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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에너지전환, 그리고 석유문명의 종말 1
코로나와 에너지전환, 그리고 석유문명의 종말 1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20.05.20 2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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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원, 경남시민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코로나로 흔들리는 석유시장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촉발된 유가 폭락이 석유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최근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난 1분기에 발생한 재정적자가 11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민간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25%의 순이익 감소를, 우리나라 정유사들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분기 발생한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락 조정했다.

셰일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20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다. 선물시장 만기일 도래로 인한 예외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셰일업계 전문가이자 파이오니아(Pioneer)사의 최고경영자인 스콧 쉐필드(Scott Sheffield)는 '세계 석유수요가 6주 동안 25백만 b/d 감소한 사례는 없었다며, COVID-19 종식과 석유수요 회복 시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금 석유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의 역사적 고점을 찍었던 유가는 수요부진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당시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급기야 지난 20일엔 -37.63달러까지 폭락해 시장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전문가도 회복의 시기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석유시장은 이미 성장의 한계점을 찍고 본격적인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부정하기엔 반대되는 증거가 너무 많다.

붕괴하는 화석연료 산업

기후변화가 전 지구인의 관심사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전환에 따른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구조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물론 절대 다수의 관심은 자신의 일자리와 소득 같은, 보다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사안들에 집중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문명의 전환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개인은 존재할 수 없다.

에너지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산업의 붕괴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코로나는 그들도 예상치 못한 변수다. 다만 이런 수준의 세계적 팬데믹(Pandemic)이 화석연료 산업 붕괴의 임계점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세계는 시장경제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복잡한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특정 산업의 흥망성쇠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돈, 즉 자본은 그 속성상 이익을 추종한다. 많은 돈이 집중되는 곳에는 높은 성장 가능성이, 그 반대는 쇠퇴와 붕괴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금융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필수적인 생존 능력 중 하나다.

보험은 금융업종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영역이다. 이익의 원천이 위험 관리에 있으니, 그들의 보수적 투자성향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 보수적 자산운용사들의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평가가 지난 몇 년 사이 급변하고 있다.

자산규모 100억 달러 이상의 다국적 보험사들은 이미 화석연료 투자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악사(AXA)와 뮌헨 리(Munich Re), 스위스 리(Swiss Re), 알리안츠(Alliantz), 취리히(Zurich) 등 세계 유수의 보험사들은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인수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악사와 스위스 리는 샌드 오일(send oil)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인수까지도 제한한다.(‘THE GLOBAL GREEN NEW DEAL’ 중)

국내에서도 심상찮은 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10조 원대의 예산을 관리할 금융기관을 선정할 때 석탄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선언한 금융기관을 우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선언이 수백조 원의 정부 예산 예치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국내 금융사들의 입장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업계는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폭증하는 좌초자산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이 과거의 체제를 대체할 때 그 임계점은 과반의 점유율이 아닌 전체의 3%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3% 대 97%의 싸움에서 3%가 이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본은 본질적으로 시장의 크기가 아닌 성장성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시장의 성장이 멈춰있을 때 재생에너지 시장이 매년 10~15% 성장한다면, 이 게임의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다.

리프킨은 전 세계적인 화석연료 산업의 대붕괴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있다. EU의 경우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시점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EU 전체에서 발생한 화석연료 기반 전력산업의 총 손실 규모는 1480억 달러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급증으로 인해 화석연료 산업이 입게 될 피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5년 시티그룹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향후 화석연료 산업에서 발생할 좌초자산의 규모가 10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는 경악했고 오일메이저들은 보고서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석유시장은 지금 붕괴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ASPO(석유 및 가스 생산 정점 연구회)의 창립멤버 중 한 사람인 석유지질전문가 장 라에레르는 피크오일 이론을 통해 석유정점에서 나타나게 될 극심한 시장의 변동성을 예고했다. 그에 따르면 석유정점은 2010년~2020년 사이가 될 것이며, 결정적인 붕괴의 징후는 수요의 정점에서 ‘파형(波形) 플라토’ 형태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엔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유가의 급등락이 반복되는 매우 불안한 시장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예측이 현실화 되며 지금 세계 석유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천연가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천연가스가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년 정도가 최대치가 될 것이란 게 에너지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유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재생에너지의 특성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주로 태양광 바람을 연료로 사용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산업에는 필수적인 채굴비용과 연료비 없이도 20~30년 동안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풍력발전은 LCOE(균등화발전비용) 측면에서 이미 천연가스보다 저렴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는 더욱 빨리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리프킨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전력시설 등의 인프라에 투입될 1조 달러의 비용 역시 잠재적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천연가스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이 게임에서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계속>

윤양원 '기후, 위기냐 전쟁이냐' 저자
윤양원 '기후, 위기냐 전쟁이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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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2020-05-25 18:15:51
EU화석연료 피해손실 1400억불 자료출처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