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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제시 산림행정 본분을 잊어버렸나
<기고>거제시 산림행정 본분을 잊어버렸나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9.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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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룡 아주동발전협의회 회장

 
비뚤어진 이기심이 딱따구리 소리가 울리는 산 정상 능선의 큰 나무들을 함부로 잘랐다. 고라니의 보금자리 숲을 마구 파헤쳐서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이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이 너무 따갑다.

그런데도 유독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애써 외면하는 눈길이 있다. 거제시다.

수차례의 민원제기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심지어 민원에 대해 답변을 하고도 지키지 않아 말뿐인 거짓 행정을 자처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꽃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거제"라는 산림 행정의 목소리가 무색하고 공허하다. 산림보전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달라지기가 까마득해 보인다.

이 글을 통해서도 산림 행정이 달라질 일은 만무하겠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재확인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2015년 봄 거제시가 옥녀봉 능선 등산로 수십 년 수령의 큰 나무 수십 그루 등 산림을 수 킬로미터의 자재운반용 차량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굴착기로 무단 훼손했다가 민원제기로 들통이 나자 2016년에 원상 복구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2년이 훨씬 지난 지금 과연 원상 복구되었을까?

산림 훼손 발생 시점부터 최근까지 수없이 현장에 직접 가서 지켜보았다. 안타깝게도 '복구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예전 모습을 잃은 탓에 낯설기만 하다. 저절로 거제시에 대한 원망이 터져 나온다. 설령 사색하기 좋은 원래의 오솔길을 되찾을 수는 없더라도 조금씩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원상 복구는커녕 처음 그대로인 채 오히려 오래된 길처럼 빤들빤들해졌다.

파헤쳐진 곳의 나무뿌리는 드러난 상태 그대로이다. 빗물은 고이고 흙은 자꾸 비에 씻긴다. 비탈진 곳은 훼손 속도가 더 심한 상태다. 바위는 깨지거나 뽑힌 채 제자리가 아닌 곳에 널브러져 있다. 봄 햇살에 겨우 얼굴을 조심스레 내민 새싹들은 자랄 틈이 없다. 그나마 잘린 나무 밑동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발버둥을 치며 보란 듯이 연초록 새싹들이 돋아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자연 치유는 고사하고 심지어 차량까지 진입하고 그 흔적도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 멀쩡한 큰 나무들이 잘 자란 것이 잘못인지 밑동이 잘린 채 눕지도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그동안 수많은 등산객의 길동무로서 정든 나무들인데 도대체 누가 잘라서 위태롭게 세워 두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2016년 봄 거제시가 원상 복구한다고 심은 어린나무 800그루는 거의 말라 죽었다. 버팀목으로 사용된 쪼개진 대나무만 간혹 서 있거나 나뒹군다. 형식적인 복구 시늉만 한 결과로 애꿎은 어린나무와 혈세만 낭비한 꼴이다.

일부 구간은 기존 등산로와 새로 만든 차량진입로가 겹치지 않아 등산로가 두 갈래가 되고 말았다. 낙엽으로 고의적 은폐까지 했던 필요 없는 차량진입로를 무슨 영문인지 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산림 보전 관리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주체다. 산림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런 주체가 산림을 훼손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도 않고 복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요 자기부정이다. 그동안 현장 점검은 제대로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산림 훼손은 한순간인 데 비해 원상 복구는 아득히 멀기만 하다. 이런 까닭에 산림 행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무 한 그루쯤이야 하는 안일한 산림 행정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을까.

큰 나무 한 그루는 네 사람이 하루 24시간 숨을 쉬는 데 필요한 양의 산소를 공급한다고 한다. 50년 동안 잘 자란 나무 한 그루는 1억 4천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3천 4백만 원에 해당하는 산소를 생산하고, 3천 9백만 원에 해당하는 물을 재생산하며, 6천 7백만 원의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한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의 가치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옥녀봉이 감싸고 있는 아주동은 운명의 장난인지 얄궂게도 삶의 터전을 다 내어주고도 조선소가 펑펑 배출하는 발암물질과 동거할 수밖에 없는 유해 대기오염물질 피해 지역이다. 그래서 더더욱 옥녀봉을 지켜온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소중하다. 아니 절실하다.

우리는 산소를 3분만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자연에 세 들어 사는 찰나의 존재다. 그러니 시나브로 멍들어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는 산은 오늘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몸부림치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주인 행세 그만하고 산림보전에 충실하기를, 더 늦기 전에." 이 신음이 거제시에 과연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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