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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걷는 오늘> 불회사(佛會寺), 박노정
<시를 걷는 오늘> 불회사(佛會寺), 박노정
  • 김성희 기자
  • 승인 2018.01.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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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회사(佛會寺)

박노정

사람들이 모여야 이바구를 헐 틴디
오늘따라 한 사람도 안 뵈는구마잉
산문 밖 할배 장승이 벌써 다 시부렁거리부렸나
그래 선 자리서 댕기가셨구만이라
동백 꽃망울 더는 참지 못하고
시방 막 터질 참인디
댕그랑 풍경 소리 가슴을 적실 참인디
법문은 무슨 법문, 그게 다 잡소리제
오늘은 입 다물고 있는 기 상수랑께
요로코롬 돌팍에 주저앉아
뜬구름이나 쳐다볼 텐께.


ㅡ시 감상ㅡ

시를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씨익 번진다. 스님의 의중을 벌써 알아차린 데에서 오는 염화미소 같은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 감정인 칠정 위에 존재하는 스님이 불자들이 절에 오지않는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천진스럽게 드러난다. 그러다 혼자 속내를 털어내는 중얼거림이 때마침 꽃망울 터트리려는 동백과 하늘빛 흔드는 풍경소리에 묘하게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깊고 그윽한 법문이 된다. 천지간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 바람에 안기는 풍경소리 만한 법문이 어디 있겠는가?
이럴 땐 그저 입 다물고 묵언수행하는 선승처럼 돌팍에 앉아 면벽좌선하듯 구름이나 감상하는 것이다. 말보다 침묵이 때론 더 빛나는 법문인 것을 시인이 찡긋 눈짓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김성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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