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우짜든지 별탈없고 고기마이 잡히게 해주소~"
"우짜든지 별탈없고 고기마이 잡히게 해주소~"
  • 원종태 기자
  • 승인 2014.02.17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삶의 원형, 거제면 죽림마을 남해안별신굿 3년만에 열려


 
거제 죽림마을에서 3년만에 별신굿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정월 초하루와 이틀에 열리는 굿판이라 설날 차례를 지내고 처갓집을 들러고 오는 길이어서 마음이 급하다.
음력 정월초하루(2월1일 토) 오후 5시 들맞이 당산굿부터 시작했다는 굿을 나는 2일(일)오후 2시경부터 오후 6시 30분 마칠때까지 참관했다.

죽림마을은 작고 포근한 항구다. 항구 가운데에 있는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물량장을 따라서 20여기의 대나무 깃대가 펄럭인다. 이 곳이 굿하는 곳임을 알리고 있다.
오랜만에 열리는 굿판을 구경삼아 작품사진을 건지려는 사진가들이 전국에서 20여명이나 몰려들어 긴장감이 감돈다.

죽림마을은 거제면 소재지에서 서쪽 끝에 있는 마을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하계휴양지가 있는 죽림해수욕장 입구에서 낮은 언덕을 넘으면 나온다. 대나무가 많은 포구라서 예로부터 대숲개, 대숲께로 불려왔다. 둥그런 포구를 끼고 형성된 정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약 80여세대가 사는데 반농반어다.

거제도 별신굿에 대한 문헌기록을 찾았다. 오래전에 사 두었던 책은 먼지를 쓰고 있다.

 
<<거제도 별신굿>>(열화당,초판발행 1993.3.20)은 1986년 2월 12일부터 14일(음력 1월4일부터 6일)까지 죽림마을에서 열린 별신굿에 대해 황루시가 글을 쓰고 김수남이 사진을 찍었다. 한국의 굿 시리즈중 16번째다.

당시 기록에는 12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한다. 무당패에게 60만원, 나머지는 제물마련 손님접대 비용으로 쓰였다고 돼 있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열배 이상의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측된다.

마을입구 천하대장군 지하대장군 두개의 돌. 큰 소나무.당산할머니가 있는 당집. 당산할아버지는 멀찍이 떨어진산위에 있다. 바닷가 작은 집에 할미미륵이 있다.

 
당시기록에는 별신굿의 제차는, 들맞이,산제 당산굿 골매기굿 요용굿 판매구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대내림 서낭굿 큰굿 구능굿 거리굿 데배띄우기로 돼있다.
들맞이는 들당산굿이다. 굿은 밤 7시50분부터 들맞이로 시작됐다.
들맞이굿은 잡귀를 물리치고 내일부터 별신굿을 한다고 신들에게 알리는 의례로 간단히 춤추고 축원하는 것이다.
밤늦게 산신제를 지낸다. 당시에는 마을 개들을 모조리 이웃마을로 보냈다고 한다. 경건함. 굿장모는 심부름해줄 부수 두어명과 함께 당산할아버지당 찾아 제사, 당우물로 내려가 찬물에 목욕하고 할머니당으로 가서 제사지냈다한다.

당산굿-아침해가 솟아오르면 주민들은 할머니당으로 올라간다.
무녀가 당 안에서 굿을 시작.
골매기굿, 마을을 한바퀴돌면서 잡귀를 물리치는 골매기(고을막이)굿을 한다. 주민들은 마을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굿을 하기 때문인지 '골목치기'라고도 불렀다.
죽림의 골매기는 열군데가 넘는다.-마을회관으로 돌아와 회관앞에 마련된 굿당에서 본격적으로 굿을 시작한다.
86년에는 동사앞에 높이 오미터가량의 오릿대와 서낭대가가 세워져 있었다고 하나 이번에는 오릿대는 보이지 않았다.

요왕굿-용왕굿, 집집마다에서 가져나온 상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고 메(쌀밥)과 각종 어물, 막걸리, 과일, 탕수 등등이 올려져 있다. 이번에는 9개의 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한 아낙은 많을 때는 30-40개 상이 차려졌다고 한다.
용왕님이 술에 취해 물고기들이 정신없이 많이 잡히도록 하기 위해 술을 많이 준다고 넉살이다. 무녀의 소리에 맞춰 술에 섞은 제수음식(물밥을 말아서)을 바가지째 바다에 부리기를 십여차례 한다. 우짜든지 고기 마이 잡히게 해주이소.

판매구(판놀이)-악사들과 마을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굿마당에서 한 판 걸판지게 농악을 치며 노는 것을 말한다.

 
탈놀이-이날 처음으로 탈놀이가 진행됐다고 한다. 오광대 놀이처럼 못된 중탈 각시탈 등등이 나와 재밌는 사설로 참석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부정굿-굿하는 사이사이 노인들은 물론 어린 아이까지 무녀에게 가서 지폐를 주면 무녀는 하는일 잘되고 건강하기를 축원해 준다. 20여명이 사진가와 방송용 카메라를 멘 객들도 지폐를 주고 축원을 받기도 했다.

가망굿-가망은 선후조상을 모시는 굿이다.
제석굿-제석은 복을 주는 신인데 복을 비는 굿이다.
대내림- 별신굿에서는 반드시 대를 대린다고 한다. 대잡이는 마을 실정을 모르는 사람이라야 편견없이 대가 내린다고 믿어 다른 마을에서 모셔왔다 한다. 1986년에 진행됐다는 기록이 있다.
서낭굿-서안굿은 팔도명산의 서낭을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태평을 비는 굿이다.
큰굿은 지동굿이라고도 한다. 손풀이 황천문답 열두축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산사람의 복을 기원하는 별신굿과 달리 망자를 위한 의례라 한다.
구능굿-전쟁중에 피흘려간 군신을 모시고 평안을 비는 굿이다.
거리굿-굿이 모두 끝나고 철상을 한 후 잡귀를 쫒는 굿이다.
떼배띄우기-물밥을 말서서 바다에 뿌린다. 물밥에는 집집마다 가져나온 제삿상의 갖은 음식을 막걸리에 말은 것으로, 바가지째 퍼서 바다에 뿌린다.
소나무와 대,짚으로 만든 두 척의 작은 배가 띠배, 떼배다.배에는 소지를 달고 갖은 음식을 담았다. 이 마을의 배이름들을 광목천에 적어 깃발처럼 주렁주렁 달아두었다.
오후 6시경 해가 질듯말듯하는 해거름이다. 마을 사람들이 두 척의 배를 들고 항구를 한바퀴돌아서 멀리 포구밖으로 나간다.
배는 미련없이 바다에 던져졌다. 모든 주민들과 참가자들이 두손모아 배에 대고 절한다. 모든 액이 저 배와 함께 먼바다로 나가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제 마을 축제는 끝났다. 3년뒤 다시 굿이 열린 것인지, 굿이 열리더라도 희벌쩍 웃어주는 노파들의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을 지...해는 서산너머로 넘어가고 마을은 조용해 진다. /원종태

 

 
 
 

*다음은 거제별신굿을 알리는 보도.

거제 죽림마을서 설날맞이 남해안 별신굿 '재현'

경남 거제시 거제면 죽림마을에서 남해안별신굿이 2월1~2일열린다고 남해안별신굿보존회(회장 정영만)가 밝혔다.
공연은 첫날 오후 5시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으로 모두 12개 테마의 굿거리를 다음날 오후 5시까지 24시간 연속해서 펼쳐진다.
죽림별신굿에는 여흥으로 즐기는 판놀음, 적덕이놀이와 탈놀이인 해미광대, 중광대(중메구, 중잡이) 등의 지역정서가 담겨져 있다.
올해는 이 탈놀이를 원형, 복원해 선보인다.
'띠뱃놀이'는 남해안에서 유일하게 죽림마을에만 전해 오는 종합예술로 유명하다.
굿은 한때 2년마다 열리면서 길게는 4박5일까지 공연했지만 지금은 1박2일로 축소됐다.
죽림별신굿은 1980년대 후반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어촌공동화 현상으로 자취를 감췄으나 20년만인 2008년 보존회가 재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보존회 회원과 관계자 주민 등 10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공연 문의는 남해안별신굿보존회 사무실(055-648-3951)로 전화하면 된다. 이날에는 전통예술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위해 사진가 등이 많이 참석할 예정이다. /거제통영 오늘신문


거제도 무속의 특징

<<거제도 별신굿>>(열화당,1993)

(...)바다를 의지하고 사는 지역들이 대개 그렇듯이 거제도 역시 부속신앙의 뿌리가 깊다. 하지만 거제도의무속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데, 인근 통영, 마산 등지와 유사하여 전라도, 경사도 무속의 경계를 이룬다. 굿 한 것기 끝날때마다 수비를 풀어먹이는 것은 부산에서 동해안을 끼고 강원 북부까지 분포되어 있는 경상도 무속과 같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의 넛굿인 오귀새남에는 영둑굿이라고 부르는 씻김의 절차가 들어가 있어 전라도 무속과 상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제도에 전승되는 굿은 크게 도신,오귀새남,별신굿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신은 집안의 안녕과 재수발워느 자손의창성을 목적으로 정월에 행하는 집굿이다.(...)
오귀새남은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천도하는 굿이다. 부정굿을 한 뒤에 물에서 죽었으면 죽은 장소에서 넋건지기를 하고 육지에서 죽은 경우에는 무덤에 찾아가 혼백을 모셔오는데 이를 메맞이라고 한다. 대개 지역의 무속이 그렇듯이 염불을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다.
별신굿은 마을 단위로 한과태평과 생업의 번창을 비는 굿이다. 집굿에 비해 규모가 크고 마을의 축제로 치러진다. 그러나 마을 전체의 길복을 추구하는 의례이니만큼 엄격하게 금기가 지켜지고, 주민들은 대대로 내려온 전통을 따르려는 적극성을 보인다.
거제도에서는 무당을 승방이라고 부르고 악사는 고인수라 하는데, 이들은 모두 세습무가 출신들이다. 특히 주무는 대모라고 부르며, 적어도 굿하는 동안만은 주민들이 극진하게 대접하여 신성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 거제도에는 세습무가 완전히 소멸해서 충무, 마산에 거주하는 무당들이 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