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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대통령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대통령
  • 거제통영오늘신문
  • 승인 2017.05.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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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대통령/임보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비상등을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

더러는 호텔이나 별장에 들었다가도 아무도 몰래 어느 소년 가장의 작은 골방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는

말많은 의회의 건물보다는 시민들의 문화관을 먼저 짓고, 우람한 경기장보다도 도서관을 더 크게 세우는

가난한 시인들의 시집도 즐겨 읽고, 가끔은 화랑에 나가 팔리지 않은 그림도 더러 사주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는 양처럼 부드럽고 불의의 정상배들에겐 범처럼 무서운

야당의 무리들마저 당수보다 당신을 더 흠모하고, 모든 종파의 신앙인들도 그들의 교주보다 당신을 더 받드는

어느 날 청와대의 콘크리트 담장들이 헐리고 개나리가 심어지자 세상의 담장이란 담장들은 다 따라 무너져내리기도 하는

어떠한 중대 담화나 긴급 유시가 없어도 지혜로워진 백성들이 정직과 근면으로 당신을 따르는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리고 아, 동강난 이 땅의 비원을 사랑으로 성취할

그러한 우리들의 대통령/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 임보 외 <<우리들의 대통령>> (작가정신, 1997)

 


*노자 도덕경 17장에는 지도자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으뜸은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물 흐르듯 다스리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그를 친밀히 여기고 칭송하는 경우다. 그 다음은 독재자처럼 두려워하는 지도자이며, 업신여김과 비웃음을 사는 지도자가 가장 나쁜 경우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최악의 지도자를 경험한 국민들이 변화의 열망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 당선시켰다.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

시는 구구절절 옳지만 먼 이야기다.(시는 원래 먼 이야기를 잘 한다) ‘다스리지 않음으로서 다스리는’ ‘무위’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친밀히 여기고 좋아하는’ 지도자가 되길 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 그의 초심이 바다에 이르기를 빈다.<새거제신문 시산책 32> 지면 관계로 원문에서 부분적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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