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지방하천들 중에서 중요한 하천들에 대해 재해 예방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청을 했고, 중앙과 지방 예산 50대 50으로 공사를 하기로 했는데, 거제의 산양천도 거기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30억원을 들여 동부저수지부터 산양천 하구까지 공사를 하기로 설계를 하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까지 했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받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 사업을 하려는 경상남도에 보완 명령을 내렸답니다. 왜냐하면 1급 멸종위기종 민물고기인 남방동사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양천 수계에만 산다는 사실이 2년전 열렸던 국제 워크숍 등을 통해 잘 알려졌는데, 환경영향평가서에 남방동사리 보호 방안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런 공사를 하려면, 그곳의 생태계, 특히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할 대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환경단체와 경상남도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는 것이 보완명령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 조사위원회가 산양천의 남방동사리 서식 현황 등을 함께 조사하고, 그 보호방안을 협의해서 함께 만들어내라는 것입니다. 이 제안을 받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공동조사위원회에 참여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결정을 내부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남방동사리에 관심 가진 모든 사람들과 함께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기 위해서 이 토론회를 개최했던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부적으로 하지 않고,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서 하겠다는 취지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 덕분에 훨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에서는 여러 얘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공사를 설계한 회사의 담당자가 직접 커다란 설계도를 들고 와서는 하천이 있는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공사 내용을 설명했던 것입니다. 재해예방공사였기 때문에, 제방을 하천 밖으로 밀어내서 하천폭을 넓히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홍수 예방에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과거의 전국적인 경험으로 볼 때, 제방공사임에도 불구하고 포크레인이 들어와서는 하천 바닥을 싹싹 긁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천 바닥을 싹싹 긁어버리면 자갈 밑에 알을 낳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다 죽어버린다는 것을 현장에 참여한 민물고기 전문가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민물고기 전문가들은 남방동사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하천 공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사에 대한 어떤 결론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토론회 사회자는 ‘가치는 충돌할 수 있지만, 감정은 충돌하지 말자’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실제로도 참가자들은 다들 웃으면서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이런 토론회, 우리 통영에서도 자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용창 박사 오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