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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등산로 '옥녀수'를 아시나요?최재룡 아주동발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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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1  06: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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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이타적인 수고로 만들어진 옥녀봉 '옥녀수' 샘물
옥녀봉에 오를 때마다 나는 빠짐없이 옥녀수 한 모금을 마신다. 옥녀수는 옥녀봉 서쪽 능선 안부 바로 아래에 있는 옹달샘 물이다. 배낭에 물이 충분히 있는데도 능선 아래까지 굳이 발품을 팔아서 마시는 이유는 자연수 물맛도 물맛이지만 내면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채워도 자꾸 새는 이타심을 또 채우기 위해서이다.

옥녀봉이 선사한 이 옹달샘은 그동안 산짐승들이 목을 축이는 정도였지 수량 등 여건이 사람이 편하게 떠서 마실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맑은 물이 관을 통해 나와 물통에서 졸졸 흐르고 있다. 누군가가 이곳을 파서 돌을 날라 깔고 쌓고 물통과 관 등을 여기까지 짊어지고 와서 묻은, 간단치 않은 정화시설을 설치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샘터에는 옥녀수라는 안내판과 빨간색 물바가지도 3개 걸려 있고 긴 의자도 놓여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에는 정성과 배려심에다 사람 향기까지 묻어난다.

올봄쯤인가 처음으로 도드라지지 않게 잘 다듬어진 아담한 이 샘터를 본 순간 나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마음을 빼앗긴 채 서 있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어떤 마음으로 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샘물처럼 끊이지 않고 솟아났다. 옥녀봉을 수없이 올라 이 샘터를 지날 때마다 샘물을 깨끗하게 마실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지 선뜻 직접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눈이 반짝이고 절로 감동이 가슴을 울리고 온몸을 적셨다.

지난 8월 초 주말 산행에서 이 샘터를 찾았다가 물병에 물을 받는 중년의 등산객을 만났다. 이 등산객은 의자에 앉아서 가뭄 탓인지 관을 통해 흐르는 물이 가늘게 조금 나와서 물병이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산림이 좀 더 울창해지면 샘물도 지금보다는 많아질 텐데 하는 공감과 희망을 주고받는 말로 인사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산림을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주체가 오히려 굴착기로 옥녀봉 능선 오솔길 등산로 수 킬로미터의 산림을 무단 훼손했으며, 추가 훼손을 막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이 샘터 위쪽 오솔길 산림까지도 똑같이 망가질 뻔했고, 그것도 자재 운반용 찻길을 만들었다가 들통났다는 얘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몸소 등짐을 져서 이 샘물을 마시게 만든 이가 더욱 빛나고 참 고맙다, 누군지 정말 궁금해서 찾고 있다고 나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 등산객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한 후 좋은 일이 생기더라"라고 살며시 말했다. 그 순간 귀가 번쩍 뜨이고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의 궁금증이 한참 기다리다가 마신 샘물처럼 시원하게 풀려서 벅찼다.

옥녀봉을 찾는 이에게 숲의 기운이 깃든 신선한 샘물 한 모금을 맛있게 흠뻑 마실 수 있게 기꺼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산행을 이어갔다. 이날 산행 내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뿐이었다는 그의 말이 머리를 맴돌면서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지금도 그 마음과 그 기운이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짜릿하게 찌른다.

자연을 시퍼렇게 멍들게 한 옥녀봉 능선 오솔길 등산로 산림 훼손처럼 곳곳에 이기심의 발로가 넘치는 오늘날 옥녀수 한 모금이 우리가 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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