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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4.0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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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이복규 시인

 

중국 사람이 만든 이불에서 자고 일어나 필리핀에서 만든 옷을 입고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운동화를 신고 파기스탄 노동자가 만든 길에서 운전을 한다. 점심시간 조선족 아줌마가 차려주는 식당에서 중국산 낙지 볶음을 먹는다. 태국에서 만든 화분에 꽃을 키우고 베트남에서 만든 모자를 쓰고 중국 사람이 만든 자전거를 탄다.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한 여름 가로등 밑에 수북히 쌓여있는 하루살이 시체들

70년대 말 국민학교 저학년 때, 공부 잘하는 내 짝지는 일본산 연필로 일본산 공책으로 공부를 했다.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비밀이라며 엄마가 일본에 돈 벌러 갔다고 했다. 엄마가 없는 텅 빈 집에 나를 초대하곤 했다. 초대할 때마다 일본산 연필과 공책을 주었다.

‘한국에 언제 왔어?’ ‘결혼했어?’ ‘몇 살이야?’ ‘월급이 얼마야?’
서슴지 않고 반말로, 쉽게 물을 수 없는 말을 건네는 한국 사람들. 외국노동자의 미성년자 성폭행에는 광분하는 한국 사람들. 동남아 여행에서는 거리낌 없이 미성년을 요구하는 한국 사람들. 월급이 적다고 목숨 걸고 투쟁하는 한국 사람들. 최저임금, 체불임금에 죄책감을 못 느끼는 한국 사장님들.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이지만 미국 대학 출신이라면 다시 한 번 보는 한국인들.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능력으로 연결되는 나라. 조선시대 계급 세습이 전이되는 듯한 한국의 모습들. 가난하면 꿈도 작아야 하고 가난하면 道(도) 닦으며 安分知足(안분지족)해야 하는 나라.

80년대 말 대학교 1학년 때, 멋도 모르고 선배 따라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고 총장실 집기를 들어내던 그 때. 무조건 부딪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던 때. 폭력을 정당화시키며,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였던 그 때. 삼삼오오 모이면 비판과 비관을 일삼던 그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프리카 오지 수단, 수단의 남부 톤즈에서 말라리아와 콜레라로 죽어가는 주민들과 나병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흙담과 짚풀로 지붕을 엮어 병원을 세우고 병원까지 찾아오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척박한 오지마을을 순회하며 진료를 하며 죽음을 맞이한 한국인 이태석 신부님.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하나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경전의 말씀을 우리는 기억한다. 서로 사랑하며 네 몸을 내 몸처럼 아낄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추악한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며칠 전 남북 이산 가족이 온몸으로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울음을 함께 했다.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가장 고귀한 경전의 말씀을 막고 있는 이 권력의 폭력을 경계해야 함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한국인이기 이전에 지구인이다. 나라와 민족을 초월하는 다양한 인종이 공동의 번영을 누려야 한다. 어제 중국의 전염병이 오늘 한국에 퍼져있는 상황임을 인식한다면 더 이상 남의 나라의 슬픔이 그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오염이 날로 심각해질수록 우리는 예외가 될 수 없다. 중국이 친환경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우리가 적극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이웃의 미래가 보면 된다. 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나와 경쟁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 내 이웃의 불행을 간과하는 것이 곧 내 불행과 연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복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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