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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본소득이 필요하다(3)
<칼럼>기본소득이 필요하다(3)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7.12.19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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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원 거제녹색당 대표

기본소득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

기본소득에 관한 두 번의 칼럼을 연재하며, 그 마지막 장은 결국 돈 이야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노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다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누군들 그걸 마다할까! 하지만 그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기본소득과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해법없는 기본소득 논쟁은, 말 그대로 논쟁을 위한 논쟁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서도 꽤 오래전부터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아가 제도시행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온 단체들이 있다. 그들 중 기본소득제도의 실질적 실행방안에 가장 근접한 단체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와 녹색당 정도다. 여기선 이 두 단체가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방법과 지급 규모를 소개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매월 30만 원 지급가능

먼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방안을 살펴보자. 

다음 글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내용이다.기본소득을 정치공동체, 대체로 보아 국가가 지급한다고 하면 당연히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세 체계의 개혁이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조세 개혁과 관련해서 ‘좌파적’ 관점은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겨냥하여 각종 소득세와 자산세를 ‘누진적으로’ 추가로 걷는 것이다. 

사실 이는 기존 복지국가의 재원 마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2014년 봄에 제시한 모델도 주로 이를 따르고 있다.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지급하고자 하는 이 모델에 따르면 필요한 재원이 181조 5,000억 원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근로소득 및 종합소득 27조 1000억 원, 배당 또는 이자소득 종합과세 15조 원, 증권양도소득 종합과세 30조 원 등을 추가로 걷어야 하며, 자산세라 할 수 있는 토지세는 공시지가의 1% 징수 원칙에 따라 39조 원을 걷게 된다.

이외에 생태세 40조 원, 지하경제 과세 20조 원, 기본 사회복지 지출 전환금 13조 1000억 원 등이 있다. 그리고 이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소득세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수 세금 납부액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많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소득 구간 85%(연소득 7957만 원) 이상이다. 따라서 상당한 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내용처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주장하는 지급액은 국민 1인당 매월 30만 원 정도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본다면 월 120만 원 정도니, 사실상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긴 하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국가가 보장한단 점에선 그 의의가 작지 않다. 

녹색당, 기본소득 월 40만 원으로 시작 

다음으론 녹색당의 기본소득 정책을 살펴보자.

먼저 녹색당이 제시하는 기본소득 지급규모는 1인 당 매월 40만 원 수준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60만 원이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주장하는 금액에 비해 다소 많다. 

녹색당은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년 간 약 24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재원의 확보를 위해 유럽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우리나라의 조세와 의무적 사회보장기여금에 대한 국민부담률(이하 부담률)을 올릴 것을 주장한다. 녹색당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부담률은 24.3%로, 이는 OECD 평균인 34.1%에 비해 10%나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이 부담률을 OECD 평균에 맞추면, 2018년을 기준으로 188.6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녹색당은 탄소세와 생태세를 신설하고, 상속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이 역시 조세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으로 녹색당은 기초노령연금과 양육수당 등의 복지예산을 통합해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기존의 복지예산을 통합하고, 조세제도 개혁과 더불어, 4대강 사업 같은 정부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 규모를 줄인다면,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녹색당은 자신한다.

 이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녹색당에서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방안과 지급방식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다. 

문제는 조세제도의 개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녹색당의 주장대로라면 기본소득제도 시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결국 조세제도 개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조세제도 개혁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국회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국회 구성을 볼 때, 기본소득제도 시행을 위한 조세개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종교인 과세법 하나 통과시키는데 50년을 허비한 국회니, 더 말해 무엇할까? 국회의 구성에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감나무 아래 누워 감 떨어지기만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꿈꾸자

우리는 노동을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구상 어떤 인간도 스스로의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자신이 아닌 부모의 선택으로 태어났고, 그런 인과(因果)로 자신 앞에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고, 그래서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기에 약육강식의 논리만 존재하는 정글이 아닌 문명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란 현실의 벽을 넘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제도가 불합리하고, 그걸 바꾸는 게 힘들어 보일지라도, 더 나은 가치와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이런 선각자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는 아직까지 수렵채집을 하고, 계절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 다니던 원시공동체 상태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공고한 신분제 사회에서도 목숨 걸고 이를 개혁하려는 선각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자본주의식 시장경제가 최고의 선(善)으로 추앙받고 있는 지금도 한편에선 더 나은 가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우린 그런 사람들을 통칭하여 ‘진보’라 한다. 

진보란 끊임없이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줘야한다. 그리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좀 묻자! “Why not?”이라고. “기본소득 받으면 안돼?” 그리고 “조세제도 좀 개혁하면 안돼?”라고 질문을 던지자!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닫힌 사회가 어떻게 끝장나는지, 우린 지난 정권의 몰락을 보며 경험하지 않았던가? 

기본소득 논쟁을 넘어, 이젠 실천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 

2017년도 이제 몇 일 남지 않은 시점에,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되는 최저임금으로 인해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많다. 사용자들은 “어떻게 줄까” 걱정이고, 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좀 다른 관점에서 찾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와 불법 파견 문제, 그리고 실업과 최저임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제도의 문제를 ‘기본소득’이란 커다란 소쿠리에 담아 한꺼번에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기본소득’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면, 이 제도가 논의되는 과정만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본소득’이 거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는 기본소득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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