 것도 지적했다. 주민들은 편백은 타감작용으로 다른 식물은 물론 벌이나 벌레로 살 수 없고 새도 오지 않는다는 것. 또 “편백은 수분함유 기능도 떨어지고, 나무 값도 많이 내려 일반 나무와 거의 비슷해졌는데 무슨 경제성이 있느냐”고 따졌다.

7월초 주민설명회 장면. 뉴스앤거제 제공
7월초 주민설명회 장면. 뉴스앤거제 제공

 

산림청의 싹쓸이 벌목, 수종갱신 등으로 산림조합 같은 곳은 활엽수 등 나무를 팰릿공장이나 표고버섯묘목, 화력발전소 등에 팔아서 돈을 벌고, 산림청은 벌목한 곳에 나무 심고 가꾸기 한다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 하는 것 이외에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비판이다.

특히 벌목 후 산사태가 나고 이를 막는다고 사방댐을 건설하는 등 산림청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벌목-나무심기-숲 가꾸기-사방댐 건설 등 관련 업계 토목사업과 조직 유지 확대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시민이 벌목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함양국유림관리사무소 직원은 “국유림이라서 나무 상태를 살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많으면 새로운 나무를 심는다. 그래서 베어냈다. 나무가 오래 돼 탄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잘라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시민은 "산과 숲, 나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산림청이 세금을 들여서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목한 활엽수들을 반출하기 위해쌓아두었다
벌목한 활엽수들을 반출하기 위해 쌓아두었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 저장 많고

토양이 나무보다 4배 더 탄소 저장...탄소 배출 심화 산사태 우려

 

실제로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 함양이 많고, 숲의 토양이 나무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EBS 뉴스 ‘오래 산 나무일수록 탄소 저장에 큰 역할’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보자.

산림청이 30년 넘은 산림은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70% 떨어진다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비판한 보도다.

“동물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성장을 멈추지만 식물은 시간이 지나도 성장이 계속되며, 이산화탄소 흡수 효율도 높아진다.

지난 2014년 과학 저널 <네이처>는 미국 서부 생태연구센터 ‘나단 스테픈슨’ 박사팀의 연구가 발표됐다. 전 세계 열대, 온대 지방에 분포한 나무 403종 67만 3,046그루의 성장 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나무는 나이를 먹고 크게 자랄수록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이유를, 뿌리가 깊고 나뭇잎 총면적이 넓어 에너지를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큰 나무일수록 탄소를 더 많이 축적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형 고목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크기 나무들이 이룬 숲과 유사할 정도다.

2008년 네이처지에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숲은 800년이 되어서도 우수한 탄소흡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숲은 단순한 탄소 저장고가 아니다. 공기와 물을 정화하고, 영양물질을 순환하며, 토양 안정과 같은 수많은 기능을 하고, 여러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오래된 산림은 생물다양성의 원천일 뿐 아니라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고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후 위기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30년 된 나무가 오래돼 베어낸다는 산림청의 주장은 거짓인 셈이다.

나무를 베어내면 나무에 있는 탄소뿐 아니라 나무보다 더 많이 탄소를 저장하는 토양이 훼손된다.

영국 산림 자료(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 ’전국 어린 소나무들의 떼죽음, 산림청 왜 이러나’에서 재인용)
영국 산림 자료(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 ’전국 어린 소나무들의 떼죽음, 산림청 왜 이러나’에서 재인용)

 

영국 산림 자료(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 ’전국 어린 소나무들의 떼죽음, 산림청 왜 이러나’에서 재인용)다.

탄소저장량은 나무 기둥과 잎, 가지를 합쳐 17%, 토양의 탄소 저장량은 72%, 바닥에 떨어진 낙엽 5%, 죽은 나무 1% 미만인 것을 보여준다. 싹쓸이 벌목으로 나무에서 저장된 탄소뿐만아니라 토양이 드러난 민둥산에서는 큰 비가 오면 수십 수백년간 저장된 탄소가 일시에 배출된다.

산림청은 연간 2조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싹쓸이 벌목, 수종갱신사업, 임도개설, 숲가꾸기 등의 이름으로 탄소 배출로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대형과 산사태 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림청의 벌목지는 삼거동에서 감나무골로 불리는 곳으로 식수원인 구천댐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난 7월 장마와 집중호우시 흙탕물이 흘러내려 구천댐이 붉게 물들기도 했다.

각종 석유제품들이 노상에 방치돼 식수원을 오염씨킬
각종 석유제품들이 노상에 방치돼 식수원을 오염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전기톱과 굴삭기 등에 사용하는 각종 석유제품들이 노상에 방치돼 식수원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었다.

구천댐 상류 삼거천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남방동사리와 천연기념물 수달의 주요 서식처이다. 구천댐은 거제도 최대의 수달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또 벌목지 인근에는 21년 주민주도형 거제구천댐 식수원과 수생태계보호사업 생태조사에서 팔색조 둥지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팔색조 번식지 팻말
팔색조 번식지 팻말

 

산림청은 식수원 상류이자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의 집단서식지 상류에서 대규모 벌목사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벌목사업이 식수원 오염이나 주민들의 생활환경, 자연생태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된 조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공사를 벌이면서 인근 마을이나 관련 기관 등에 통보나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관련기관들은 구천댐 위 대규모 벌목현장을 찾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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