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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와 태양광발전 공존시대 열어
벼농사와 태양광발전 공존시대 열어
  • 윤양원 기자
  • 승인 2017.10.2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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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도 이젠 에너지 프로슈머! '영농형 태양광발전 시범사업 성공'

 
지난 11일 고성군 하이면의 한 마을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여기엔 한국남동발전 임직원들과 덕호리 주민들, 그리고 몇몇 방송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다름 아닌 벼를 추수하는 행사였다.

 추수철에 벼 수확하는 게 무슨 특별한 행사일까 싶겠지만, 이 벼는 국내 최초로 벼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하여 생산된 아주 특별한 벼라는 게 다른 점이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벼농사와 태양광발전을 한 논에서 동시에 가능케 하는 실험적 방식이다. 사실 이웃 일본에선 몇 년 전부터 이 실험을 해오고 있었지만 국내에선 덕호리가 최초다.

  

 
영농형 태양광과 일반 태양광의 차이

 영농형 태양광시스템은 일반 태양광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태양광 구조물이 일반 태양광 시설에 비해 다소 높은 4미터다. 이는 이앙기와 콤바인 등의 농업용 기계가 발전소 아래에서 작업을 하기위해 이 정도 높이가 필요한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지주대 사이의 공간 또한 4미터 정도로 넓게 설계했다.

 

스파이럴 공법으로 농지훼손 없다
한편 농지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초공사가 필요 없는 스파이럴 공법이 사용됐다. 스파이럴 공법이란, 나사못처럼 생긴 금속 구조물을 땅속으로 박아 콘크리트 기초를 대신하는 공법으로, 필요시엔 언제든지 뽑아내기만 하면 발전소를 철거할 수 있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은 모듈(태양전지) 사이의 간격이 일반 태양광에 비해 다소 넓다. 이는 발전소 하부의 벼가 생육하기에 적절한 양의 빛을 투과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때 광선의 투과율은 70% 선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선의 투과율 유지를 위해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는 일반 노지형태양광에 비해 다소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한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00킬로와트급 노지형 태양광발전소의 설치 면적이 대략 1500제곱미터(500평)인데 반해, 영농형 태양광은 50% 정도의 면적이 추가로 필요하다 한다.

 수확량엔 차이가 없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남동발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광선 투과율을 70% 선으로 유지했더니, 수확량에 있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농지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추수를 하던 농지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도 같은 의견이었다.

 수입은 벼농사의 7배!

 노지형 태양광발전(100킬로와트 미만 규모)의 REC 가중치가 1.2임을 감안할 때 매출액은 대략 년간 3,000만 원 내외다. 그래서 이 기준을 준용하면 동일한 농지에서 발생하는 농업소득의 약 7배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남동발전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설치비가 일반 노지형태양광에 비해 20~3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은 향후 영농형태양광의 REC 가중치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다소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REC :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통해 발전한 전력량에 지급되는 공급인증서를 뜻한다. REC 가중치는 설비용량과 설치 장소에 따라 0.7 ~ 1.5까지 부여되며, 기존의 시설물 또는 건물을 이용하거나 수면에 설치할 경우 가중치가 1.5로 가장 높다.)

  

관련 법규는 아직 미비

 농업진흥지역의 농지, 일명 ‘절대농지’에선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선 태양광발전이 불가능하다.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농지의 훼손이 없고, 작물 수확량의 손실 또한 없으며, 더불어 농가소득까지 획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탈핵을 위해 이만한 대안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한마디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솔루션이다.

 업계의 소식통에 의하면 내년이나 늦어도 2019년 안에 관련법의 정비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네 배 더 늘여야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RPS 의무비율을 20% 선까지 끌어올리겠다 공약했다. 2017년 현재 이 비율이 4%선이니, 앞으로 13년 동안 네 배를 더 늘여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갈 길은 먼데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 RPS 제도 : 설비용량 500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생산 전력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발전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직접 생산이 불가하면 외부로부터 REC를 매입하여 의무를 대신하게 하는 제도)

 육상풍력사업은 산림훼손과 주민반대로 지지부진하고, 해상풍력 역시 근해의 경우 어업권 보상 문제와 더불어 제기되는 민원으로 인해 쉽지 않다. 그나마 심해 풍력의 경우 민원으로부턴 자유롭지만 국내엔 부유식 풍력 기술 자체가 없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출현은 어둠속에서 만난 한 줄기 빛처럼 보인다. 벼농사와 햇빛농사를 같이할 수 있다면 농가소득 보전을 통한 도농간 소득격차를 줄이는데도 유익한 일이다.

 다만, 눈치 빠른 도시자본가들이 시골의 농지까지 독식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법과 제도의 개정시 필요한 안전장치 마련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은 포클레인을 앞세운 삽질이 아닌 소득의 균형 있는 배분에서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쪼록 하루빨리 농민들도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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