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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문협 김정순 수필가 '월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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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15: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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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제6회 월간문학상(수필부문) 수상자로 거제문인협회 김정순 수필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월간문학』에 발표한 수필 「합주, 함께하기」란 작품이다. ‘월간문학상’은 1968년에 창간된 한국문인협회 대표 기관지인 <월간문학>지에 1년간 발표한 작품 중에 선정되며, 1만 여 명의 한국문인협회 회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학상이다.

수상 소감을 통해 김정순 수필가는 ‘먼저 가슴으로 글을 쓰게 하신 고동주 스승님께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고 했으며, 더불어 “거제문인협회 서한숙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김정순 수필가는 창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고동주선생의 추천으로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한 중견작가이다. 현재, 거제스토리텔링작가협회 회원, 경남문인협회 회원, 청마기념사업회, 거제문인협회 이사 등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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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함께하기/김 정 순

 

박자를 또 놓친다. 서둘러 다음 음표를 찾아 연주한다. 그런데 소리가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G코드로 연주하고 있는데 나 홀로 G7코드로 연주하고 있다. 민망함에 서두르다 코드를 잘못 짚은 탓이다. 이럴 땐 연주를 멈추고 다음 마디를 준비하며 잠시 기다려야 한다. 알면서도 행여 박자를 놓치게 될까 조급증이 일어 서두르게 된다. 혼자 연습할 땐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합주(合奏)를 하면서 반 박자 늦었다. 긴장한 탓인가. 한 번 틀리고 난 후 다른 사람 박자에 신경을 쓰느라 이번에는 엉뚱한 코드를 짚어 다른 소리를 내고 말았다. 서둘러 코드를 바꾸지만 이미 늦었다. 박자도 코드도 다른 나 혼자만의 연주를 하고 있다. 분명 독주(獨奏)가 아닌 합주를 하고 있는 중인데 나는 독주를 하고 있었다.

악기 소리에 먼저 반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연주곡을 듣고 맑은 소리가 좋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악기를 처음 본 순간엔 미니 기타인줄 알았다. 기타는 8줄 우쿨렐레는 4줄 현(絃)악기다. 얼핏 봐선 다른 점을 못 느낄 정도로 크기만 다를 뿐 둘이 너무 닮았다. 품에 쏙 안기는 게 내려놓기가 싫었다. 그러다 불쑥,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배우기만 하면 잘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오래전 피아노를 치다 그만둔 이후로 악기 때문에 마음이 설레긴 처음이다. 첼로를 켜고 있는 모습을, 플루트를 불고 있는 모습을 더러 꿈꾸긴 했지만 그건 막연한 바람일 뿐이었다. 불쑥 든 생각에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더해 계획조차 한 적 없는 악기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뿐이 아니다. 첫 레슨이 끝난 후에는 우쿨렐레 연주로 재능기부를 하리란 당찬 목표까지 세웠다.
몇 개월 먼저 시작한 지인들 팀에 합류, 세 명이 팀을 이뤘다. 개인 레슨보단 팀 레슨을 받는 게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아서다. 행여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도 그만두는 게 쉽지 않도록 나에게 부담이 될 장치를 마련해 놓는 셈이기도 했다. 지인들의 앞선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며칠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악기를 만지는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처음 몇 주는 익혀야 할 코드도 적고 연주법 또한 비교적 간단해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다소 느리고 서툴러도 초보용의 단조로운 곡들이라 그다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선생님의 칭찬과 지인들의 도움이 더해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한치 앞을 모르는 자만심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악보 위에 코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연주법 또한 다양해졌다. 하나의 코드를 익히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코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드에 신경 쓰다보면 박자가 틀리고 ,박자를 신경 쓰면 코드가 틀리고 연주법이 뒤섞이는 일이 이어졌다. 의욕은 넘치고 넘쳤으나 현실은 달랐다. 어떤 일이든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은가.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연습 밖에 없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누구나 시작은 그런 거라고, 더 연습하면 금방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처음엔 소음이던 것이 더러 악기가 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 줄의 현이 내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했다.
고개 하나를 겨우 넘고 나니 그보다 더 높은 고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합주라는 낯선 고개였다. 박자가 빨랐다 늦었다 고무줄 박자인 냥 제 각각이었다. 박자가 서로 다르니 어긋난 소리가 나기 일쑤였다. 코드는 말할 것도 없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독주일 땐 잘하든 못하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관객이 있는 무대 위의 연주도 아니니 나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인 게다. 하지만 여럿이 하는 합주는 다르다. 합주에서 개인의 실수는 모두의 연주를 망치게 되니 결코 나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관객 없이 연습실에서 하는 우리들만의 연주라 해도 다르지 않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았다. 레슨이 끝나면 팀원들과 남아서 복습을 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박자를 조절하기도 하고,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자 함께하기 위한 배려였다. 악기도 사람도 함께 있을 때 자기 소리를 크게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의 소리에 맞추어 그 속에서 잘 어우러져야 한다. 곡이 만들어지는 틀 안을 서로의 소리를 조금씩 나누어 꼭 맞게 채워 넣을 때 비로소 좋은 합주, 아름다운 연주가 될 수 있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떤 조직이나 팀이든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조화는 일의 결과로 이어진다. 자기주장, 자기 소리를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럿이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다른 연주자의 속도에 귀를 기울였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합주가 완성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율(調律)을 끝내고 연주를 시작한다. 아르페지오 연주법이다. 아름다운 소리가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네 번째 마디에서 C를 G로 읽어 코드를 잘못 짚었다. 손가락을 떼고 다음 마디의 Dm코드를 준비한 채 기다렸다 합류한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신호를 보낸다. 서로를 바라보며 박자를 맞춰가는 순간순간 마음도 더불어 서로에게 맞춰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기에 가능한 마주 봄이다. 비트 커팅으로 다시 연주법이 바뀐다. 연습실 작은 공간을 울리는 세 사람의 우쿨렐레 합주가 한사람의 연주처럼 하나의 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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