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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이판사판
<오늘의 시> 이판사판
  • 김동성
  • 승인 2017.12.1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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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이판사판
-김동성

 
당신이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것 같아요
괜한짓 말고 고분고분 일이나 잘 해요
오십 넘어서 이제 어디 받아줄데나 있는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밥상머리에서 옆지기가 심기를 긁어댔다.

하늘을 떠받치듯 거대한 골리앗크레인 옆을 지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나마 몇푼 안되는 상여금 죄다 없애자는 속셈
내 모를줄 알어 이새끼들아.

오늘까지 무조건 서명해요!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는 것 아니오
나이 들었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원.
반장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터벅터벅 회사 문을 나서는데 옆에 그 누구도
한마디 말이없다. 한잔 할래? 저 선약이 있어서...
골목입구 국밥집에 들어섰다.
여기 섞어국밥에 소주 한병이오.
이 낙도 없으면 인생 무슨재미로 사냐 쓰바.

작심하고 특근을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것이여
허구헌날 죽고 다쳐나가고
뼈빠지게 일해서 도대체 남는게 뭐여!
이틀전에 받은 문자가 문득 머리를 스쳤다.

대통령도 갈아 치웠는데 맘만 먹으면
못할거 뭐 있겠습니까
이만명이 넘는 우리가 단결하면
두려울게 뭐 있겠습니까
우리가 뭉치기만 하면 상여금 지켜내는 것
일도 아닙니다!

구구절절이 옳은 얘기였다.
얘기를 듣는 동안 몇 번이고 주먹을
움켜 쥐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색조끼를 입은 그의 말을 되뇌이며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꽈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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