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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상여금 550% 되찾자"
하청노동자 "상여금 550% 되찾자"
  • 김동성 기자
  • 승인 2017.12.24 0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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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원-하청노동자 공동투쟁 27일(수) 촛불집회 예정

 
연말을 일주일 앞에두고 대부분 분주하게 일상을 보내거나, 지난 일년을 차분히 되돌아 보며 한해를 마무리 하고있을 요즈음,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빼앗으려 하는자와 지키려 하는자의 양보할수 없는 전쟁의 한 복판에 서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그동안 기본급 외에 연간 550%의 상여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업체에서 최저시급 인상에 대비해 상여금 일부를 삭감 하거나 기본급으로 전환 하기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시도 되어왔고, 지난 11월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하청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 하고있다.

굳이 연내에 취업규칙을 변경 하고자 하는 이유는,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이전에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상쇄 시키려는 의도임은 물론이고,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미리 대비하는 효과를 가져올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 입장에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내년 1월 1일 이후에 하지않고 연내에 하게되면 불과 몇일 차이로 시급 1천원 이상을 빼앗기는 결과가 되고, 월 4~5십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2년후 쯤이면 상여금은 한푼도 남지 않게되고 결국 최저시급만 받으면서 힘들고 위험한 조선소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전체 노동자가 모인 자리에서 변경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찬반을 물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하지만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합법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동자 들에게 충분히 사전설명을 하지않고 서명을 받거나, 반별로 또는 개인적으로 서명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상여금을 받지않는 일당직, 직시급에게 서명을 받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회유,협박해 서명을 받기도 한다. 서명을 받고나서 과반수에 미달되면 이후 몇일동안 개인면담을 통해 추가로 서명을 받아 통과 되었다고 공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부결되면 폐업 하겠다고 협박을 한후 재차 반복해 투표를 하기도 한다.

무법천지 조선소 현실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법과 제도이다.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찬반 표결 방법이 반드시 무기명 투표 이어야 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기명으로 찬반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표결후 반대한 노동자는 회사로 부터 온갖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단결해 어렵사리 부결 시켰다고 하더라도 2차,3차 횟수에 상관없이 무한반복해 찬반투표를 실시 할수도 있다. 조선소 여건에서 찬반 표결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을 막을 방법은 애초에 봉쇄되어 있다고 보는것이 보다 정확하다. 이러한 제도적 맹점은 대우조선소에서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의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강압적 분위기에 못이겨 직원들이 동의서명해 허망하게 상여금을 빼앗긴 노동자는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일수 없어 다섯 번,열 번 반복해 하청지회 사무실을 찾아와 무슨 방법이 없겠냐며 하소연을 한다. 동료들과 뜻을 모아 부결 시켰다며 기뻐하던 노동자는 회사의 2차투표 공고에 아연해 지고, 2차 3차 투표에서 결국 가결된 업체의 노동자는 울분을 참지못해 절규하듯 따져 묻는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있습니까!”
 

 

대우조선 사내하청회사에서 일하는 김형수 노동자는 “해도해도 너무 하는것 같습니다. 처음엔 회사에 찍힐 각오하고 반대해서 부결 시킬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해 시도하면 당해낼 방법이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이김춘택 조선하청 조직사업부장은 “조선업 위기를 오직 하청노동자 에게만 떠넘겨 왔고, 어려운 여건에서 하청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켜 나가려 해도, 사용자 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재의 법과 제도 하에서는 그나마도 불가능에 가까운게 조선소의 현실”이라며 “노동악법의 전면적 재개정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원하청노동자 공동투쟁위원회’는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 삭감을 막아내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매일 대우조선 각문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아있는 상여금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보다 공세적으로 나아가 빼앗긴 상여금을 되찾아 오기위해 “되찾자! 550%”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다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수요일 남문에서 첫 시도한 원하청 집중집회에 이어, 다음주 수요일에는 서문앞에서 원하청 노동자와 거제시민이 함께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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